오사카 여행 중의 이야기는 지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짤막하게 풀었습니다. 짧았나, 아닌가. 저도 헷갈리지만서도. 여행 가 있는 동안의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엉망진창 우당탕탕이지만 일단 오늘은 기억할 내용부터 차분히 풀어내보지요. 이미 마음은 도쿄에 가있지만요. 왜냐면, 클램프전 티켓을 무사히 수령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다음 일정이 확정되었고, 이번에는 제 몸 하나만 달랑 가는 터라 마음도 편합니다. .. 아마도? 그래도 G와 L이 있는 쪽이 재미는 있습니다.
오사카 여행을 계획한 건 2월 말에서 3월 초였습니다. 6월에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걸 보았고, L의 학교네 일정이 어찌될지 확인한 건 그 뒤라서요. 그날에 재량휴업일이 잡힌 걸 보고는 잽싸게 항공권 예약을 합니다. 그리고 항공권 예약을 하면서 둘이 합의했지요. 이번 여행은 무조건, 중심 일정을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으로 둔다고요.
그 때문에 일정은 전체적으로 느긋했고, 그 외에는 다른 일정을 전혀 잡지 않았습니다. L 위주의 일정이라 미안했던 G가, 다음날에는 다른 일정을 잡으라고 하여 추가했지만, 결론만 말하면 USJ 외에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 정말로요. 정말로 3박 4일의 일정 동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오사카에서 다른 볼 것이 있었다면 일정을 조금 더 바짝 당겼을 건데 그런 거 없습니다. 저나 G나 이번 여행의 결론으로, "오사카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닌텐도 센터 외에는 볼 것이 없다."를 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닌텐도 센터는 도쿄에서도 접근 가능하니까요. 이전에 G가 시부야 갔을 때 얻어온 적 있으니까요.
오사카 여행의 문제는 취향의 문제일거예요. 밖에서 밥 먹기보다는 집이나 숙소 같은 공간에서 밥 먹는 걸 좋아하는 L의 성향이나, 소화력이 점점 떨어지는 저나 G의 문제 때문에 식도락은 무리고. 그렇다고 뭔가 재미있게 쇼핑할 수 있는 물건도 없으며, 고베처럼 빵이 맛있다거나, 거리가 멋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교토처럼 걸어다니고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 다음 여행의 참여자를 고려해서 고베와 교토만 잡은 것도 틀린 건 아닙니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요. 토요일에 돌아다니다가 사람에 치여서 조용히 숙소로 돌아온 기억이 아련합니다. 하...
가면서도, 그리고 돌아와서도 G랑 "여행이 우당탕탕 우왕좌왕이다."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럴만도 했지요. 시작부터 사고를 쳤거든요. 실수담을 이것저것 모아봅니다.
1.출국편은 오후였습니다. 오후 항공기라, 아침 일찍 나갈필요 없이 느긋하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건 좋았지만, 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오후 항공기를 타지 않는 이유는 숙소에 늦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접 겪기 전까지는 늦게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지 않아 좋았지만, 집에서 이미 오전 10시에 출발했고 숙소 도착한 시각은 20시였습니다. 차라리 일찍 출발했다면? 숙소에 들어가 뒹굴고 있지 않았을까요. 음. 하지만 늦게 항공기 예약을 했던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앞 항공기는 좌석이 없더라고요.
2.출발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저 사진 찍으면서 뭔가 빠졌다 했더니, 태공을 안 들고 왔더라고요. 거기에 따로 챙겨뒀던 교통IC카드(스이카)도 두고 왔습니다. 여행 두 주 전부터 필요한 물건을 따로 모아두었음에도, 빼먹고 출발한 겁니다. 처음부터 아예 캐리어에 넣어두는게 낫나도 생각했지만, 작년부터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일이 생기는 터라 캐리어에 넣어두면 안챙기고 갈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조금 더 빠릿하게 챙겨야지요.
3.출국심사 과정에서 카드지갑을 분실했습니다. 신분증은 따로 가방에 넣어두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카드지갑에 꽂아두었던 오래된 포토카드와 신용카드가 문제였습니다. 신용카드는 바로 분실신고 넣었고, 재발급 처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분의 카드가 없어서 G의 카드를 열심히 긁었습니다. 마일리지든 포인트든 잘 쌓였을 겁니다. 아마도. 그리고 연휴를 거친 사이 재발급 처리가 잘 되어서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분실 뒷처리 때문에 신용카드 자동 결제를 걸어두었던 많은 사이트에 들어가 일일이 카드 재등록 작업을 했지만요. 애플 앱스토어, 구독, 알라딘, 통신비, 인터넷의 등록을 마쳤고요. 또 뭐 빼먹은 건 없겠지요?
포토카드는 적당한 걸 쓸 거고, 중요한 건 카드지갑이네요. 이번에는 어떤 카드지갑을 쓸지 고민중입니다. 여행간 김에 하나 사올까 했지만 해리 포터 카드지갑은 너무 못생겼더라고요.
4.도착하고서 깨달았습니다. 미리 끊어온 USJ행 리무진. 17시 10분이 막차였습니다. 그 시간에는 아직 항공기가 활주로에 있었지요. 미리 끊어온 티켓은 고이 마음 속에 묻어두고, USJ까지 가는데 사철과 JR 중에서 어떤 쪽이 나은가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JR로 탑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철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우당탕탕 대소동이 있었으며, JR 공항선을 타고 몇 번 환승하여 20시 되기 조금 전에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잘한 것과 잘했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것도 몇 가지 있습니다.
5.G의 강력한 요구로 예약했던 USJ공원앞호텔(더 파크 프론트 호텔 앳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ザ パーク フロント ホテル アット ユニバーサル・スタジオ・ジャパン)은 매우 좋았습니다. 아주 많이. 매우. 이건 숙소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시 하겠습니다. 두 번째 숙소였던 앤룸스신오사카(ホテル・アンドルームス新大阪)는 어른 둘이 오거나, 혼자 올 때 좋은 숙소고 아이 데리고 오기에는 미묘했습니다. 트리플룸이 매우 좁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고요. 트윈룸이면 넉넉했을 공간에 침대를 하나 더 넣으니 공간이 비좁게 느껴지더랍니다.
6.셋째 날 일정에서 천 사는 걸 제외했습니다. 사카이스지혼마치에 가겠다고 처음부터 했다가 둘째 날 돌아다니던 도중 포기를 선언했고요. 그래도 그 덕에 셋째 날은 매우 여유로웠습니다. 아무것도 못했지만 뭐... 뭐..............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아니, 차라리 천을 사러 갔다면 조금 나았을까요. 오사카는 사람도 많고 정신없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만 남았거든요.
7.USJ도 따로 다룰 겁니다. 이렇게 되면 숙소 이야기와, USJ 이야기를 담은 글이 하나씩 올라가겠네요. 그리고 구매담까지 올리면 끝. 음... 이번 여행은 3박 4일이었지만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고 정리한 것도 없었으니 그 정도면 끝나겠네요. 하하하;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