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은 한국에서는 고베대지진이라 부르는, 한신아와지대진재(대재해) 29년이었습니다. 여행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니다보니, 해마다 1월 17일에는 이 뉴스를 보더라고요.

고베 지진이 새벽에 일어났던 터라, 피해도 더 컸고, 그 때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그 새벽 시간에 맞춰 촛불을 켭니다. 초가 쉬이 꺼지지 않게, 자른 대나무에 초를 넣어 기리더군요. 한국으로 치자면 종이컵에 넣은 촛불인 셈입니다.

29년이니 한참 전이지만, 그 재해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은 아마 잊지 못할 겁니다. 그거야, 지난 1월 1일의 지진을 맞이한 호쿠리쿠-노토반도 지진 이재민들도 그럴 것이고요. 호쿠리쿠 지진이 난 지 3주 정도 지났지만, 복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상하수도부터 시작해, 도로 등의 인프라들이 다시 정비되려면 멀었죠. 비용도 어마어마할 거고요.

 

 

 

 

호텔 조식 시간은 6시 30분부터라, 일찌감치 내려갔습니다. 평소에는 아침을 안 먹지만, 여행다닐 때는 안 먹으면 안되죠. 이것저것 관심 가는 메뉴들을 골라 먹었습니다. 센츄리 로얄 호텔 삿포로의 조식은 상층의 일식당과 2층의 뷔페 레스토랑 중 골라서 갈 수 있습니다. 이날은 뷔페, 둘째날은 일식당, 마지막 날은 다시 뷔페였습니다. 하루 걸러 두 번 방문한 뷔페는 메뉴가 조금씩 바뀌더라고요.'ㅠ'

 

 

 

 

이쪽이 일식입니다. 아무래도 G는 뷔페쪽이 취향이죠. 아침이라 입맛이 없기도 하고, 나와 있는 음식들이 어른 취향이라 깨작깨작 먹더랍니다.

 

왼쪽의 작은 냄비는 일본식 된장국입니다. 유부 미소시루였는데, 맛있었어요. 파라핀 연료로 데우는 터라 마지막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펜을 쓴 것 같은 경단, 거기에 간장을 뿌린 간 무와 생선, 달걀말이, 뱅어와 비슷한 시라스, 절인채소와 회까지. 다양하지만 G의 입맛에는 음.... 그래서 그 다음날은 도로 뷔페로 내려갔지요.

 

 

 

 

 

둘째 날 아침, 삿포로 역으로 갈 때는 제가 우겨서 1층으로 나갔습니다. 지하도로 가면 덜 춥고 얼음에 미끄러지는 거 생각 안해도 되지만 괜히 밖으로 나가고 싶더라고요. 삿포로역 광장에서 역을 등지고 남쪽 방향을 찍은 사진인데, 바닥은 눈이 다 녹았습니다. 열선을 깔아둔건가 싶더군요. 그 전에 올 때는 이 정도로 깨끗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한참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도 눈이 많이 내려서 캐리어 끌고 갈 때 애를 먹었습니다. 그 때의 숙소는 사진에는 안 보이는, 사진상으로는 오른쪽 저 편에 있을 호텔 그레이서리 삿포로입니다. 지하 연결이 안되어서 지상으로 다녔거든요.

 

 

마찬가지로 둘째 날입니다. 아사히카와로 가는 특급 카무이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는데, 재미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승강장 건너편에 열차가 한 대 들어왔고, 종점이었는지 승객이 모두 내립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두 명의 승무원이 내려 열차 안을 확인하며 걸어갑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아마도 철덕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타나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철덕을 찍는 관광객.'ㅂ'a

(분명 다른 분이 나타나 이 열차가 어떤 건지 설명해주실거야...)

 

 

 

아사히카와에서의 점심은 이온몰의 식당가에서 먹었습니다. L에게 뭐가 먹고 싶냐 물었더니 피자라 답했고, 피자를 찾기 위해 한 바퀴 돌았지만 없었습니다. 식당가의 뷔페 메뉴로는 있었지만 단독으로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와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먹을 것 같은 경양식집에 들어갔습니다. 경양식이라기에는 조금 고급형인 덴버 프리미엄(Denver Premium)으로요. 종업원을 줄이기 위함인지, 여기도 주문은 각 탁자 위에 있는 패널로 받고, 배달은 로봇이 하더랍니다.

 

 

 

인력은 줄일 수 있지만, 기본비용은 마찬가지로 들어갈 겁니다. 시스템 자체는 12월 초에 교토에서 방문한 포무노키와 같더군요. 음료는 자유롭게 갖다 마실 수 있는 드링크바를 주문 항목에 넣거나 세트메뉴에 포함시켜서 손님들이 직접 이용하도록 하고, 음식 주문은 테이블에 부착된 태블릿으로. 이 음식점은 음식 배달도 일손 줄이는 쪽으로 하고, 치우는 것과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는 일, 식사 후 결제만 사람에게 맡깁니다. 덕분에 홀 담당 직원은 정신없이 바쁘더라고요. 점심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쉴 틈이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소고기스튜, 소고기 햄버그 데미그라스 소스에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요. 거기에 저는 빵, G는 밥. L은 어린이용 메뉴로 팬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고루고루 나눠 먹었지만요. 맛은 생각하는 만큼의, 딱 그 맛입니다. 확실히 홋카이도는 채소가 맛있어요.

 

 

 

이온몰 식당가에서 아래로 내려가다가 발견한 귀여운 물건. 일본의 잡화들은 귀여운 제품이 많지요. 그래서 웬만큼 귀여워서 사람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가 아니면 무심히 지나치게 됩니다. 이쪽도 사진만 찍고 돌아섰지요.

 

 

 

 

 

여행 다녀오면 사진 보면서 왜 제품 하나쯤 집어들지 않았을까 후회하지만, 압니다. 들고 와도 책장에 모셔두고 그 뒤에 잊는다는 걸.

 

 

하여간. 동물원 방문 후 점심을 느지막히 챙겨먹고, 이온몰 1층에서 무인양품 들어가서 세일하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숙소에서 쓸 식사도구를 구입했습니다. 젓가락이랑 포크, 숟가락 등등 말입니다.

 

15시 열차로 출발해 16시 25분에 삿포로 역 도착. 피곤했지만 그래도 목적지가 있으니까요. G의 여행 목적 중 하나(쇼핑)를 해결하러 잠시 돌아다녔다가, 다이마루 백화점 4층에 애프터눈티룸이 있는 걸 보고 오랜만에 찾아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일본 여행 다닐 때는 일부러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면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30%의 확률로 들어가는 가게가 되었네요. 안 들어갈 때가 더 많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본 터라 어떨까 싶어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딸기 시즌이라 그런지 신기한 메뉴가 있더라고요. 딸기차이티. 이거 뭐냐...+ㅠ+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하면 세 종류의 디저트에 음료를 한 잔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따라오는 음료로는 딸기쥬레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딸기 차이티는 한 잔 추가했습니다.

포트가 매우 인상적이지요. 이상적인 모양의 주전자. 게다가 법랑 재질이라 가볍습니다. 애프터눈 티 룸의 사용 제품은 모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판매중이더라고요. 물론 안 샀지만. 아이스 딸기차이티가 뭔가 했더니, 저 딸기 절임을 컵에 붓고 차이를 따르면 된답니다. 그리고 저 차이는 팩으로도 팔더라고요. 오오. 그 차이팩 사다가 설탕만 입맛에 맞게 타 먹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무거워서 안 샀지.... 1리터 팩은 1kg이란 걸 잊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음료를 시켰던 G는 생각보다 안 달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건 역시 타조차이티의 달고 단 맛이라 평했습니다. 하지만 타조 차이티는 이제 가고 없죠. 스타벅스 메뉴에서 사라졌습니다.

 

 

 

 

아이스 딸기 쥬레. 뭐냐면, 가볍게 굳힌 젤리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아이스티입니다. 잘 섞어 마시니 맛있더라고요. 쓰읍... 젤라틴을 집에다가 좀 들여 놓고 올 여름에는 이렇게도 마셔볼까요. 맛있던데. 옛날 옛적에 한국 스벅에도 비슷한 음료가 있었지요. 커피젤리가 들어간 스벅 음료 말입니다.

 

 

 

 

 

그 젤리는 디저트로도 주문했습니다. 거기에 딸기 까눌레와 샌드위치 형태의 크림 딸기 도라야키. 라고 멋대로 부릅니다. 이 때 딸기 시즌이라고 딸기 파르페도 있던데, 주문할까 하다가 티세트에서 고를 수 있는 디저트에 미니 사이즈가 있는 걸 보고 그걸로 골랐습니다. 점심 먹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 더 먹기는 부담스러워서요.

 

 

 

잠시 쉬다가, 지하 식품매장으로 내려가 추가로 쇼핑볼 것이 있나 둘러보고, G가 다른 매장 둘러보는 사이에 과일을 좀 삽니다. 딸기와 자른 과일 모둠, 그리고 일본 여행 가면 종류별로 쟁이겠다 생각했던 카레 루도 구입하고요. 그리고 다이마루 길 건너의 기노쿠니야의 스타벅스에서 카페 미스트, 오페라 프라푸치노, 반건조토마토 피자토스트, 홋카이도 머그를 구입합니다. 카페 미스트는 오늘의 커피와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내에서 재주문 가능 음료더라고요. 영수증을 보고 알았습니다. 한 잔 구입했다면 그 날 안에 스타벅스에서 할인가격으로 동일 음료를 한 잔 더 받을 수 있는 겁니다.'ㅠ'

 

홋카이도 머그는 G의 몫이라, 위의 사진에는 제 몫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레서판다 머그, 무인양품에서 사온 숟가락, 다이마루 지하 슈퍼에서 사온 크림스튜 루와 카레 루, 해시드비프 루 세 개만 찍혀 있습니다.

 

 

 

 

스타벅스 삿포로 기노쿠니야 점에서 구입한 카페 미스트는, 컵 리드에 이런 그림이 있더라고요. 이 컵뿐만 아니라 여행 기간 중 스벅에서 구입한 모든 컵에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 귀여워...!

 

 

 

이렇게 귀여운 사진을 마지막으로, 나머지는 다음 여행기로 넘깁니다. 3일차의 사진은 먹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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