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주변에서 사는 것을 자주 보았지만, 제가 구입한 적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팔목에 뭔가 달랑 거리는 건 이전에 주문한 팔찌로 충분하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시계가 우선이지 팔찌는 그 다음이기 때문이며, 세 번째 이유는 판도라는 확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끝없는 지름의 무간지옥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번과 2번은 차고 다니기 번거롭다는 요약이고, 3번은 자금 문제라는 거죠. 더불어 액세서리를 썩 즐기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은 꿈의 목록이고 그림의 떡입니다. 그림 속의 떡은 신포도보다 높은 단계로서, 내가 저것을 먹을 수-구입할 수-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며, 그러므로 그림으로 두고 즐기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손에 넣는다면 좋지만 일부러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판도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이 지름의 지옥문을 여는 것이니 참는 쪽이 좋습니다. 다만 지난 제주 여행 때 공항 면세점에서 보았던 판도라 참은 예외였습니다. 블로그에도 한 두 번은 올렸던가요. sea tutle, 바닷거북 참은 그 색 때문인지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나중에 찾아보니 무라노 유리랍니다. 베네치아의 유리공예로 유명한 그, 무라노 섬 유리라는 마케팅 포인트에 홀랑 넘어갔지요. 이런 거라면 깨먹을 가능성도 낮습니다. 무라노의 유리컵은 높은 확률로 깨질테지만, 판도라의 참이라면 그냥 액세서리로 모셔두면 됩니다.

 

 

 

실물로 보았을 때는 그냥 파랑색 유리를 몸체로 한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검색하면서 확인해보니 안쪽에 무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늬는, 유리를 끼운 틀을 저렇게 바닷거북의 등딱지 무늬로 세공해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고는 감탄했는데, 실물로 보니 더 귀엽네요.

 

 

시계가 있으니 팔찌는 차고 다니기 애매하고, 어차피 판도라 팔찌 줄도 없습니다. 그래도 귀여운 참 하나를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셈 치고요. 고이 잘 모셔뒀다가 나중에 L에게 넘겨준...다거나? 파랑 유리가 마음에 들어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던 걸 덥석 선물로 받으니 그도 좋습니다. 상당량의 레고를 L에게 보낸 답례라면 답례인 것이니. 최근 몇 달 간 구입한 레고 금액은 ... 생각하지 말자고요.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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