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빙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먹은 빙수가 많지 않긴 합니다. 하지만 벌써 8월 상순이 지났고 팥빙수 시즌은 길지 않으며, 요즘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 외에 추가로 먹을 빙수라고는 밀탑의 얼려 먹는 우유 빙수 정도입니다. 그건 집에서 섞어 먹는 것이니 아주 맛있을 거란 기대는 안합니다. 찰떡도, 미숫가루도, 팥앙금도 다 있지만 그건 기본 빙수고. 폴 바셋 빙수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과 귀리과자가 들어갑니다.

 

지난 번에 대학로 폴 바셋 갔다가 블루베리 요거트 프라페(스무디인가..)와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 G를 끌고 꼭 가보겠다고 결심했고, 오늘 G와 함께 비바람을 뚫고 폴 바셋 가서는 메뉴를 고민했지요. G의 저녁으로는 샌드위치를, 제 몫으로는 블루베리 요거트 신작 음료와 블루베리 빙수 중에서 고민하다가 기본의 팥빙수를 골랐습니다. 팥빙수는 팥이 있지요. 다른 과일 빙수는 팥이 들어가는지 확신이 안서지만, 팥빙수는 무조건 팥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팥빙수로. 사진을 보면 인절미도 올라가는 것 같고, 아이스크림도 있는 모양이니 주문하고 봅니다.

 

아무래도 올라가는 재료가 많다보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도 곧 준비되어 나오더라고요. 받아보고는 만족했고, 먹어보고는 더 만족했습니다. 이야아아. 최근 먹어본 팥빙수 중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일단 빙질이 좋고요. 아니, 스케이트링크도 아닌데 무슨 빙질이냐 싶지만, 뭉치지도 않고 살포시 녹아내리고 단맛이 도는 우유 얼음입니다. 그 단맛이 아이스크림의 단맛과는 다르게 잘 어울립니다. 자칫하면 아이스크림에 묻히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팥과 함께 먹으면 아이스크림의 유지방 풍부한 맛과는 또 다른 우유 단맛이 잘 어울립니다. 거기에 팥도, 완전히 으깬게 아니라 적당히 살아 있으면서 씹히는 맛이, 또 팥껍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그 씹는 맛이 좋더라고요. 팥도 맛있더군요. 오랜만에 먹는 단맛이라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떡도 맛있고요. 거기에 바삭바삭한 식감을 더한 것이 저 오트밀 과자입니다. 처음 먹을 때는 질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닙니다. 단단하지만 바삭바삭합니다. 차가운 간식 위에 올라간 터라 딱딱하게도 느껴지지만 막상 씹어보면 다릅니다. 딱딱하고 단단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바삭바삭한 겁니다. 단단하게 바삭한 식감. 그래서 사르르 녹는 얼음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팥 사이에서 자기 주장을 합니다. 그게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대단한거예요.......

 

그리하여 다음 방문 때는 블루베리 빙수도 꼭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언제 먹으러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즌마다 잊지 않고 꼭 먹어줘야 합니다. 이건 겠습니다도 아니고 명령형의 합니다가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정말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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