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의 크리스마스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한정 케이크를 구입해서 혼자 한 판을 다 먹는 기행을 벌이긴 했지만, 무난히 넘어갔습니다. 워낙 그 직전이 반짝이다보니 크리스마스 지난 뒤의 날들은 가라앉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에 구입해 도착한 그림책 세 권을 먼저 소환합니다. 가장 먼저 읽은 이 그림책 표지를 올려뒀더니 먼저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바람에.'ㅂ'a 이번 주는 그림책 세 권 덕분에 종이책도 조오금 있습니다.
한라경, 날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한국창작동화, 그림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7079668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있던 소소한 일상들의 모음입니다. 가장 성령으로 충만한 그 날, 의도치 않았지만 작은 베풂과 선행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림 여기저기에 읽어낼 부분이 많더라고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어느 날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멍멍이 참 귀여웠어요!
로마나 코슈트코바, 베로니카 블코바, 얀 슈라멕. 황유진 옮김. 아폴린의 푸른 공방.
전통염색, 쪽염색.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725521
이번 책 구입 때 제일 기대했던 책입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바와는 조금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유럽 전래동화 중에는 아이가 없는 부부가 신에게 기도했다가 어린 아이를 주워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그림책의 모티브도 그런 쪽이 아닐까 싶고요. 아이가 없는데다 전통 쪽 염색을 유일하게 하고 있는 공방의 부부는 어느 날 작은 인형을 줍습니다. 버려진 인형이니 안쓰러운 마음에 깨끗이 닦아내고 옷도 만들어주고 했더니, 그 다음날 살아서 움직이고 있더랍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전통 기법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소품을 만드는 방법 등을 전해줍니다. 그렇게 체코의 쪽빛 날염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이어졌다는 이야기인데.....
동화로서의 이야기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인디고 참 좋아요. :)
안녕달. 겨울 이불.
한국창작동화, 그림책.
안녕달의 그림책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주변에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이번에도 얼결에 집어 들었지만, 읽고는 침잠했습니다. 잠겨드는 동화네요. 제목만 보면 겨울 이불 속에서 맛있는 달걀과 차가운 식혜에 고구마를 먹으며 즐겁게 아랫목에 등짝을 지지는 이야기인데. 데.......
어떤 의미에서 가장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 뒷 이야기 아닐까요. 뒷 부분을 보는 순간, 이거 날 잘못 잡고 읽으면 눈물 펑펑 쏟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구들 아랫목에서 찜질하는 자유로운 상상보다, 그 몇 장 안되는 마지막의 그림들이 가슴을 저미더군요. 그 이야기는 어른의 이야기, 앞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 그런 그림책입니다.
한숟가락. 범의 굴에는 고양이가 산다 1~3.
BL, 오메가버스, 수인. 고혈압주의.
고양이에게 홀려서 구입했다가 상황부정을 의미하는 예의 그 네 글자, 'ㅇㄴㅅㅂ'를 염불처럼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하. 진짜, 아니, 하. 혈압상승에 상당히 도움이 되고, 중반 이후를 보면 진짜, 공의 멱살을 잡고 패대기치고 싶은 심정이더라고요.
BL소설 중 수인물에 해당합니다. 수인물 소재의 소설도 은근히 많고, 이 책은 거기에 오메가버스를 섞었습니다. 수인이기 때문에 페로몬이 등장하는 오메가버스의 이야기가 외려 잘 어울리지요. 호랑이 종족, 호족은 피라미드의 맨 위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전쟁 중에 많은 이들이 죽으면서 가내혼으로 혈통을 이어오던 습관을 버리고, 같은 고양이과의 묘족과 혼인을 합니다. 묘족인 도영은 그중에서도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라 호족 중 가장 혈통 좋은 이씨 가문의 서한과 약혼을 합니다. 문제라면, 서한이 장기 출장을 가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고양이 세 마리를 출산했다는 겁니다. 그 사이에 발정기가 찾아왔고, 잠시 나갔다가 돌아온 뒤에 임신 사실을 알았단 거죠.
여기까지의 소개를 읽고는 가주가 그 사이에 덮쳤나 했지만 그건 아니었고요. 옛날 옛적에 읽었던 모 의학소설의 트릭과 같은 내용이더라고요. 문제는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없는 저 고양이 세 마리를 낳은, 문란한 약혼자를 가주님께오서 집에 들인 겁니다. 들였다는 것은 과오를 덮겠다는 의미라고 본인은 주장하지만, 본가 속에서 도영은 온갖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당합니다. 그리고 임신과 관련한 육하원칙 중 who, how, why의 세 가지가 드러났을 때 뒷목을 잡고는 공을 마리아나 해구에 수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 진짜, 소설 읽는 내내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건 오랜만이었네요. 하...
그래도 누가, 왜, 어떻게의 답안이 마음에 들었던 지라 뭐라 할 수도 없고... 흑흑흑.
뷰이뷰이. 사적인 우주 외전 2.
BL, 현대. 할리킹, 구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7439396
두말할 필요 없이, 달달한 이야기입니다. 본편의 구원서사에 이어, 외전 2는 에필로그 전의 일상들을 살짝 보여주는군요.
럭키7. 이혼 후 먼치킨 1~36.
현대, 판타지. 각성, 헌터.
https://www.joara.com/book/1493666
현대 판타지 제목 앞부분에 이혼 후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손을 잘 안댑니다. 이혼 후 능력이 만개했다는 건, 전처가 나쁘다는 의미니까요. 로판의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이혼이 앞에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요. 대신 로판은 이혼 이야기가 워낙 많다보니 망작도 많아서, 손을 안대는 일이 많군요.
각성이 소재인 현대판타지입니다. 각성을 하면 전생의 기억이 연계되면서 전생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각성 후의 직업이 달라집니다. 주인공은 보육원 출신이지만 전처는 중견기업의 딸입니다. 각성한 아내를 위해 이것저것 다 맞춰주고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지만, 결국에는 이혼하게 됩니다. 전처는 그런 뒷바라지 하는 남편 때문에, 자신이 나쁜 여자나 헌신적인 남편을 가진 여자로 비춰지는 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결혼이었다라.... 그래도 성별이 바뀌었다면 또 분위기가 달랐겠지요. 여튼 이혼한 직후에 각성을 했고, 전직이 마법의 극의를 본 대마법사라는 걸 알고는 천천히 레벨업을 합니다. 길드에 소속되지 않고 천천히 레벨업을 하는데. 데.......
결혼 이야기가 워낙 많이 나오고, 연애가 지상과제인 것 같이 묘사하는 내용이 많아서 내려놨습니다. 취향에 안 맞아요.-ㅁ-
유세. 막나가는 백작가 망나니 1~8.
현대,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https://www.joara.com/book/1366469
이쪽도 비슷한 사유로 내려 놓았습니다. 차원이동 빙의 당했는데, 그 1년 만에 자신이 살던 세계, 지구 속 한국에서도 헌터 일을 하던 사람들이 시스템과 함께 이동해옵니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8화에서 베드인이 나와서 말이죠. 막나가는 백작가 망나니라지만 그런 이야기도 들어가야했니....;;;
우림. 결별 후 월드 스타 1~30.
현대, 판타지(약간). 음악.
https://www.joara.com/book/1663505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차였습니다. 서른 된 공무원시험준비생이었던데다, 여자친구는 취직해서 회사원이 되었으니 결별은 어쩌면 예정되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직후에 꿈에서 전생으로 추정되는 상황들을 보고, 갑자기 음악능력이 깨어납니다. 처음에는 보컬이었고, 그 다음의 꿈으로 작곡을, 그 뒤에도 점차 음악적 재능이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음악 소재의 이야기치고는 음원 만드는 이야기가 조금 빈약...?; 영광의 해일로가 다시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조비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 1~145.
현대, 회귀. 바텐더, 칵테일, 조주.
https://www.joara.com/book/1663379
대표사진으로 넣으려고 표지 파일을 한참 찾아 돌아다녔네요. 표지 파일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
일본 긴자의 바에서 바텐더로 일했고, 이제 드디어 한국에 자신의 가게를 열 준비를 마쳤을 때, 손에 이상이 생깁니다. 정확한 양의 술을 따르고 섬세하게 조주해야하는 바텐더에게는 치명적인 병이었지요. 꿈이 무너지고 폐인처럼 살았지만.... 회귀했네요? 그것도 아직 유학가기도 전, 한창 파릇파릇한 신입생입니다. 이제는 모든 걸 다 바꿀 수 있으니 하나씩 준비해갑니다. 먼저 한국의 바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고, 나아가 자신의 가게를 더 빨리 열 생각을 하지요. 초반에는 바에 오는 여러 손님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가 나왔고, 지금은 한국대회에 출전중입니다. 초반의 에피소드들은 『저승식당』에서 보았던 것 같은 뭉클함이 있고요. 한국의 칵테일 역사와 전통주, 바와 호텔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와 같이 읽으면 또 재미있고요. 믹솔로지스트가 등장할 거란 생각은 못했고... 여튼 술 좋아하신다면, 아니, 안 좋아하신더라도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아직 완결이 안난 소설이고, 완결은... 200화? 그보다 더 갈 수도 있겠지만, 더 두고 봐야할 것 같고요. 이 소설도 읽고 있다보면 술이 당깁니다. 한 캔 깔까..?;;
1.웹소설
럭키7. 이혼 후 먼치킨 1~227(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1.05.17. 기준)(1~36)
유세. 막나가는 백작가 망나니 1~223(완). 조아라 프리미엄. (2022.05.26. 기준)(1~8)
우림. 결별 후 월드 스타 1~160. 조아라 프리미엄. (2023.01.19. 기준)(1~30)
조비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 1~145. 조아라 프리미엄. (2023. 01.18. 기준)(1~145)
2.전자책
한숟가락. 범의 굴에는 고양이가 산다 1~3. 톤, 2023, 세트 10200원.
뷰이뷰이. 사적인 우주 외전 2. 시크노블, 2022, 1100원.
3.종이책
한라경, 날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 노는날, 2022, 15000원.
안녕달. 겨울 이불. 창비, 2023, 16000원.
로마나 코슈트코바, 베로니카 블코바, 얀 슈라멕. 아폴린의 푸른 공방, 황유진 옮김. 미래아이, 2022,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