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한 편 더 올렸어야 했지만, 그날 책읽는데 정신이 팔려서 글 쓰는 걸 잊었습니다. 어제 아침에야, 일요일에 글 썼던가라며 뒤늦게 떠올렸을 정도니까요.
셋째 날. 이날은 삿포로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느긋하게 호텔 19층에서 일식으로 조식을 챙겨먹고 지하도로 빠져, 스스키노를 향헤 걸어갑니다. 오늘의 목표는 메가 돈키호테. 삿포로 역에서 지하도를 따라 죽 걸어가다가 중간에 빠지면, 타누키코지(너구리 소로) 근처에 가게가 있습니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들어가서 한 번에 쇼핑하는 쪽이 편합니다. 체력이 없고, 아이가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죠.
설렁설렁 걸어가는 도중에 발견한 자수 작품.
자수와 그리고 접사입니다. 와아아. 멋지다....... 솜씨도 그렇지만 저런 문양의 디자인도 굉장합니다. 저는 이런 디자인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져 더 부럽습니다. 흑흑흑.
https://maps.app.goo.gl/VmDAXftrcUM274sh7
메가 돈키는 건물 하나가 통째로 매장이라, 여러 층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1층은 의약품이 있고, 따로 매대가 있습니다. 의약품 종류는 다른 카운터가 아니라 1층의 특정 계산대에서만 계산 가능하더라고요. 부탁받은 안약을 여기서 발견한 덕에 구매하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G도 하나 구매해보겠다며 덥석 집어 듭니다. 여러모로 비교하다가, 하나는 '화한 느낌(冷やし)'이라길래 아닌 걸로 골라 잡았습니다.
친구에게 부탁받은 물건은 '로토 아이 스트레치 콘택트'. G가 고른 안약은 '로토 비타 40 알파'입니다. 이름대로 둘다 로토제약 제품이었지요. G가 구매한 제품은 할인중이라 198엔. 저렴해서 골라든 것 맞습니다. 정가는 500엔 넘는 모양이더라고요.
이날 사온 안약은 그날 사용해본 G가 몸 서리치면서 여행 선물로 결심했습니다. 궁금하다면서 한 방울 눈에 넣더니만, 눈물 날 것 같다며 몸을 뒤틀더라고요. 궁금해서 저도 한 방울 넣어봤다가 아주 신선한(..) 자극을 맛보았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부연 설명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로토제약의 안약은 자극 정도를 최고 5점까지로 매겨 소개한답니다. 이날 구입했던 비타 40 알파는 비타민이 첨가된 안약으로, 비타민이 들어가면 넣었을 때 찌릿한 느낌이 있다고 합니다. 확인해보니 자극 정도는 3. 음... 3이 이정도면 5는 어느 정도일까요.
하여간 그 맛(?)을 본 G는 이 안약을 여행 선물로 동료들에게 주면 딱이라면서 구매를 결심합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할인 중이어서였지요. 숙소에서 삿포로역으로 가는 도중, 삿포로 역 지하 1층에서 만난 드러그스토어에서도 가격이 158엔이었습니다. 원래 가격이라면 여행선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저 가격이면 부담없이 뿌릴 수 있습니다. 저도 다음에 여행 가면 한 병 사올까 싶군요. 오늘도 눈이 뻑뻑하니, 저런 몸서리치는 자극이 그립습니다.(...)
메가돈키의 사진들을 올리다보니 지난 글에 이어, '사올걸 그랬나'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메가돈키에서도 살걸 그랬나 싶지만, 바꿔 생각하면 안 사도 그만인 물건들이요.
그러니까 이런거.
슬라임이 귀엽고 몽글하다는 착각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드래곤 퀘스트의 슬라임들. 그러고 보니 이 슬라임, 『아벨 원정대』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로 나온 거기서 시작하지요. 주인공이랑 같이 놀던 그 슬라임이 그렇게 생겼지요.
게임 속 슬라임들은 원래 산성계통이라, 산성액을 뿌리거나 몸 안에서 산으로 녹입니다. 몽실몽실할리가 없지요.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슬라임을 잘 가공해서 젤라틴이나 해파리와 유사한 느낌으로 먹는 설정도 있습니다. 이쪽 설정은 훨씬 뒤에 나온 것이라, 원래의 슬라임은 낮은 레벨의 잡기 쉬운 몬스터로 주로 등장합니다.
인형말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맨위의 다섯종은 자석이고, 아래에는 숟가락과 포크도 있어요. 아냐, 여기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귀엽지만, 안 사는 걸로.
하지만 진짜로 귀여웠다고요.ㅠ_ㅠ 지금 보니 양파 같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것 아닙니까. 흑.
뽑기형의 세트도 있지만, 이런 건 돈키에서 찾는 것보다 아예 아마존에서 상자단위로 구매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여기서 칼리타의 커피 세트 식완을 보고는 혹시 상자를 통째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제 일본어가 짧아서인지, 아닌지 없다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으니 일본어 공부를 더 해야겠습니다. 흑.
사와도 어차피 전시만 하겠지요. 그리고 정말로 사고 싶다면 구매대행이든 배송대행지든 써서 구입할테니까요.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받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메가돈키에 가기 전에 파르코의 다른 가게에 G의 쇼핑을 위해 잠시 들렀다가, 이번에는 홀랑홀랑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구글 맵에서 찾아낸 평점 괜찮은 커피집이 돈키에서 걸어서 몇 블럭만 더 가면 되더군요.
https://maps.app.goo.gl/pRZfSN7n4ro4swAD6
ONIYANMA COFFEE & BEER. 오니얀마 커피앤비어.
의자가 있는 사진 왼쪽편이 입구입니다. 빌딩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쯤이라,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음식류도 주문하기로 결정합니다.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여럿 있었거든요. 메뉴판을 붙들고 한참 고민하다가 주문합니다. 베지 크로크무슈, 티라미수, 시폰케이크와 커피아이스크림, 아이스카페라떼와 중국 운남 커피.
.. 맨 마지막이 조금 희한하죠? 이전에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차의 명산지인 운남성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 있습니다. 여기서 그 커피를 만날 수 있을 줄 몰랐네요. 이런 특이한 커피는 만났을 때 마셔야 합니다.
유리잔에 담긴 뜨거운 커피에 초점이 맞아서 아래 커피 정보 카드가 안 보이지만, 그것만 따로 찍어둔 사진이 또 있습니다.
복숭아, 라이치, 자스민. 매우 독특하죠. 실제 마셔보면 특이합니다. 커피인데 지금까지 마셨던 다른 커피들과는 다른 방향의 향이 올라오더라고요. 플로랄계의 커피는 드물게 마시는 지라, 주로 산미가 도는 과일쪽의 맛을 접했습니다만, 그것과는 다릅니다. 라이치향이라 생각하고 마시면 정말 그런 것 같은 느낌. 적다보니 예언적 확신? 암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여튼 보통 접하는 플로랄 향과는 다릅니다.
평소 즐기는 커피타입하고는 다르지만 이쪽도 화사한 느낌의 커피라 마셔볼만 합니다. 물론 잘 내리는 곳에서 마셔야지요. 커피는 내리는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탑니다. 맛없게 내리면 아무리 좋은 원두라도 이맛도 저맛도 아닌 NO맛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은 B님이랑 실시간으로 수다떨 때 찍어 보낸 사진이군요.=ㅁ= 카카오톡이 있으니 수다떨면서 여행도 가능하다...
베지 크로크무슈는 사진에 없네요. 시폰케이크나 티라미수나 둘 다 맛있었습니다. 베지 크로크무슈도 맛있었고요.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높은 편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갔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티라미수도, 아래 진한 커피에 적신 레이디핑거와 위의 크림, 코코아가루가 잘 어울리더라고요. 스폰지가 아니라 레이디핑거라 평점 가산인데다가, 커피와의 밸런스가 잘 맞았습니다.
.. 적다보니 갑자기 티라미수가 만들고 싶군요.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먹는 쪽이 문제인 나이.. 하..;ㅂ; 게다가 티라미수는 재료 구입하다보면 항상 대량으로 제조하게 된단 말입니다.
커피까지 마시고 설렁설렁 걸어서 롯가테이로 가다가, 숙소로 들어갑니다. 숙소로 돌아가야 했던 여러 이유 중에는 업무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휴가 내기 전에 작성해서 제출했던 자료가 일부 누락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서 확인하러 갔거든요. 노트북은 여행 다닐 때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대응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숙소 들어가자마자 들어가서 메신저 열었더니 쏟아지는 업무 연락. 아니.-_- 나 휴가라고. 게다가 그 중엔 업무 협조 연락도 있었습니다. 몇 주 전에 진작에 연락했어야 하는 걸, 기간 닥쳐서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이야아. 이 환상적인 업무 연락 속도라니, 혈압이 마구 오릅니다.
어쨌건 자료 누락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추가 작성해서 메신저로 보내고, 협조 연락도 답장을 보냅니다. 제가 숙소에 들어와 이런 작업하는 사이에, G와 L은 오오도리 공원의 길가에 쌓인 눈을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저랑은 롯가테이 삿포로 본점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오오도리 공원의 1월은 삿포로 눈축제 준비가 한창입니다. 19년 1월에 왔을 때는 눈이 하도 안와서 제설기를 쓰더니, 이번에는 눈이 엄청나게 쏟아져서 걱정없이 틀을 만듭니다. 이미 저 3단 높이까지 눈이 차있는 상태입니다. 얼핏 사각형으로 눈 뭉쳐 놓은 것이 보입니다. 저 안쪽은 축제 준비로 들어가지 못하니, 보도 옆에 허리 높이로 쌓인 눈들을 열심히 눈집게로 찍어내는 겁니다.
올해는 눈 걱정 없어서 좋군요. 포크레인이 신나게 작업중... 아마도....
이런 눈들. L은 챙겨온 눈집게를 들고 야무지개 하트와 라이언 눈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제가 먼저 숙소로 돌아간 사이에 지나가던 다른 외국인과 사진 찍고 놀고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G도 일본어 공부 의욕이 불붙었습니다. 그래, 그래야 자네도 좀 편하게 다니지.=ㅁ=
업무들을 다 물리치고 서둘러 약속한 롯가테이로 옵니다. G는 여기서 여행 선물을 채울 생각이었고, 저는 2층의 카페에 방문할 생각이었지요. 2층 카페는 대부분 2인석이라, 세 명 자리는 조금 오래 기다렸습니다. L은 아이패드를 쥐어주면 되다보니 이번 여행은 기다리는 것도 그럭저럭 할만 했습니다.
기다려서 자리를 잡고, 이번에도 폭주합니다. 제대로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또 먹는 거야!
참고로 오니얀마 방문 시각이 11시 반 정도, 롯가테이 방문은 1시 반 경이었습니다.
롯가테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버터샌드죠. 그거의 아이스버전입니다. 마루세이 아이스샌드(250엔). 거기에 딸기우유(480엔).
버터샌드는 이렇게 두 조각으로 나눠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G랑 L이랑 나눠먹었습니다. .. 먹고 보니 이거, 건포도는 럼 절임인데 꼬마에게 괜찮을라나? 이정도는 괜찮겠지요?;
아이스라 접착력이 약하다보니, 이렇게 툭.....;
이어서 믹스피자(1050엔)와 콩을 넣은 쿠페빵(450엔). 피자는 그 며칠 전부터 피자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꼬마를 위해 주문했습니다. L도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열심히 먹는 모양입니다. 여행 가 있는 내내 피자를 외쳤습니다.
피자와 쿠페빵 때문인지 아예 가위가 함께 나오더라고요. 좋았습니다. 가위로 자르는 쪽이 훨씬 편해요. 그리고 L 앞에는 본인이 고른 핫케이크(750)가 놓입니다.
빵 자체의 맛은 무난하지만 모양새는 완벽합니다. 완벽한 핫케이크. 핫케이크의 맛이 유별날 정도인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건 사진으로만 봐도 흡족합니다. 거기에 버터와 시럽을 더하면 맛 없을리 없죠. 하... 진짜 이 조합은 틀릴 수 없는 맛의 조합이예요. 여행하는 동안은 잠시 건강 걱정 내려 둡시다. 이렇게 먹기 위해 더 운동할게요.
쟈아. 여행기는 이제 하나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사진 찍을 것이 많이 없기도 했지요.'ㅂ' 쇼핑도 거의 G가 하다보니 저는 구경만 이래저래 하고 끝났거든요. 남은 사진은 다음 여행기에 탈탈 털어 모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