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독서기록 첫 책은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이었습니다. 왜 이 책을 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월 중에 새책들 출간목록 보러 놀러갔다가 연결되어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 표지에서 소개한 『크리피』나 이 책이나, 모두 2016년 출간작입니다. 일본에서는 크리피가 2012년, 시체가~는 2015년인 모양입니다. 한국 번역본 출간이 2016년이고요. 그러고 보니 왜 『크리피』보다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을 먼저 읽었는지는 저도 헷갈리네요. ISBN 숫자보고 집어들었던가?
마에카와 유타카.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이선희 옮김.
추리, 미스터리.
이 책은 소개글을 참고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책 자체는 르포라이터가 자신의 숙부가 연관된 연쇄살인 및 집단자살사건을, 사건 30년 후에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30년이나 지났으니 경찰 쪽 관계자도 퇴직한 사람들이 많고, 집단자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도 나이를 한참 먹었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기우라 겐조입니다. 저자는 기우라의 탄생과 젊은 시절, 첫 번째 결혼, 그리고 그가 매춘업에 손댄 과정,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주변인의 증언 등을 통해 차근차근 다룹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 썼다면', '의심했다면'이라는 생각을 자꾸 불러 일으킵니다. 그런 점에서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하고도 닮았군요. 하지만 불쾌감은 압도적으로,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이 높습니다.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번역자님, 안녕하십니까...?"였습니다. 이런 소설 번역하고도 멘탈 괜찮으신가요. 아니, 이런 불쾌감으로 가득한 소설이 하도 오랜만이라,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니까요.
베갯머리 책으로 골라들었다가 머리 쥐어 뜯고, 유튜브 영상 여러 편과 재독중이던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을 추가로 더 읽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 진짜 지독했어요. 『악의』보다 더 지독했던 건, 기우라 겐조의 존재감입니다. 마에카와 유타카는 기록자인 르포라이터의 눈으로 범죄자 기우라 겐조를 '지독하게 악하고 허무해보이는 심연~(애옹)'으로 묘사합니다. 뒷부분을 얼버무린 건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저와 덕력이 비슷한 분들이면 맨 마지막 부분 읽으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겁니다. 그래서, 내용폭로 사진을 한 장 올리죠.
위의 사진을 보고 저게 뭐야?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고, 설마? 하는 분들이 있겠지요.(먼산) 제가 평소 욕설을 잘 하지는 않지만, 저 소설은 읽으면서 비뚜름한 미소를 내내 지으며 보았다고 말씀 드립니다. 읽으실 분들은 각오하고 보세요.
매슈 O. 잭슨. 휴먼 네트워크, 박선진 옮김.
사회학, 커뮤니티, 네트워크이론.
독서모임 도서라 읽었습니다. 아니었다면, 읽을 책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제가 독서모임을 못 떠납니다.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만드는 모임이라, 그만둘 수가 없어요.
사회학적으로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들이나 성향들을 네트워크 이론을 사용해 분석한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 이론을 알고 읽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요. 네트워크 이론은 컴퓨터공학 쪽에서 출발한 이론이므로 쉽진 않지만, 그래도 입문서로 아주 좋은 책이 있습니다.
저 책에서도 『링크』의 저자인 바라바시 이름이 등장하더군요. 바라바시의 『링크』는 네트워크 이론에 접근할 때 가장 먼저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 당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련하고요. 그러니 소설 네트워크-가 아니라 휴먼 네트워크를 읽기 전에는 『링크』를 먼저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그러면 1장의 이야기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 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고요.(먼산)
동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80~384.
현대, 아이돌, 회귀.
https://www.joara.com/book/1631942
어... 이번이 몇 번째 독이더라..? 3독도 아니고 4독도 아닌 것 같은데?
꾼밤. 은퇴한 S급 용병의 회귀생활 1~323(완).
현대. 약간의 판타지, SF.
https://www.joara.com/book/1664778
오랜만에 1화부터 결말까지 달린 소설입니다. 이러기 쉽지 않지요. 보다가 전자책 찾으러 가거나, 미완된 소설이라 다음편을 외치거나 하는데, 이 소설은 끝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SF적 요소가 아주 약간은 들어 있습니다만, 소설 자체의 기본은 다이하드..? 아니면 존 윅..?
아버지는 안계셨고 어머니는 열아홉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 뒤 대학진학은 하지 않고 특전사로 있다가, 제목에서 폭로하는 것처럼 용병 생활도 좀 하고, 그러다가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산에 올라와서 내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자연인이다(..)의 연출 PD를 우연히 구해주고는 내내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지냈지요. 한 10년 쯤 그렇게 시달렸나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유언집행변호사에게서 이상한 상자 하나를 받았고, 그 직후 갑작스러운 저격과 폭발로 사망합니다. 그랬는데, 회귀했네요. 시간을 따져보니 산에서 생활하기 시작한지 2년 되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유전자를 준 사람이라는 감상 외엔 아무런 감상이 없었지만, 아버지 입장은 또 달랐나봅니다. 어머니를 못잊어서 지금껏 혼자였던 아버지는, 뜬금없이 연인의 사망소식과 함께 아들이라는 덩치크고, 군대 다녀왔고, 그 뒤의 이력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아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강수는 악연과 다시 얽힙니다.-ㅁ-/
더도말고 덜도 말고 주인공인 한강수가 다 해먹습니다. 그냥 다이하드나 존 윅이나 아저씨를 소설로 본다 생각하고 멍 때리며 읽기 좋습니다. 정체가 조금 웃기고, SF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대강 얼버무린 티도 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asa BRUTUS 2022년 4월호, 신규 카페와 로스터스.
무크지, 일본카페, 일본커피사업.
작년 초에 나온 책인데, G가 다음 여행 때 갈만한 곳을 들고 끙끙 대고 있길래 다시 읽고 넘겼습니다. G의 여행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지요.
뭐라해도 저는, 에스프레소보다 드립커피가 좋습니다.'ㅠ'...... 소나무 같은 지조 있고 절개 깊은 취향이라 다른 걸 손대지 않는 점은 좋긴 하군요.(먼산)
서현. 호랭떡집.
창작동화.
표지가 모든 설명을 대신합니다. 제목 그대로, 호랭이가 떡집을 차렸다가 벌어지는 작지 않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요. 뭔가 『팥죽 할멈과 호랑이』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섞은 느낌이네요. 그림책의 문법은 또, 만화적입니다. .. 힌트가 너무 많은가요?
뭐라해도 다 읽고 다면 떡이 먹고 싶습니다. 그것도 표지와 같은, 무지개백설기요!
바나. 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에세이.
코로나19 락다운을 계기로 뜨개질을 시작했다가, 모든 시간 단위를 뜨개단위로 헤아리기 시작한 어느 IT계 직장인의 이야기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격한 자괴감이 들고요..... 제가 만들었던 수많은 뜨개 완성품은 저렇게 가지런하고 예쁘지 않았단 말입니다! ;ㅂ;
대체적으로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정리해 책을 낸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진짜, 뜨개질 하고 싶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묵혀둔 뜨개 도안 하나 있는데, 영어라 손 안대고 있었는데, 그러한데....... 시작해볼까요.;
인기영. 레벨 업! 하는 식당 1~31.
현대, 요식업, 경영, 스킬 및 퀘스트 시스템.
https://www.joara.com/book/1293279
읽다가, 더 읽을까 말까 생각하며 내려 놓았습니다. 시스템이 분식점 운영을 돕는다는 점은 꽤 재미있지만, 썸타는 분위기의 여성들이 여럿 등장하는 점에서 슬쩍 미묘해지더군요. 일단 공간적 배경은 춘천이고, 노점에서 분식 장사를 하던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게임시스템 같은 걸 얻으면서 음식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과도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혀의 감도를 올리고 손재주를 올리고, 새로운 레시피를 얻고, 집기를 업그레이드 하고 하는 모습은 진짜 게임 같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떡볶이와 어묵이 먹고 싶어지는 게 단점입니다.
아. 오랜만에 기적의 분식집 앞부분만 다시 읽으러 갈까요.....
단팥빵소년. 재벌 매니저는 조용히 살고 싶다 1~13.
현대.
https://www.joara.com/book/1655493
13화까지 보고는 더 읽는 걸 포기했습니다. 콜롬비아의 내전 지대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꼬마는 반군의 소년병으로 활약하지만, 이후 전장을 떠나 미국의 아주 크고 큰 기업(...)의 계승에 연관되면서 굉장한 업적을 쌓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향이라고 할 한국으로 돌아왔지요. 우연한 기회에 영세기획사의 단역 배우가 위기에 몰린 걸 도와주고는 그 매니저 일에 자원하는데... 데....
미국의 큰 기업-이 재벌이, 미국 대통령과 독대해서 '한국의 일개 인물에게 외교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인물을 도왔다는 것도 그랬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도와준 저 단역 배우가 매우 여성여성한 인물이란 점도 조용히 내려놓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Cadilet. 미리보기 마법사의 던전 공략법 1~7.
판타지, 후원시스템.
https://www.joara.com/book/1668671
판타지 속 주인공이 마법적 재능은 약간 있었지만 마나의 재능은 없어서 마법사에게서 노예취급을 당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연이 찾아와 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요람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갑자기 후원을 해온 존재 덕분에 아주 짧게 나마 앞을 내다볼 수 있는-그래서 미리보기-능력을 얻었지요.
거기까지는 좋지만, 요람이라는 공간의 학교 공간이 암투가 난무하는 곳으로 보여서 조용히 내려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바닥부터 시작하는 주인공의 분투기가 될 것 같더라고요.
해달벗. 재벌 사위 말고 재벌 하겠습니다 1~44.
현대, 회귀.
https://www.joara.com/book/1656162
아니 그..... 재벌 이제 그만하면 안돼?
재벌가의 딸과 연애결혼을 했고, 그 뒤에는 망나니 처남을 대신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비자금 조성 및 횡령의 죄를 뒤집어 쓰고 자살당하는 결말이었지요. 그리고 정신 차렸을 때는 유럽으로 넘어가는 비행기 안이었습니다. 아내와 만나기 전, 아직 런던정경대에 들어가기도 전, 한국대를 다니다가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입니다.
먼저 런던으로 들어가 리츠칼튼에 갔다가 리츠 집안의 딸과 안면을 트고, 그 인맥으로 회계사를 잡은 뒤, 회귀 전에 기억하고 있던 유로 밀리언 복권의 4등 자릿수에 다른 숫자를 조합해 1등과 2등을 대량으로 맞춰낸 자금을 세탁합니다.(...)
여기서 이미 이전에 읽었던 그, 재벌 경찰(배뿌님 소설 말고)이 떠오르던데..... 이 소설은 그렇게 돈 벌어서 여기저기 선물 투자하고 공매도 하고 하여 돈을 법니다. 이야아아아.... 이미 44화 시점에서 2008년의 리먼 사태로 돈을 무지막지하게 벌고, 한국의 우매한 대중들에게 욕먹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보는게 아니라 사건 흘러가는 걸 스크롤링으로 보다가 조용히 접었습니다.
마에카와 유타카. 크리피, 이선희 옮김.
추리, 미스터리.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을 보고 나서 그 다음에는 이 소설을 읽으려 했는데, 옆에서 먼저 읽었던 B님이 이쪽도 만만치 않다 하시네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뒤에서 10%, 그 다음에는 20%, 그 다음에는 30% 하는 식으로 조금씩 당겨가며 보다가, 조용히 내려 놓았습니다. 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들은 많군요.
앞서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의 리뷰에서 빼먹었는데, 저 책을 읽고 나서 B님에게 책 내용 하소연을 하다가 들었습니다. 『크리피』의 내용도 좀 그렇지만, 저 책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몇 조합해서 만든 것이라고요.
yespro. 엄청난 기연으로 천재가 되었다 1~54.
현대, 회귀.
https://www.joara.com/book/1659961
54화까지는 보긴 했는데 하.... 하....(먼산) 재벌 이야기 그만 하시면 안될까요.;ㅂ; 아 물론 제가 안 보면 되지만 그래도.....;;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을 기술, 핵융합 기술을 개발한 해외입양아는 기술 이전 계약을 마치기 직전 습격으로 사망합니다. 누가 죽인 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시카고가 아니라 한국의 병원이고,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개체는 아마도, 여행지에서 발견해서 구입했던 마야의 유물 팔찌고요. 빙의한 인물은 재벌3세지만 갑자기 불법에 귀의하겠다며 절에 들어가 살다가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맨 한민재입니다. 민재는 이제 이전 생에 개발했던 여러 기술들을 꺼내듭니다. 첫 번째로 시작한 건 여과기. 폐타이어를 태우면 유해물질이 나오지만 이 여과기를 설치하면 유해물질들이 걸러집니다. 심지어 폐콘크리트 등의 유해 물질도, 한국에 대량 매장된 광물을 섞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민재는 여과기부터 개발하여 화력발전소를 다시 돌리기 시작하고, 마침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으로 머리를 쥐어 뜯던 독일도 연락을 해옵니다.
회귀 매개체인 마야의 팔찌가 인신공양을 통해 생명력을 집약했다는 부분, 베트남을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쁜 국가로 모아 기술한 부분이나, 혼자서 화력발전소 여과기 시제품을 제조한다거나 하는 내용을 보고는 더 못 읽겠다 싶어 내려뒀습니다.
1.웹소설
동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384. 조아라 프리미엄. (2023.02.03. 기준)(180~384)
꾼밤. 은퇴한 S급 용병의 회귀생활 1~323(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3.01.30. 기준)(1~323)
Cadilet. 미리보기 마법사의 던전 공략법 1~181. 조아라 프리미엄. (2023.02.05. 기준)(1~7)
인기영. 레벨 업! 하는 식당 1~330(완). 조아라 프리미엄. (2018.11.30. 기준)(1~31)
단팥빵소년. 재벌 매니저는 조용히 살고 싶다 1~170(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2.11.25. 기준)(1~13)
해달벗. 재벌 사위 말고 재벌 하겠습니다 1~201(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2.11.28. 기준)(1~44)
yespro. 엄청난 기연으로 천재가 되었다 1~197. 조아라 프리미엄. (2022.12.15. 기준)(1~54)
2.전자책
소림. 유언 때문에 죽는 건 잠깐 미뤘습니다 1~6, 외전. 비욘드, 각권 3천원, 외전 2300원.
3.종이책
마에카와 유타카.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이선희 옮김. 창래, 2016, 13000원.
매슈 O. 잭슨. 휴먼 네트워크,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2021, 19800원.
Casa BRUTUS(カ-サ ブル-タス) 2022年 4月號: 新·カフェとロ-スタ-. マガジンハウス, 2022, 12060원.
서현. 호랭떡집. 사계절, 2023, 16500원.
바나. 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브레인스토어, 2023, 17000원.
마에카와 유타카. 크리피, 이선희 옮김. 창해, 2016,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