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저녁의 사진은 별로 없어서 글로 설명합니다. 이날, 저랑 L은 숙소에서 뻗어 있고 G는 다시 쇼핑하러 나갔습니다. 나갔다가 다이마루 삿포로점에서 발렌타인데이 선물 판매 행사장을 만들었다면서 귀여운 걸로 하나 들고 왔더군요.

 

 

 

봉투에 이름이 있네요. KITSUNE TO LEMON. 레몬을 물고 달려가는 여우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여우가 시트러스계 과일을 물고 달려간다라. 개나 고양이나 다 레몬계통은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 아닌가? 상품은 레몬케이크입니다. 그러면 또 의미가 달라지지요. 잘 구워낸 빵이나 케이크의 색을 여우색(키츠네이로)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면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다만 케이크는 그만큼의 맛이 아니로군요. 이날 아점과 점저를 이어 먹었던 터라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며 투덜대다가, 그래도 맛있으면 더 사와야 하니 맛만 보았거든요. 레몬이 들어간 케이크들을 먹을 때 기준이 되는 건 메종엠오의 마들렌글라쎄입니다. 신맛과 단맛의 조화를 그 과자를 기준으로 잡는데, 아쉽게도 그냥 평범한 레몬케이크였어요.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G의 쇼핑건이 조금 더 남아서 다시 나갑니다. 이번에는 스텔라 플레이스로 갔지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번 여행 쇼핑목표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향수 매장에 가서 왕창 구입합니다. 저는 향을 썩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G는 은근 관심이 있어서 이런 저런 향을 돌려 씁니다. 관심 있는 향수 매장이 마침 삿포로에도 있어서 다녀온 거죠. 가서 향수를 사고, 돌아다니다가 기노쿠니야로 건너옵니다.

 

 

 

 

한국이라면 Living이나 Life, 생활이나 살림에 분류될 책들이 모여 있던 코너입니다. 간행물 코너라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그리고 이걸 보고 실소했던 건 60대부터 시작하는 기분좋은 생활과 집정리라서요. 30대도, 40대도 아닌 60대. 60대는 은퇴 연령이니, 은퇴해서 또 다른 삶을 꾸려가는 걸 보여주는 걸까요. 독서 연령이나 도서구입 연령 타겟이 점점 위로 올라가나 봅니다. 예전에는 40대였지 않았나. 50대는 바빠서 이런 책을 볼 시간이 없어 넘어간 건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dankyu 2월 호에 홀랑 넘어가서 집어온 터라 할 말이 없습니다. 흠흠. 하지만 쟤가 먼저...! 아침밥 이야기를 꺼냈다고요...!

 

 

 

 

책벌레의 하극상. M님께 추천받고도 아직 손 못댔는데, 슬슬 손대야 할까요. 크흡. 완결 기념 전시회는 못갔지만 하츠 아키코 전시회 다음주였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하....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식사는 든든히. 다음부터는 죽을 먹는 것도 생각해볼까요. 올해 감자도, 당근도 풍년이라 제주도 농민들이 시름에 잠긴 모양입니다. 당근은 맛있으니까, 한 상자 사다놓고 열심히 먹는 것도 생각해보렵니다. 라페도 좋고, 가볍게 절이는 것도 좋고. 그냥 찜닭 양념 넣고 뭉근히 익히는 것도 맛있을 겁니다.'ㅠ'

 

 

숙소에서는 9시쯤 체크아웃해서, 공항특급을 타러 올라옵니다. 지정석을 미리 예약할까 하다가 지정석보다는 자유석이 더 많으니 그냥 줄서서 탑승하기로 합니다. 캐리어가 많은데다 무거워서 고생이었지요. 어른 둘에 아이 하나라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겨울이잖아요.

 

 

공항에 들어와, 입국일에 넣어뒀던 보관함으로 가던 도중, 커다란 캐리어가 들어갈만한 보관함이 2층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요. 그 와중에 2층의 로비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줄 서서 인원 체크중인 것 같더라고요.

 

 

 

 

3층으로 올라와 스타벅스부터 찾습니다. 아직 약간 이른 시간이라 자리는 있습니다. 어머니 드릴 커피 잔뜩이랑 제가 마실 드립백, 오늘의 커피와 G의 말차 프라푸치노 작은 컵. 일본은 찬 음료도 작은 컵 주문이 가능한게 좋습니다. 옆에서 로오히를 돌리며 커피 보충을 하고, 그 사이 G는 짐을 맡긴채 L과 놀러 나갑니다.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L이 있으니 아무래도 먹어야죠.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도전 못한 수프카레를 L이 맛있게 먹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들어가자 주장합니다. 지난 여행 때도 들렀던 밥집 Royal Host입니다. 지난 여행 때 여기서 수프카레를 먹었더랬지요. 무난한 맛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메뉴도 많았으니 L이 고르기도 좋지 않을까 싶어 끌고 갔는데.

 

 

 

L의 선택은 어린이 메뉴입니다. 카레와 소시지. 거기에 감자 튀김. L도 이것저것 한참 고민하더니 데미그라스 소스...일거예요. 소스를 올린 오무라이스를 고릅니다.

 

 

 

 

 

저는 구운채소를 곁들인 블랙앵거스 스테이크 덮밥.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지만 매우 맛있었습니다. 채소도 전부, 고기도 전부 다 챙겨먹었습니다. 다음에도 공항에서의 식사는 여기를 고르지 않을까요. 면요리를 좋아하지만 라멘은 썩 좋아하지 않는게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끼니들도 라멘이 없었군요. 오히려 지난 여행에서 라멘 먹은 적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정도일 겁니다? 한 번이었나?

 

 

 

이걸로 일정이 끝....이 아닙니다. 국제선 탑승 줄은 짐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출국 수속까지 무사히 다 끝내고 들어간 다음, G가 쇼핑 다녀와서 보여준 블렌디 커피 믹스에 홀딱 넘어가서, L과 함께 손잡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마구 구입했습니다. 그 사진은 맨 아래에. 다른 물건들이랑 함께 정리해야죠.

 

 

 

 

출발하는 삿포로는 맑은 날이었지만, 올라와서 날다보니 구름은 두껍더랍니다.

 

 

 

 

 

 

최종적으로 정리한 짐. 선물용으로 사와서 바로 그 다음에 보낸 롯가테이 과자들. 거기에 면세로 주문한 이니스프리 화장품들, 공항 면세점에서 충동구매한 블렌디 스틱 두 종류와 양파수프 믹스, 홋카이도 이름을 붙여 낸 모리나가 핫케이크 믹스, 다음 방문은 없을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레서판다 노리다케 머그, 팥과 강낭콩과 요츠바 버터밀크 핫케이크 믹스, 태공 옆에 있는 안약 두 종과 드립백 두 종.

 

 

이번에도 체력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체력은 많아도 문제 안되니까 걱정말고 쌓아둬야겠네요. 하.. 앞으로 몇 번의 여행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체력은 더 부족할 것이니 평소에 관리 잘 해둡시다. 끝.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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