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독서기록은 단촐합니다. 종류는 몇 권 안되지만 읽기는 많이 읽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내내 『밥만 먹고 레벨업』을 읽어 치우느라 달렸거든요. 진짜 이건, 읽어 치운 겁니다. 종이책으로 나온 16권까지를 일단 다 구입하고, 방출할지 말지 결정해야하니 가능한 속도를 높여서 읽었거든요. 덕분에 다른 책들의 독서가 밀렸습니다.

 

밀리지 않은 책 중 하나가 이번의 표지네요.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구도 노리코의 신작이라길래 앞뒤 안 가리고 일단 구입하고 읽었습니다. 제 몫이 아니라 G의 몫이니 처분도 G의 몫이지요. 그런 핑계를 대며 신나게 그림책을 지릅니다.-ㅁ-/ 괜찮아요. 책은 질러도, 방출해도 아깝지 않아요. 국제도서전도 패스한 저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라고 감히 우깁니다.

 

 

 

구도 노리코.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그림책

http://aladin.kr/p/uPbcS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매미 씨의 조용한 땅속 집에 전화가 울렸다. 장수풍뎅이 아저씨는 매미 씨에게 ‘드디어 오늘 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곤충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매미 씨의 특별한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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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노리코의 그림책은 G가 좋아하기 때문에 삽니다. 사고 치는 등장인물들-그러니까 우당탕탕 고양이 같은 애들이 많다보니 썩 제 취향은 아니지만요. 제 그림책 취향은 귀여운 쪽보다는 아닌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교훈을 주려는 이야기들은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고요. 먹는 이야기가 많은 그림이나, 아니면 그림 곳곳을 읽어 내야 하는 그림이 또 취향이랍니다.

 

어떤 그림책은 전체 내용 중 한 곳에 꽂히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랬습니다. D-day, 드디어 오늘 밤, 아주 중요한 그날이 되었지요. 그리고 매미가 나가기 전에 작별인사하는 그 모습이 왜 그리 눈에 밟히는지. 가장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박민규. 밥만 먹고 레벨업 2~12, 16.

현대, 근미래, 게임.

http://aladin.kr/p/HMmuS

 

밥만 먹고 레벨업 2

박민규 게임 판타지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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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감상을 따로 남겼더랬지요.

 

1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의 묘사와 게임 속에서 음식 만들기, 더불어 현실 속에서의 체중 감량을 통해 다시 사회로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뒤로 가면 갈수록 주인공이 어떻게 게임 운영진들이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그래서 게임 속 기연을 어떻게 얻었는지, 어떻게 더더욱 강해졌는지를 묘사하더군요. 대기업의 회장들이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게임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점도 희한하게 느껴졌고요. 회사 경영진들이 업무시간에 게임을 한다면 주주들에게 집단 항의가 들어가지 않을까요. 회장이 아니라 그냥 전 회장이자 대주주라면 또 모를까.

 

16권은 1부 완결입니다. 웹소설로는 완결 났다고 들었는데, 거기서는 체중감량 성공했을지 모르겠네요. 그 부분도 궁금했지만, 1부에서는 마지막으로 확인한 몸무게가 126kg인가...로 등장할 겁니다. 원래 몸무게와 병증을 생각하면 쾌거라 할만하지만, 감량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나오더군요. 궁금했던 소재 대신 커플천국솔로지옥을 내내 외치는 분위기에 꽃뱀도 등장하고, 게임 내 외형이 체중 감량의 모습인 주인공에게 여러 여성들이 대시하는 모습이 나와서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연애나 로맨스가 등장하면 재미가 떨어지더라고요.ㅠ

 

 

 

gonnagetya. 망나니 도련님이 강화함 1~221.

현대, 차원이동, 판타지.

http://s.joara.com/18CfD

 

망나니 도련님이 강화함 #프리미엄 #Joara

세계 유일의 강화사 이강하.몬스터가 출몰하는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행운의 보석 ´이름 모를 신의 눈물´ 11강에 성공한다.그러나 곧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

api.joara.com

 

『밥만 먹고 레벨업이』나 『망나니 도련님이 강화함』이나. 읽으면서 느꼈던 거슬림을 표현한 트윗을 오늘 만났습니다.

 

 

https://twitter.com/vagabond_sy/status/1533472747099197441?s=20&t=L1l9Fqve-OsplCiUr5mUNw

 

트위터에서 즐기는 임수연 IM Sooyeon

“그나저나 내 주변 여성 관객들은 <범죄도시 2>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로 "쓸데없는 술집 장면 안나온다"는 것을 꼽았다. 정말 어렵지 않게... 점수 따는 방법

twitter.com

 

그러니까 "쓸데없는 술집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범죄도시2를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는 트윗과, 이 트윗의 인용인,

 

https://twitter.com/119pepero/status/1533654574778798081?s=20&t=L1l9Fqve-OsplCiUr5mUNw

 

트위터에서 즐기는 𓃠 Heeyeon Park 💜

“비엘의 양지화에 대해 석사논문을 쓰고 있는데, 해당 장르가 존재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설명할 때 '여자가 완전히 부재함으로 여성이 보호받는' 기묘한 로직의 세계인

twitter.com

 

 

BL소설 중 "여자가 완전히 부재함으로 여성이 보호받는" 상황에 대한 트윗입니다. 여성이 등장하지 않으면 납작하고 평면적이며 입체적이지 못한 여성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마네킹이나 전시용 트로피 같은 느낌의 여성을 볼 필요도 없지요. 여성이 완전히 배제된 세계와 여성이 물건으로 존재하는-물화(物化)라고도 표현하더군요-세계 중 어느 것이 낫냐고 하면. 하하하하하하하하. 거참 어렵습니다.

갑자기 여성을 공공재로 보냐 사유재로 보냐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만, 그건 다른 곳의 이야기고요. 『밥만 먹고 레벨업』은 여성이 많이 등장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의 잘남을 표현하기 위한 존재로 많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등장하는 여성이 여럿입니다. 『망나니 도련님이 강화함』에서는 위의 트윗에서 언급한 '술집 장면'과도 같은 것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불쾌한 장면이지만 그 부분은 참고 넘어간다고 하며 꽤 흥미롭게 읽다가 문득 또 다른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저 거슬림말고 다른 문제도 있더라고요.

 

 

강화사였던 주인공은 수 많은 아티팩트를 강화해왔지만, 마지막의 최고 강화에 성공해놓고는 몬스터에게 당해 죽습니다. 그리고 정신차렸을 때는 평행세계의 다른 인물에게 빙의해 있었습니다. 원래 몸의 주인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자다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아주 갑작스럽게 바꿔치기 당한 거지요. 그걸 기억상실로 대충 얼버무리고 몬스터나 게이트 등등이 없는 이곳에서 평온하게 살려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까지 진출한 최고그룹의 장남이다보니 평온하게 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강화 능력은 어떻게 쫓아온건지, 이제는 사람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게임의 강화확률보다는 꽤 높은 편인 강화능력을 이용해 자신과, 주변사람을 강화하면서 사회의 부조리와 싸운다는 기둥 줄거리는 좋습니다.

강화 재료인 강화권을 한 장 얻기 위해서는 1억원을 기부해야합니다. 그래서 평행세계에서의 인재들을 손에 넣고, 돈을 모아서 재단을 통해 이익의 사회환원과 기부를 펼치며 얻은 강화권으로 인재들을 강화합니다. 자신을 강화하는 건 당연하고요.

 

다만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래, 최고그룹이 최강의 그룹이고 아주 뛰어난 그룹인건 인정합니다. 한데, 사회복지시스템을 갈고 닦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말하자면 잘나가는 사기업의 망나니 아들이 갱생하여 만든 재단으로 복지 시스템을 메우는 거잖아요. 삼성을 모델로 한 걸로 추측되는 저 최고그룹의 회장이 매우 바르고 곧은 사람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지, 현실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재단을 통해 소방관이나 경찰,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들을 지원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그런 사기업에 의존해서는 안되지요. 취지는 좋은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마구 들더랍니다.

 

게다가 중국을 건드리고, 일본을 건드리는데, 그걸 보고 있노라니 음.... 으으으으음... 이건 아냐....

 

그래서 221화까지 읽고는 멈췄습니다. 허허.

 

 

 

『전천후 연예생활백서』나 『리밋』, 그리고 적지도 않은 『그의 엔딩 크레디트』는 패스. 이 세 소설은 너무 많이 올렸으니까요.'ㅂ'a

 

 

 

1.웹소설
자경. 전천후 연예생활백서 1~409(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06.03. 기준)(131~280)
gonnagetya. 망나니 도련님이 강화함 1~340(완결). 조아라 유료연재. (2022.5.23. 기준)(1~221)

2.전자책
장바누. 리밋(Re:meet) 2~3. 비터애플, 2021, 각 3천원.

3.종이책
구도 노리코. 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유지은 옮김. 천개의바람, 2022, 13000원.
박민규. 밥만 먹고 레벨업 2~12, 16. JHS BOOKS, 2022, 각 권 8천원.

 

 

2022.06.06. 16:38 덧붙임.

 

https://twitter.com/djuna01/status/1533720569350619136

 

트위터에서 즐기는 djuna

“늘 하는 말이지만 아주 끔찍한 여성 캐릭터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함. 적어도 그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 부재의 경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

twitter.com

그리고 위의 트윗에 대한 듀나의 의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확실히, 차별과 혐오를 말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그게 없는 일이고 존재하지 않는 일인건 아니지요. 깨닫고 고치려면 꾸준히 말하고 불편하더라도 감수해야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어렵죠. 그런 불편함과 거슬림을 감내하고 지적하고 말하는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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