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까지의 이야기를 끊을까 하다가 차근차근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적어봅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말이지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에, 저나 G는 종종 여행을 갔습니다. 작년만해도 여러 번 다녀왔지요. 아버지도 종종 다녀왔지만 어머니는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여행 가려고 친구분들이랑 일정을 잡으면 홍역이 퍼진다고 취소하고, 다른 일이 생겨서 취소하는 등 매번 못 가시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가족 여행을 다녀온지도 좀 되지 않았나 싶어서 일본여행을 추진해보았습니다. 저랑 G가 공동으로 제안하고 통과하여 모든 일정은 저와 G가 결정했고, 항공권 예약부터 숙소 정하기도 도맡았습니다. 부모님과 앤디에게는 의견 청취만 받았지요. 그 과정의 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일본 어디?
겨울의 홋카이도는 그 전 해에 갔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춥다고 하셨습니다..... 도쿄는 부모님 모시고 가기 애매하지요. 후쿠오카는 저나 G나 재미없다고 제외했습니다. 기왕이면 가본 곳이 좋지 않나 하여, 간사이로 들어가되 교토만 가기로 결정합니다. 결론적으로 정답이었습니다. 3박 4일 일정으로는 교토 하나만 보는 것도 부족하다니까요. 오사카는 작년의 여행에서 매우 안 좋은 기억을 얻었고, 나라는 그 얼마 전에 아버지가 다녀오셨습니다. 교토도 자주 방문하셔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버지도 업무여행으로 가신 터라 주요 여행지는 안가셨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일정에서 다룹니다.
2.호텔 vs 에어비앤비
교토로 확정한 뒤, 처음에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검색했습니다. 가능하면 3인, 3인으로 나눠 잘 수 있는 방이었으면 했지만 의외로 많지 않더라고요. 6인 가능해도 2인실 셋이면 방 나눠쓰기가 힘듭니다. 차라리 2인실, 3인실, 1인실이면 좋은데, 그게 또 찾기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가격도 싸지 않고요. 이모저모 생각할 것이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에어비앤비를 포기한 이유는 식사입니다. 호텔은 아침을 주지요. 에어비앤비는 식사를 따로 챙겨야합니다. 어머니가 여행가서도 아침밥 차리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고는 조용히 에어비앤비를 접었습니다. 하기야 일본이라면 그냥 백화점 지하식품매장을 이용하면 되니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지만... 만. 설거지 귀찮아요.
그리하여 숙소는 여럿을 골랐고, 이 중에서 트리플룸이 있고 이전에 G가 가본 적 있어서 익숙한 미츠이가든 교토 가와라마치 죠쿄지로 잡았습니다. 이 숙소는 장단점이 매우 극명하게 갈립니다.
3.어디를 갈래?
저는 교토를 몇 번 갔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아마도 최소 네 번. 그리고 그 중 한 번은 비교적 최근이지요. 하츠 아키코 원화전을 보겠다고 달려간 당일치기 여행입니다. 그게 1년 하고도 조금 전의 일입니다. G의 횟수도 비슷합니다. 한데, 저랑 G가 같이 갔던 여행은 하도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합니다. G랑 분명 기요미즈데라(淸水寺)나 은각사(銀閣寺, 본명은 지쇼지慈照寺)도 갔다고 기억하는데 당사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뭐, 저나 G나 간 장소 또 가도 문제는 없으니 이 두 곳은 집어 넣습니다. 금각사는 아버지가 이미 가보셨다 하고, 저는 금각사를 싫어하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노약자 동반 여행이므로 코스는 여기까지만 짭니다. ... 아니, 그, 아니.... 물론 제가 노약자 동반 여행이라 적어두고 두 일정동안 2만 6천보와 2만 4천보를 걸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라서요. 이중 체력 최약체는 아마도 저일겁니다.
첫날은 공항에서 교토로 이동, 그리고 숙소 체크인. 17시에 음식점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일정은 그걸로 끝입니다. 마지막날은 14시 항공기니까 9시 30분쯤 출발하는 공항특급 하루카를 타야합니다. 그러니 첫날과 4일차는 다른 일정 없이 비워둡니다. 둘째날과 셋째날만 신나게 돌아다니면 되고, 기요미즈데라와 지쇼지는 각각 코스를 짜야하니 맞춰 다니면 됩니다. 대략적인 일정을 만들고 오후는 시간을 비운 뒤, 그 날 그 날에 맞춰 대응하기로 합니다.
이번 여행에는 태공을 안 잊었습니다. 지난 여행에는 태공을 빼먹었거든요. 여행 수첩에 빼먹은 사실을 잘 적어두어서 이번에는 챙겼습니다. 더불어, 여행 사진은 거의 대부분 P330으로 찍었습니다. 핸드폰의 배터리 이슈가 컸지요. 핸드폰 배터리 닳는 속도가 빨라서, 사진 찍겠다며 매번 들이대는 것보다, 주머니에 P330 넣어뒀다가 꺼내서 찍는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겨울이라 코트를 입고 있고, 코트 주머니에 P330이 들어갔기에 가능했지요. 여름이라면 조금 골치 아팠을 겁니다.
공항버스 첫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공항 도착은 일렀지만 해결해야할 일들이 있습니다.
06:00 KT 로밍 에그 수렁. 6시부터 3층의 사무소가 열리니 미리 번호표 뽑아두고 대기합니다. 6시 10분쯤 수령해서 나왔고요. 이전에 받은 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갈 때의 짐은 부모님과 G의 대형캐리어 세 개, 작은캐리어 하나를 부칩니다. 기내용캐리어 두 개는 들고 탑니다. 하나는 제 것이고, 하나는 면세품 담을 G의 가방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부탁받은 면세품과 집안 면세품을 모두 G의 몫으로 두었거든요. 들고 타는데..... 데.
짐검사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됩니다. 짐검사보다는 대기하는데 시간이 들더라고요. 그 동안 신나게 『드블리와 힐링하세요』를 읽습니다.
뭔가 살까 하다가, 스타벅스에는 줄이 너무 길고, 다른 매장은 모두 SPC 라인이라 조용히 피합니다. 예전에 있던 카카오프렌즈 자리는 공사중이군요. 해리포터 열쇠고리가 있으면 살까 했던 차인데 얌전히 포기하고 탑승을 기다립니다. 만, 실내에만 있었던 터라 눈이 오는 줄 몰랐습니다. 9시가 넘어서 항공기가 출발할 때가 되었음에도 안 움직이더니, 눈 청소하러 간다고 합니다. 하하하하. 그쵸, 눈 많이 내리면 물로 샤워하고 가죠. 그래도 아침 항공기라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청소가 빨리 끝났습니다. 대략 9시 30분 경에 마쳤고, 항공기가 출발합니다.
만.
인천공항에서의 수속도 오래걸렸지만, 간사이공항에서의 수속은 더 오래 걸렸습니다. 사진과 손가락 지문 찍기를 별도로 하는데, 항공기는 계속 도착하고 줄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줄이 따로 있다보니 한쪽은 오래 기다리고, 다른 쪽은 술술 빠져나가고 하는게 보이더라고요. 아니 왜지. 보통은 빈 자리로 안내하는 형태가 되지 않던가. 왜 지문과 사진찍기의 줄 서기는 기기 별로 줄서기를 했는가... 인력의 문제였을까요.
블로그에는 적지 않는 우당탕탕 사건들이 몇 있지만 넘어가고.
9시 항공기를 탑승했고, 9시 반에 출발했으며, 11시 넘어서 도착했던 공항을 탈출한 건 그보다 더 뒤입니다. 공항특급 하루카는 1시 45분 열차로 탑승했거든요. 그 사이에 G는 일행을 인솔해 편의점으로 가고, 저는 손에 하루카 왕복 티켓 예약권을 쥐고는 JR 녹색창구(미도리노마도구치)로 달렸습니다.
교토로 이동하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공항특급 하루카입니다. 이동하기 편하고, 속도 빠르고, 열차라 멀미가 없습니다. 버스는 멀미 확률이 높거든요. 가격이 비싸지만, 재작년 쯤에 B님이 팁을 알려주시더군요. 한국의 여행사에서 하루카 티켓을 구매하면 훨씬 싸다고요. 이번이 세 번째 이용인데, 데... 싸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전용 매표기나 여권 인식 가능한 매표기에서 QR코드를 인식하여 티켓을 뽑아야 합니다. 즉, 바로 이용이 안되고 현지에서 한 번 교환해야한다는 거죠. 그러나 그 직전의 이용에서, QR코드 인식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줄도 길고, 제가 뽑아야 하는 티켓이 최소 6장이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릴 거고요. 그래서 외주를 결심합니다. .. 말이 그런 거고, 다른 사람에게 티켓 뽑는 걸 맡기겠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냐면 역무원이요.(...)
녹색창구의 줄은 두 종류입니다. 외국어 대응 가능 직원에게의 안내줄, 일본어만 가능한 직원에게의 안내줄. 그리고 저는 당당히 일본어 대응 줄로 섭니다. 간사이 공항이니 외국어 대응 줄이 훨씬 길지요. 일본어로 요구할 수 있다면 서도 문제가 없답니다. 그리하여 하루카 교환 서류를 내밀었더니, '교토까지만 가는 단선 티켓 교환이었다면 기계에서 교환하라고 했을 건데,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오는 티켓까지 교환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뭐.'라는 대화가 잠시 오가고는 바꾸기 시작합니다. 한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더라고요. 12장이라 그랬는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저야 요청하고 기다리는 입장이었고요.
그 다음에 요청한 건 하나는 이코카의 구매였습니다.
일본의 교통카드는 JR 라인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JR 홋카이도는 날다람쥐라는 걸 뒤늦게 알았기에, 다음 여행 때는 무조건 사올 거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JR동일본의 스이카는 펭귄, JR 서일본의 이코카는 오리너구리.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는 일반과 소인(어린이)용의 차이입니다. 일반 이코카는 다른 곳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어린이용 이코카는 역무원 창구에서 구매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리고 생년이 적힌 서류-그러니까 여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린이용 이코카 하단에 아이 이름을 넣게 되어 있는데, 외국인은 영문명을 넣습니다. 그래서 모자이크로 가렸지요.
그 전까지 L은 성인 요금을 내고 다녔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손에 일반 스이카를 쥐어줬으니 성인요금이었다는 걸, 지금 깨달았습니다.OTL 뭐, 이번에 이코카 만들었으니 이걸로 쓰면 됩니다.
카드 보증금 500엔에, 충전까지 하여 2천엔부터 시작하지만 저는 넉넉하게 3천엔씩으로 요청했습니다. 분명 그간 쓰던 교통카드가 있었을 건데 왜 또 샀냐면, 이번 여행의 성인이 다섯 명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하더라고요. 다음에 홋카이도 가면 잊지말고 꼭 교통카드 사올겁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