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블로그에 올렸던 카페 중에는 대학로 소나무길 근방에 있는 카페 키이로가 있지요. 그리고 키이로가 따로 과자 공방을 냈던 공간이 낙산 자락에 있던 모리앤입니다. 모리앤과 키이로 두 곳을 운영하기 쉽지 않아 그랬던건지, 모리앤쪽이 폐점했고, 그 자리에 치읓이라는 푸딩 전문집이 들어왔습니다.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키이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왔을 겁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을 안하지만, G가 자주 들여다보는 터라 소식은 전해 들었거든요. 어디더라, 하여간 다른 곳에서 푸딩집 하던 분이 모리앤 자리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진한 푸딩에, 진한 아이스커피라는 말에 언젠가 방문하리라 결심했는데, 그게 치과 치료 받은 당일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이 진한 배덕감이라니. 아냐, 치과 진료를 무사히 마쳤으니 그 보상 심리로 다녀왔던 거라고요. 무려 두 주나 이 때문에 고생했거든요. 흑흑흑. 물론 실제적인 고생 기간 생각하면 두 주가 아니라 대략 두 달이지만. 이 때운 곳이 떨어져서 그 다음 조치를 취했던 터라, 처음 떨어진 때와 또 떨어지고 붙였던 때까지 하면 두 달보다 더 될지도요.

 

 

 

지도 상으로는 혜화역에서 가까워 보일지 모릅니다만, 대학로 다녀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저기 산 중턱이거든요. 동숭아트센터에서 더 올라간 곳입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가세요. 대신 위의 사진을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G랑 같이 가서는 G에게 메뉴를 맡겼더니 종류별로 하나씩 시키더라고요. 흰색이 아마도 앙쥬, 가운데가 푸딩, 그 옆은 복숭아 롤케이크입니다. 앙쥬는 속에 시트와 살구콩포트가 들어 있고, 겉은 유자향이 물씬 풍기는 무스입니다. 살구가 살짝 쫀득한 느낌으로 씹히는데다, 유자의 향하고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맛있었지요. 푸딩은 젤리 타입으로 부서지거나, 크림처럼 진득한 타입이 아니고 살짝 쫀득하게, 숟가락을 넣으면 탄력감 있게 들어가는 질감입니다. 거기에 진한 캐러멜 소스가 있으니 맛없을리 없지요. 그래서 커피와도 잘 어울립니다. G의 커피는 카페오레, 제 쪽은 블렌드 아이스커피였고 둘다 맛있더랍니다. 아이스커피는 상당히 진해서 입안 전체에 커피 향이 감도는 느낌이더라고요. 카페오레는 그보다는 약하지만, 살짝 단맛이돕니다. 카페라떼가 아니라 카페오레라는 점은 잊으면 안되죠. 에스프레소에 우유 붓는게 아니라, 드립커피 혹은 침출식 커피에 우유를 섞은 겁니다. 전 이쪽도 좋아하니 문제 없었고요. 쓰읍.

 

롤케이크는 보통 떠올리는 스펀지가 아니라, 샤를로트였나. 그보다는 약간 질긴 느낌의 시트를 쓴 모양입니다. 시트 겉부분도 슈거파우더를 뿌린 듯 단맛이 돌고요. 그래서 안의 소스와 붉은 복숭아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복숭아도 맛있고요. 쓰읍. 하... 감상 적으면서 내내 발등 찍는 느낌이 들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요.;ㅂ;

 

 

조금 멀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카페가 생긴 건 좋습니다. 차가운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동안에 한 번 더 다녀오고 싶네요. 푸딩도 맛있고, 다른 케이크도 맛있는 집이 생겨서 좋습니다. 그러니 생각날 때 키이로도 한 번 더 가야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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