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는 지금까지 여러 번 가봤지만, 금각사는 한 번도 안갔습니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전 그 번쩍번쩍한 것이 썩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뒤늦게 찾아보니 은각사도 은으로 덮으려다가 돈이 없어서 실패했다고 하지만, 안 덮은 쪽이 더 취향입니다. 하여간 금각사는 서쪽편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잘 걷는 걸 생각하면 별 무리 없을 것 같아서 교토 여행 셋째 날은 지쇼지와 철학의 길로 잡았습니다. 철학의 길이 왜 철학의 길인지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넘겼지만, 뭐, 연소자팀은 G가 알아서 잘 설명했겠지요. 부모님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하셨을 거라.-ㅁ-a
이전에 교토여행 갔던 기억을 되살려, 그 중 가장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두 곳을 고른 것이 기요미즈데라와 지쇼지(별칭: 은각사)였습니다. 기요미즈데라는 일단 다들 가니까 가는 거고, 은각사는 멋있으니까 골랐습니다. 그리고 코스 짜기가 좋거든요. 둘째날, 셋째날의 일정은 이랬습니다.
둘째날
고조자카 하차 → 기요미즈데라 → 산넨자카 → 니넨자카를 거쳐 하산 → 야사카진자 → 기온 → 시조가와라마치
그리고 점심을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먹습니다. 즉, 오후 일정은 통으로 비운 거죠. 점심 먹은 뒤 헤어져서 연소자팀은 데라마치거리에서 뽑기와 쇼핑을 좀 했고, 숙소에서 잠시 쉬었답니다. 연장자팀,
교토 이세탄의 홋카이도 물산전 → 도후쿠지를 한 바퀴 돌고 →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 니시키시장을 돌고 → 저녁 거리를 사러 다이마루와 다카시마야 지하 식품매장
의 순으로 돌았습니다. 연장자가 더 많이 걸었죠.
셋째날
시죠 가와라마치 → 지쇼지 → 철학의 길 → (걸어서)난젠지 → 시죠 가와라마치(에서 점심) → 데라마치거리
의 순이었습니다. 교토의 특성상 오전은 일찍 움직이고, 오후는 일정을 비워서 동행들이 가고 싶은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교토의 특성이 뭐냐 하면, 관광지다보니 시간이 조금 늦으면 사람이 몰립니다. 둘째 날도 기요미즈데라를 내려갈 때쯤 관광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셋째날도 지쇼지에서 나오자 관광객의 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상대적인 비수기라, 지쇼지 올라간 시각이 오전 9시 30분 경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 하기야 여는 시간이 9시였죠. 오픈런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구글 지도에서는 8시 반이라고 나오는데, 이 당시 대화 기억으로는 9시 오픈이었습니다. 8시 반이 맞을지도..요?)
해뜨기 전부터 아침을 챙겨먹느라 사진이 어둡습니다. 라고 핑계를 대봅니다. 일본 여행 올 때마다 어머니가 가장 행복해하시는 건 밥맛입니다. 쌀밥이 맛있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특히 이런 상차림은 그럴 수밖에 없지요.'ㅠ'a 제가 주문한 메뉴가 뭐였는지는 잊었지만서도... 로스트비프 세트였나요. 달걀덮밥 형태로 나왔을 겁니다, 아마.
가운데가 아마 채소튀김이었을 겁니다...아?; 맨 오른쪽이 채소 튀김 세트였던 것 같군요. 셋째 날의 아침식사는 각자 종류별로 하나씩 시켰거든요.
숙소 근처에서 버스를 탄 것이 8시 30분 경이었고, 거기서 버스타고 이동해 긴가쿠지미치(은각사길)에서 하차했습니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은각사로 흔히 불리는 지쇼지 입구가 나옵니다.
은각사는 뭔가 좀 감춰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지요. 입구의 동백나무 담장도 그렇고요.
맑은 날이었음에도, 동쪽에 산이 있어 그런지 약간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끼는 여전하군요. 집에서도 이끼 좀 키워보고 싶은데 쉽지 않겠지요. 작년에 한창 이끼 액자가 유행하던데.
지쇼지는 이런 모습이 좋아요.
하여간 신나게 사진을 찍고, 산에도 올라가 사진을 또 찍고, 일행의 반응이 좋음에 흡족한 마음을 하며 내려옵니다. 관광객도 많지만 아마도 내부에서 뭔가 교육 등등을 하는 모양입니다. 수학여행 왔는지, 교복입은 학생들이 입구 쪽에 가까운 건물에 들어가더라고요. 그 앞에는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요. 토요일에는 교복을 많이 봤습니다.
앤디도 은근 이런 걸 좋아해서..-ㅁ-a 하기야 L이랑 같이 닌텐도 게임을 하니까요. 이번 여행에서도 뽑기 꽤 했을 겁니다. 얼마나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어요. 저는 딱히 일정이 없어 안 갔지만, 이날 오후에는 교토 애니메이트도 들렀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은각사 입구 쪽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거기서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철학의 길. 수로를 따라 주우우우욱 내려갑니다. 주우우우욱.
https://maps.app.goo.gl/oApQJbkdEecANTUGA
철학의 길은 수로를 따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로를 죽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센린지-에이칸도(禅林寺(永観堂)), 그리고 그 아래의 난젠지(南禅寺)에 이릅니다.
그 사이의 기록을 덜했군요. 일단 지쇼지 입구에서 기록한 시각이 09시 25분, 그리고 철학의 길을 걸어 내려가 에이칸도를 지나 노무라미술관 옆을 걸어 난젠지를 보고 난젠지에서 가장 유명한 그 수로각까지 확인하고 다시 돌아 나와 12시 54분 도착하는 203번 버스를 탔습니다. 그 버스로 기온 가와라마치에 내려서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지쇼지를 둘러보는데 1시간 남짓 걸렸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철학의 길까지 걸어내려가는데는 30~40분 가량 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는 않았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평소의 산책코스정도였을까요. 하하하.;
평소 걷는 걸 좋아한다면 지쇼지에서 난젠지까지 걸어가는 건 해볼만 합니다. 그리고 난젠지 근처에 있는 카레우동집, 히노데우동에서 점심을 먹어도 좋지요.
쟈아. 점심과 그 이후, 여행의 나머지 일정 기록은 다음 글에 모아 한 번에 올리겠습니다.'ㅂ' 내일 기력이 되면 2024년 독서기록도 마저 정리해보지요. .. 안되어도 입춘 전에는 무조건 올릴겁니다. 크흑.;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