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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하면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이 먼저 떠오릅니다. 종이책은 절판이지만, 전자책으로는 아직 읽을 수 있습니다. 멍멍이가 귀엽고, 고양이가 멋집니다. 물론 뱀과 부엉이와 박쥐도 한 몫합니다. 그리고 결말은 아는 사람들은 실컷 폭소하며 볼 수 있는 유쾌한 동물 활극이고요.
그럴진대. 이제는 웃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밀린 시사인을 몰아서 읽다가 눈물 뚝뚝 흘리고는 잠시 읽는 걸 멈추었거든요. 아니 진짜, 진짜 울 수밖에 없습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0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아직 바닥에 핏자국이 남아 있던 새벽, 이태원 골목길에 따뜻한 국 냄새가 퍼졌다. 남인석씨는 ‘애들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흰 밥을 지었다. 길에서 생을 마감한 차가운 몸을 덥히라고 북엇국도 끓였다. 배며 사과며 과일을 꺼냈다. 작은 상을 차려 골목으로 가져갔다. 밤새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와 엎드려 울었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 대여섯이 와서 그를 말렸다. 승강이를 벌이다 ‘애들 밥 한 끼는 먹여서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남씨의 말에 다 같이 울었다. 참사 1주기를 맞으며, 그는 이제 나라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제사상을 차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공간 조성’이다.
그 다음 날의 사진으로, 사진으로만 그 빈 오르막 길에 펼쳐 졌던 제사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먹먹해지는게, 같이 울었던 경찰들의 마음도, 그렇게라도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싶었던 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서요. 위의 기사에는 이태원 상인 남인석씨의 이야기만 있지만, 종이 잡지에는 딸을 잃은 유족, 본인이 생존자인지 의문을 던지는 당사자, 그날 비번이었다가 황망히 뛰쳐나와야 했던 경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주말이 할로윈 행사 날이지요. 없다고 하지만 다들 몰려 나올 겁니다. 그 앞에서 추모의 살풀이 굿이라도, 아니면 상복이라도, 저승사자의 정복이라도 차려 입고 추모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훌쩍. 평온하고 별 일 없는 주말 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