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블루스카이에 들어갔더니 트위터에서 여성서사 이야기가 돌았다 하더랍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그냥 날리 없으니 뭔가 이유가 있겠지요. 여기저기 검색하고 인용 들어가며 몇 번 확인하니 바로 나옵니다. 시작은 『정년이』 였던 모양이지요.
『정년이』와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았습니다. 잘 만든 국극 소재의 웹툰이었는데, 이걸 국립극장에서 올리면서 등장인물을 한 명 남성으로 바꾸며 말이 나온 적 있지요. 왜 화이트워싱 아닌 남성트랜싱을 하냐고 항의가 있었던 기억이 있고. 이번에는 주요 등장인물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며 말이 나옵니다. 정년이의 성장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하나가 사라진 모양입니다. 애초에 이 드라마에서 이 캐릭터가 사라진 것은 맨 처음 이 드라마의 제작에 발을 들였던 MBC의 요구였던 모양입니다. 드라마 제작사가 처음에는 MBC와 준비를 하다가, 여러 문제가 있어서 방향을 종편으로 돌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한창 방영중인데, 이미 MBC와 초창기 협의할 때부터 주요 등장인물을 성소수자적 갈등을 보이며 주인공과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며 제외시킨 겁니다. 그래서 들불과도 같이 불매 운동이 잃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발단.
전개는 뭐냐면, "정년이에서 퀴어 서사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정년이를 소비해주지 않으면 여성서사는 더 안나올거야."라는 의견의 등장입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절정과 결말은 없습니다.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잖아요.-ㅁ- 여튼 『정년이』가 뜨지 않으면 이처럼 여성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는 다시 제작되기 힘들거라는 의견이 돌면서 그에 대한 반론과 여러 의견이 뒤섞이면서 여성서사가 주요 키워드로 떴던 모양입니다.
정리하면, 여성서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왔으며, 『정년이』가 유일한 여성서사는 아니고, 이 드라마가 잘 되든 안되든 간에 그 뒤에도 여성서사 드라마나 창작물은 꾸준히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하고요. 왜냐면, 저 역시 수많은 소설을 접하면서 여성 주인공의 소설을 여럿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왕 생각난 김에 정리해보자고 이 글을 집어 들었... 아니지, 쓰기 시작했고요.
세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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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세에라 크루로 읽었습니다.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으로 얼렁뚱땅 검색하다보니 왼쪽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오리지널 일러스트는 오른쪽이고, 위의 시공주니어 판도 오른쪽의 오리지널 일러스트판으로 그려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었던 버전은 다른 쪽이었을 건데, 세라의 인형인 에밀리와 관련한 기억이 가장 깊습니다. 제가 인형에 애착을 두는 가장 오랜 기억도 아마 소공녀의 에밀리 때문이었을 거라고, 인형의 집에 관심 두는 것도 그 때문일거라고 단언합니다. 하.......
여성 기숙학교에 대한 나쁜 기억을 심어준 책이고, 다락방에 대한 환상을 심은 무서운 책이지만 하여간. 남자라고는 죽은 아빠, 아빠 친구, 람다스와 몇몇 단역만 등장하는 책이지요. 남성에 의한 구원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세라를 구원한 건 유산입니다. 그렇지 않나요.-ㅁ-a 아버지가 남겨주신 크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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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도 일러스트 버전이 많습니다. 왼쪽은 위의 소공녀와도 같은 일러스트레이터로군요. 오른쪽은 날아다니는 울새가 인상적이라 골랐습니다. 그래요, 새 키우기의 로망은 보물섬의 애꾸눈 아저씨였나, 어깨에 앵무새 들고 다니는 누구씨가 바람을 넣었다면, 울새에 대한 좋은 기억은 비밀의 정원에서 보았습니다.
주인공이 소녀이고, 이 소녀 덕분에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지요. 그리고 소녀-메리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는 콜린도 디콘도 아니고 베티라고 생각합니다. 디콘의 누나요. 베티 덕분에 메리가 밖에 나갈 생각을 하고, 디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여러 창작물에서는 디콘과 메리의 관계는 대등하지 않게 그려지지만서도. 그것이 영국.....
빨간머리앤 : 레드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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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먼드의 앤이 원제목은 Anne of the Island 였군요. 앤은 보통 1권만 읽고 넘어가는 일이 많지요. 세계명작극장의 앤도 1권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앤은 보통 9~10권 정도의 분량으로 출간되고, 본편은 9권, 10권은 외전에 해당하여 앤과 애번리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단편집입니다. 9권의 주인공은 앤의 막내딸이니 그것도 외전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하여간.
애니메이션을 보면 앤에게는 오직 길버트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1권 마지막에서 화해해놓고는 그냥 친구로 지냅니다. 길버트도 이런 저런 여성들과 교류가 있었으며, 그 중에는 동창도 있습니다. 앤은 2권에서는 딱히 사귀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지만, 세 번째 책이자 앤의 대학생활인 이 책, 『레드먼드의 앤』에서는 여러 남자친구 후보를 두고 그 중의 하나와 사귑니다. 길버트 아닙니다. 딱 잘라 말하지만 길버트 아니고요. 구혼자가 여럿 있다는 이야기가 아예 언급됩니다. 물론 4권에 등장하는 약혼자는 예상하는 그 사람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3권만 놓고 보면 로맨스소설 맞습니다. 흠흠. 그것도 여성 주인공인 로맨스 소설. 하.;ㅂ; 자취집에 대한 로맨스는 빨강머리 앤이었다.;ㅂ;
이 책도 여성서사죠. 앤이 대학 들어가면서 퀸 학원 동창들에게 연락해서 셋이 같이 자취집을 얻어 생활하거든요. 거기에 대학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 이야기도 그렇고요.
그림형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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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컴의 그림형제 동화.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 중에도 공주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여럿 있습니다. 왕자가 마법에 걸려 봉인되거나, 나쁜놈의 손에 잡혀가자 내가 구하겠다며 쫓아가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여성서사죠. 웅진전래동화에 소개된 각국의 민담에도 여동생이 오빠들을 구하러 가거나,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먹고 자랐다니까요.'ㅂ'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도 찾아보면 꽤 많지요. 『인어공주』도 원작을 보면 왕자는 들러리고 그냥 인간이 되고, 인간과 사랑하고 싶었던 싶었던 인외종의 서사지요.
아마 이쪽은 다카하시 마코토의 그림인 것 같은데... 이런 그림으로 보면 왕자에게 반한 인어공주 분위기지만 ...
(잠시 인어공주 일본 일러스트를 검색했다가 이건 이상해(a little mermaid original story illustration in japan)와, 이건 더 이상해(人魚姫 イラスト)를 확인하고는 검색을 멈추고.;)
인어공주 2차 창작 중에서는 의외로 왕자의 결혼상대와 인어공주를 이어주는 내용도 있습니다. 왕자는 그저 브릿지일뿐이죠.
추리소설에서는 낸시 드류를 포함해 여러 인물들이 있고, 드라마나 영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작품 하나가 망가진다 해서 여성서사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덜해도 되지 않을까요. 꾸준히 누군가 쓰고 그리고 제작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