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과 우리말 어감 사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번역서가 아닌 책을 놓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 목록이 조금 긴 건 역시 날씨 탓...? 비가 많이 와서 많이 읽었다고 잠시 헛소리를 해봅니다. 헛소리라고 하는 건, 비와 독서는 전혀 관계 없기 때문이고요. 날씨보다는 심리를 더 타는데, 기분 좋을 때면 비가 주륵주륵 내려도 좋다면서 뒹굴거리고, 기분 나쁠 때면 날이 화창해도 덥다며 늘어져 있으니까요.
독서는 마음 먹기 달린 것이라고 주절거리며 독서기록을 끄적여봅니다.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한국어.
최근에 글을 쓸 때마다 어휘력이 심각하게 부족함을 느끼고, 뭐라도 찾아 읽어야 겠다며 집어든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단어들을 더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언뜻 비슷하게 보이지만 적재적소가 따로 있는 여러 유사 단어들을 비교하여 쓰임새의 차이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어감이 조금씩 다르고, 단어가 품고 있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사맛디 아니할세, 같은 자리에 놓여도 괜찮은 단어가 있고 어떤 때는 또 안된다는 걸 실제 문장을 들어 알려줍니다. 읽으면서 조금 졸았지만 그래도 읽은 보람은 넘쳤습니다. 유유에서 나온 다른 어휘 책들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피제이. 재벌 3세 천재 배우가 되었다 240~262.
현대, 판타지, 빙의, 연기.
본편은 완결되었지만 외전이 연재중이라 편수가 조금씩 불어납니다. 지난 주에는 261화였지만 지금은 267화. 현재 연재중인 내용은 빙의 전, 아이돌 활동과 탈퇴에 관련된 외전입니다.
다시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연기 자체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의 비중이 꽤 높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표지에서 들고 있는 꽃이 아마도 저승화-피안화-상사화-리코리스가 아닌가 싶군요. 여러 모로 소설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그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다는 점과도 대응하고요.
이에노히카리협회. 텃밭 농사 흙 만들기 비료 사용법 교과서.
농업, 정원.
제목 그대로, 흙 만드는 법을 확인하기 위해 구입한 책입니다. 구입하고도 한 달 정도 미뤘다가 이제야 읽었고요. 이건 텃밭 농사 이야기지, 집에서 화분 흙 재활용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커피가루로 비료 만드는 법, 집에서 처치곤란인 화분흙 되살리는 법은 안나오더라고요. 역시 커피가루 비료는 EM이든 효소가루든 섞어서 방치하는 것이 제일인가봅니다. 회사 텃밭 한 쪽에 버려둔 땅이 있으니 거기에 커피가루 적재하면 음... 그 아래 사는 벌레들이 카페인으로 고생하겠지요? ㅠ_ㅠ
박동신. 땅땅거리는 놈! 1~139, 313.
무협, 판타지, 퓨전.
무협이기는 하나, 굳이 표현하자면 사파입니다. 땅의 정령 비슷한 무언가를 잡아먹은 뒤부터는 지력을 이용한 힘을 쓸 수 있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고요.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사채를 가져다 썼는데, 이미 갚은 이자가 원금을 넘어섰음에도 빚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사채꾼들에게 끌려가 얻어맞고 땅에 묻혔는데, 이상한 생물을 먹은(?) 뒤로는 땅에 묻혀 있는게 상처도 잘 낫고, 힘도 더 세집니다. 자신의 땅으로 등기가 되어 있으면 거기서 힘을 끌어 쓸 수 있게 되었더라고요. 지력을 끌어낼 수 있다보니 일반적인 약초보다 훨씬 효능이 뛰어난 약초를 뽑아낼 수 있고, 그 덕에 신의라 불리는 의원과도 연이 닿았고, 그러다보니 돈도 벌리고, 점점 다른 일에도 휘말리고.....
는 좋은데.
지력을 끌어내는 일이 소출을 늘리는 일과도 연관되다보니 지역의 세가들과 연계되며 그 집의 딸들과... (하략) 그런 이야기가 등장하는 통에 건너 뛰어 맨 마지막 화를 보았는데 말입니다. 분명 완결되었다는 표식이 달려 있는데 313화가 이상하게 돌아가더군요. 그것도 판타지랑 뒤섞인 모양새라 조용히 접었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1.
사회학.
심리학보다는 사회학 서적으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요. 설득의 심리학에서 방점이 찍힐 부분은 심리학이 아니라 설득입니다. 인간관계나 사회관계에서 오고가는 여러 기법들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읽다보면 이거 나름 그럴듯해! 싶더라고요. 가설과 사례, 그리고 또 다른 사례를 들어서 정리한 거라 사회과학적 기법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읽을만 합니다. 단, 미국사회에 적용될 내용이지, 한국에서는 여러 모로 달리 읽을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2001년 사례라 그런지 지금은 아니라는 내용이 발표된 사건도 나옵니다.'ㅂ'
나일함. 작곡천재의 멜로디 1~181.
현대, 회귀, 음악.
재독도 아니고, 재재독도 아니고, 하여간 몇 번째더라...? 싶군요. 갑자기 이 소설이 읽고 싶어져 집어 들었습니다. 이 때는 딱, 읽을 만한 소설 없다고 울면서 옛날에 결제한 소설들을 신나게 들여다보고 있었거든요.
가와바타 야스나리. 무희.
탐미주의, 막장드라마.
지난 번에 감상 적어놓고 보니 도모코라는 주요 등장인물을 빼두었더군요. 하지만 다시 넣을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주요 여성 등장인물이지만 행동을 손톱만큼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때 여성들은 그랬나요, 아니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생각이었을까요. 어째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다고 사자후를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맨 앞의 옷 차림새 묘사만 딱 뇌리에 남았습니다.
간장팩토리. 아쿠아 블루 외전.
BL, 오메가버스.
본편 읽으면서 외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있었습니다. 알라딘의 출간 공지 보고 잘 챙겨뒀다가 잽싸게 구입했고요. 임신 후 출산할 때까지의 짧은 여정, 그리고 올림픽에서의 기록 등을 다룹니다. 달달한 이야기이니 보면 좋지만, 음..... 그래요, 두 아버지를 닮아 튼튼한 아기라면 배가 자주 고파서 두 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 그럴 거라는-통잠은 절대 안 잘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소설적 허용이라 해둡니다.
Fictionist. 이세계 갓물주로 살아가는 법 1~17.
판타지, 게임.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갔는데, 건물을 짓는 일은 주인공만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오며, 크래프팅 게임-아마도 모델은 마인크래프트-에 열중하던 주인공은 죽을 위기에 몰렸을 때 소환에 응하여 게임 속 세상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림자라 불리는 마물들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 건축 스킬을 활용해 조금씩 게임 속 세상에 적응합니다.
17화 이후를 더 읽을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내려놓았습니다.
던송. 천재는 스타가 되기로 했다 1~35
현대, 빙의.
보육원에서 자라다 뛰쳐나와서는 민간인 용병이 되어 험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죽었다 생각한 순간, 평범한 고등학생의 몸에서 깨어납니다. 그래서 빙의고요. 평행세계일지 아니면 다른 세계일지는 모르지만 과거로 돌아와 다른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기억을 모두 다 잊었다고 해두고 적응하기 시작하지만, 긴 용병생활 동안 다져진 다른 능력들이 하나 둘 고등학생의 몸에서 펼쳐지며 스타성을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성장형일 것은 보이지만 주인공이 초반부터 잘생겼다는 언급이 많고, 초반부터 여러 사람들이 플래그 찍는 모습이 보여서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그냥 연애 없이 여자사람 남자사람 모두 다 함께 사람사람 하면 안될까요.
그리좋더라. 차원배달은 나만 가능하다 1~5.
현대, 판타지.
이 소설은 5화에서 하차했기에, 하차 이유만 일단 적어둡니다.
어디로든, 특히 어느 세계 어느 차원으로든 배달이 가능한 주인공 설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인데, 주인공이 벼락에 직격당한 뒤 이상한 능력이 생긴 것 같아서 재각성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주인공의 외모를 보고 반하여 말을 걸려 하거나 전화번호를 주려고 하는 등의 의료진 묘사에 불쾌감을 느꼈습니다.-ㅁ-
Rovin. 제국의 창고지기 1~109.
판타지, SF, 차원이동, 빙의.
로키 귀여워요, 로키. 표지 맨 왼쪽에 있는 토끼인형이 로키입니다. 본체가 아니라 빙의상태 비슷하지만, 어쨌건 매우 귀엽습니다.
어쩌다보니 지구에서 살다가 판타지세계, 그것도 농촌 마을의 농부에게 빙의했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신 뒤라 하여 그래도 그럭저럭 혼자서 살아왔는데, 전쟁의 여파가 이 작은 마을까지 미치면서 마을의 유일한 징집병으로 나가게 됩니다. 큰 가호를 받은 이라하여, 마을에서 그 혼자만 나가는 조건으로 갔지요.
강한 정신 방어력을 가진 가호 덕분에, 미궁의 핵을 모아 놓은 저주받은 창고의 지기가 된 건 예상 외였고, 들어가서도 그럭저럭 일을 하다보니 상관의 눈에 들어간 것도 상정하지 않은 바였으며, 그리하여 점점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요약하면, 차원이동 빙의자로서 가호를 받았는데, 미약한 듯 보이던 가호가 저주받은 물건을 모아 놓은 창고에서 의외의 힘을 발휘하여 점점 더 강해집니다. 그러면서 저주와 관련된 여러 의뢰를 받고 해결하고, 그 와중에 조금씩 더 강해지며, 지구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를 천재적인 사업가의 손에 넘겨서 재산도 늘어나고.....
판타지이지만 SF이기도 한건 태블릿PC나 인공위성, 그리고 다중차원-우주 같은 이야기가 많아 그렇습니다. 현재 읽고 있는 부분은 다중차원의 나와 만나면서 기술의 발전이 부스터 단 것처럼 미친듯이 빨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1.웹소설
피제이. 재벌 3세 천재 배우가 되었다 1~267(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06.17. 기준)(240~262)
박동신. 땅땅거리는 놈! 1~313(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1.07.20. 기준)(1~139, 313)
나일함. 작곡천재의 멜로디 1~256(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1.01.11. 기준)(1~181)
Fictionist. 이세계 갓물주로 살아가는 법 1~225(아마도 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06.22. 기준)(1~17)
던송. 천재는 스타가 되기로 했다 1~232(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06.22. 기준)(1~35)
Rovin. 제국의 창고지기 1~268(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06.17. 기준)(1~109)
2.전자책
간장팩토리. 아쿠아 블루 외전. 시크노블, 2022, 1500원.
3.종이책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유유. 2021, 17000원.
이에노히카리협회. 텃밭 농사 흙 만들기 비료 사용법 교과서. 보누스, 2022, 16800원.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1, 황혜숙 옮김. 21세기북스, 2019, 18000원.
가와바타 야스나리. 무희, 이진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2,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