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건너 들은 이야기에 "도토리 말렸다가 불려 믹서에 갈아서, 그거 끓이면 도토리묵 되는 거 아냐?"라는 말이 있어 끄적여봅니다.

 

 

어쩌다보니 도토리묵 만드는 법도 대강은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 옛적, 어머니가 아직 한창이실 때 도토리를 주워다가 도토리녹말을 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거든요. 도토리 녹말로 묵을 쑤는 과정도 매우 지난하지만, 녹말을 내는 것은 그보다 더합니다. 사람들이 별의별 희한한 먹거리를 먹는다고 할 때 도토리묵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요. 하기야 뭐든 다 녹말가루를 내어 그걸로 풀을 쑤고 굳히면 묵이 되기는 하나, 도토리 녹말 만드는 과정은 절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슬슬 도토리 줍지 마세요, 다람쥐에게 양보하세요 캠페인이 등장할 때라 생각난 김에 정리해보지요.

 

1.도토리 말리기

주워온 도토리는 바짝 말립니다. 목적은 속의 알맹이를 꺼내기 위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속의 알맹이만 쏙 빼내기 위해 도토리를 햇볕에 바짝 말리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도토리 속 벌레들이 탈출할 길을 열어줍니다. 집 안에서 도토리를 말리면 안되는 이유도 이겁니다. 밤벌레도 무섭지만, 도토리 벌레도 만만치 않습니다.

 

2.겉껍질, 속껍질 까기

밤은 칼로 까면 됩니다. 하지만 도토리는 과육이 단단해서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바싹 말리면, 겉의 단단한 껍찔뿐만 아니라 속껍질도 쉽게 벗겨집니다. 밤은 녹말낸 적이 없지만, 아마 밤 가루 내는 것도 이와 같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밤도 말리면 속껍질이 쉽게 벗겨지더라고요.

 

3.알맹이 물에 불리기

이 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하여간 속알맹이만 거둬낸 도토리는, 다시 물에 담가 불립니다. 왜냐하면 방앗간에 가서 롤러로 빻아와야 하거든요.

 

4.빻아오기

이 시기가 되면 고춧가루와 섞이지 않게, 깨끗하게 닦은 기계가 도토리 전담용으로 나와 있을 겁니다. .. 아마도. 고춧가루와 비슷하거나, 조금 이른시기에 도토리를 빻게 되거든요. 롤러로 꾹꾹 눌러 으깨서 아주 고운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건 정확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덩어리를 지고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5.윗물떠내기

침전시키기 혹은 윗물떠내기. 도토리의 씁쓸하고 떫은 맛을 빼는 과정입니다. 물을 넣고 잘 섞어서 하룻밤 침전시켰던가요. 그러고 윗물만 따라냈고, 다시 물을 붓고 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했을 겁니다. 아래 남은건 아주 고운 반죽입니다.

 

덜 빻아 오면 아마 4번과 5번 과정 사이에서 일어내는 작업도 했을 걸요? 이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넘어갑니다. 하여간 아래 점토 덩어리 같은 녹말이 나오는 것이 완성입니다.

 

완성된 점토.. 아니 반죽은 그대로 얼리거나, 장기 보관하기 위해서는 바싹 말려서 곱게 빻아 체에 내려서는 건조한 상태로 보관합니다. 얼렸다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냉동실에 오래 넣어두자니 공간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말려 찬장에 넣어두는 겁니다. 그리고 얼리는 쪽은 사용할 때 다시 완전히 녹혔다가, 물을 더 넣고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요.

 

 

어머니가 쓰는 비율은 도토리 녹말가루 5에 물 7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걸 덩어리지지않게 잘 풀어서, 커다란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확 줄이고, 바닥이 눌지 않게 쉬지 않고 젓습니다. 잠시만 쉬어도 바닥에 눌어 붙으니 조심해야합니다. 30분 이상을 가열했던 걸로 기억하고, 아주 걸쭉한 상태가 되면 랩을 깐 틀이나 그릇에 넣고 굳힙니다. 5번의 윗물 떠낼 때 많이 떠내면 떫은 맛이 덜하고, 어떤 때는 조금 쌉쌀한 맛이 강하기도 합니다. 그 때 그 때 다르고, 도토리 종자마다도 조금씩 맛이 다르다고 하고요. 동글동글한 상수리가 둥글한 맛이라던가.

 

더 잊기 전에 끄적여둡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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