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주말마다 상경이고, 그 다음에는 또 남도 워크샵이 있습니다. 장소에서 집결이라, 서울까지 올라가 다시 KTX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상황이로군요. 그쪽이 훨씬 이동하기 편합니다. 지방의 슬픔이지요.
어쨌건. 지난 주는 일요일에도 약속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군요. 체력이 떨어져 방전되었던 데다, 그다지 기력이 없었습니다. 일요일 사진은 하나도 없음. 끄응. 네코동 사진을 안 찍은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최소 한 장은 남겼는데, 그런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나봅니다.
사진은 토요일에 방문했던 가배도입니다. 제목에는 팥티라미수만 적었지만, 말차라떼와 팥티라미수, 거기에 우유 판타코타까지 모두 주문했습니다. 전날 저녁을 건너 뛰고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았던 때라 욕심이 과했습니다. 버겁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혼자서 다 먹었습니다. 다만, 저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배도의 티라미수는 의외로 제대로 된 티라미수 맛이 납니다. 콩티라미수든, 팥티라미수든 티라미수맛이라 느끼는 건 커피시럽에 확실하게 적신 바닥층 때문일겁니다. 진한 커피맛 때문에 티라미수!라는 생각이 확 들지요. 팥티라미수는 그 바닥 위에 올라간게 팥크림인데, 아마도 마스카포네치즈와 생크림을 섞었을 크림에 달달한 팥앙금을 섞어서 팥맛이 확실히 나지만 그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거기에 위에 올라간 팥앙금도, 적당한 점도라 섞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거 팥빙수에 그대로 올려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런 균형이 잘 맞다보니 거부감 없이 티라미수라 인식하나봅니다.
함정은 티라미수가 아니라 그 옆의 판나코타입니다. 소스를 뿌려 먹으라는 걸, 먼저 그냥 퍼먹었더니 우유맛의 부들부들한 맛은 좋았으나, 저 옆의 소스가 기대를 배신했습니다. 쿠로미쓰, 그러니까 黑蜜, 다시 말하면 흑설탕 시럽이지 않을까 추정했던 것과는 달리, 지이이이이인한 농축형 커피였습니다. 단맛 전혀 없음. 독특한 풍미가 있는 달달한 시럽을 기대했다가 커피가 등장하며 다시 한 번 뇌리를 치고 가는 카페인에 당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판나코타는 정말 맛있더라고요. 부들부들한데, 얼핏 봐서는 그릇에 넣고 굳힌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떠먹어 보면 커다란 판나코타를 큰 숟가락 등으로 떠서 보기 좋게 담은 겁니다.'ㅠ'
단맛의 정도를 생각하면 판타코타, 라떼, 티라미수의 순으로 먹는 쪽이 좋습니다. 티라미수의 단맛이 강해서 말차라떼의 맛있음이 가려지거든요. 판나코타는 소스를 부으면 단맛이 거의 안도는데다 쓴맛이 강렬하여, 라떼보다 먼저 먹을 때는 소스 안 붓고 먹는 걸 추천합니다. 뭐, 이건 취향이니 한 입씩 먹어보고 결정하셔도 되지요.
여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