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엡....

어제의 글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징검다리 연휴에 작고 소중한 연차를 넣어서 오사카에 와 있습니다. 여행은 자주 다녔지만 오사카는 이번이 세 번째 쯤이고, 앞선 여행도 오사카를 제대로 돌아다니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억 자체도 매우 가물가물해요. 이번에도 유니버설 재팬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Japan, 이하 USJ)가 아니었다면 안 갔을 거고, 여기는 순전히 L을 위해서 온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L이 여기 올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이미 L은 닌텐도는 저보다 많이 했고, 그래서 마리오와 루이지와 키노와 요시를 알고, 저도 안 본 해리 포터 영화를 오기 전에 끝까지 달리고..
여기까지 해 온 G에게 감사를. 그 덕에 L은 매우 즐겁게 다녔습니다. 체력 비루한 어른은 일찌감치 나가 떨어졌지만요.
..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놀이공원형 인간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재확인했습니다.

처음부터 달랐지요. 이미 10대 후반의 체험학습 때, 놀이공원 가도 동물원을 들어가거나 탈주해서 다른 곳으로 새는 인간이었으니까요. 놀이기구? 그게 뭔가요? 왜 그런 걸 타나요? 왜 고통을 즐기나요?
이걸 이번에도 느낀게, 머리 위에서 거꾸로 매달린 사람들이 으아아아악! 비명 지르는 걸 들으며 그게 더 재밌다 생각했습니다. 어트랙션이라 부르는 놀이기구 체험형 놀이기구 둘을 타면서 “왜 사서 고생하는 거죠.”라는 생각을 했으니, 심지어 평가가 좋았던 해리 포터 어트랙션은 탑승 도중에 어지러움을 느끼고, 무서운 것이 싫다며 눈을 질끈 감았을 정도이니. 하하하. 볼드모트가 무섭다고 하더니만 저는 눈을 돌렸습니다. 마리오 카트는 그래도 게임 요소가 있었지만, 그 요소가 축적되는 건 시계를 구입한 사람뿐이지요. 저는 안샀으니까요. 그러니 신나게 물음표 상자 때리는 것도 “왜 저래...“에다가, 반응형 마법 지팡이(인터랙티브 완드)를 사용하는 걸 보고서도 그래, 네가 좋다니 뭐 됐다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하고 있었으니... 아.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인간이 되다니 내가 문제가 많은 건가요.

해리 포터 지팡이를 두고 시큰둥 했던 건 최근 2차 창작 읽으면서 호감이 쌓인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지팡이가 썩 예쁘지 않았던 것과, 나무 재료의 지팡이가 더 나았지만 저거면 그냥 특별 주문해서 한국 공방에서 만들어 달라 하는게 더 예쁘게 나오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 그렇습니다.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겁니다. 해리 포터 지팡이를 직접 디자인해서 만드는 그런 분... 호두나무 기름을 손수 발라 먹여가며 지팡이를 만드는 그런 분이.

헛소리는 그만하고.
일본의 물가를 생각했을 때 해리 포터 상품은 상당히 높은 가격입니다. 옷도 그렇고요. 옷도 기왕이면 네벌... 아니면 그냥 안사고 만다...의 심정이었으므로 모두 다 등 뒤에 내려 놓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돈 안 쓴 여행이 아닐까 싶고요.

그렇게 놀이공원 안 좋아함에도 전체적인 기억은 좋습니다. 희한하지요. 직원들이 적재 적소에 충분히 배치되어 있었고, 어느 매장에 들어가든 눈 닿는 곳에 직원이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여 조언을 줍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L이 그리핀도르 망토를 사고싶다고 했을 때, ”제일 작은 사이즈도 크기가 맞지 않을거예요. 옷길이는 아슬아슬하게 끌리지 않겠지만 팔 길이가 안 맞을 거고요.“라면서 만류하더군요. 그리고 이 대화는 각각 한국어와 일분어로 이루어졌습니다. ..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저나 G나 L은 한국어로 대화했고, 그걸 옆에서 직원이 듣고는 일본어와 간단한 영어를 섞어서 설명해주더라고요. 그걸 또 다 알아듣겠더란게 포인트.
그리고 모든 직원들은 어린이를 좋아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눈을 맞춰오고 손을 내밀고 하이파이브를 청합니다. 아이에게 말을 걸고 대화해주고 칭찬을 합니다. 이런 공간이 점점 넓어진다면 애 키우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네요. 하... 직원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매뉴얼을 외부 공동체에도 뿌려주세요. 적극적인 외부 유출이 필요합니다.

아차. 제목의 본론을 빼먹었네요.

놀이공원은 원래 좋아하지 않는 터라 해리 포터 체험형 놀이기구도 재미 없었지만, 입장할 때 받은 시각적 충격과, 그 뒤에 보인 호그와트의 전경은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데가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엉뚱하게도 해리 포터 레고에 도로 관심이 가더랍니다. 상품을 구입하지 않았으니 거꾸로 해리 포터 레고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으로 훅 튀었네요. 호그와트랑 입학생 스페셜 패키지(아님) 정도. 집 레고 상자를 정리해보고 방출한 다음에 생각하더라도, 하여간 호그와트 성은 굉장히 땡깁니다. 참 멋지죠.....

는 둘째치고. 제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해리 포터 2차 창작 두 작품 중 하나가 지금 호그와트의 비위생적인 기숙사 시설을 두고 사람의 복장을 뒤집는데 말입니다. 아, 물론 뒤집히는 건 독자의 복장입니다. 기숙사 시설이 지독히 20세기 영국적인 수준임에도, 이사들의 반응이 거의 ”21세기 한국군의 넷키배현역들“의 반응과 같더라고요. 원래 애들은 그렇게 빡빡하게 키워야 튼튼하게 자란다는. 하기야 해리 포터 초반도 아니고, 아직 입학하기 전의 이야기이니 시간적으로 옛날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 논지를 보면 멱살을 잡아다가 마리아나 해구로 던져 버리고 싶다니까요. 하하하하하.... 그것도 환경오염이겠지만요.

하여간 해리 포터를 보고 있다가 엉뚱하게 레고와 2차 창작으로 눈이 돌아갔다는 감상문입니다. 하. 담주 출근에 무리 안되게 몸 잘 사리면서 다닐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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