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주 쯤 전인가. 장에 구경하러 갔다가 동백을 마주했습니다. 장이 서는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묘목류 구경하려면 낮에 가는 것이 좋고, 퇴근할 시간이면 이미 장이 파했기 때문에 주말에 장이 설 때만 시간 맞춰 다녀올 수 있지요. 그리고 그 때가 그렇게 날이 맞던 때였습니다.

 

구경 나갔다가 휘휘 둘러보는데, 흰 동백꽃이 눈에 확 들어오더랍니다. 이야... 진짜 예쁘더군요. 평소처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눈만 굴려 재미있는 것 없나 보던 찰나에 그 흰색 꽃이 눈에 확 들어와 박힌 겁니다. 본가에 동백이 있기 때문에 평소 썩 관심을 두진 않았는데 그 흰 동백이 상당히 예뻤습니다. 겹꽃 아니고, 동백 특유의 노랑 화심이 인상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그 때 샀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다른 먹거리 때문에 손이 부족했던 터라, 눈으로만 보고 넘어갔습니다. 이미 종묘사에서 왕창 주문한 뒤이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랬는데.

 

돌아와서도 계속 눈에 밟히는 겁니다. 고민하다가 그 다음 장날에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움직였지만 이미 장이 파해서 없고. 그 다음에 맞춰 갔을 때는 그 동백을 못찾았습니다. 겹꽃 아닌 홑겹의 흰 동백이었다는 기억만 아련하게 남은 채 넘어갑니다.

 

 

그러다 오늘 4.3 사건 74주기라 동백이 여럿 보이기에, 핑계 삼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흰 동백을 심폴에서 찾으니 가격이 매우 높네요.

 

겹꽃 빼고, 확인해보면 하단에 '오래된정원'이라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자생 흰동백들이 조금 가깝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일휴하고도 닮아 보이긴 합니다.

 

 

국제원예종묘에서 동백을 찾으면 거의 대부분이 붉은 색이나 분홍색이지만, 개 중 흰색도 몇 보입니다. 몇 안되는 흰색 동백 중에 일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일본종 같더군요.

 

https://www.treeinfo.com/treeinfo/product/detail.aspx?gidx=120140309194806930&pt=2&categorykey=1232&searchstring=%25EB%258F%2599%25EB%25B0%25B1&psize=50&pnum=1 

 

국제원예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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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reeinfo.com/treeinfo/product/detail.aspx?gidx=120140309191230527&pt=2&categorykey=1232&searchstring=%25EB%258F%2599%25EB%25B0%25B1&psize=50&pnum=1 

 

국제원예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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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서는 일휴 쪽이 노랑빛 도는 흰색이고, 백옥은 파랑빛 도는 흰색 같습니다. 일휴보다는 백옥이 제가 본 쪽에 가깝긴 하겠군요.

 

하여간 검색하다가 이번에는 다른 종묘사-미림원예종묘에도 들어가 봅니다. 동백을 확인하니 아예 백동백나무라는게 있습니다.

 

https://treeok.com/shop/item_html5.php?it_id=1617601501 

 

나무의 모든 것! 미림원예종묘

 

treeok.com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아래의 설명들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희귀종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잽싸게 포털 검색을 넣었다가, 다른 걸 확인했거든요. 흰꽃 동백나무는 동백나무인데 꽃이 흰색이라는 의미지요. 그러한데, 백동백나무는 조금 다른가봅니다. 백과사전에서 검색하면 감태나무가 등장합니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74XXXK006453

 

감태나무

일본, 중국; 충청남도 이남(전라남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낙엽활엽 관목, 수형: 원개형. 높이 5m, 지름 13cm. 잎은 어긋나기로 두껍고 길이 4 ~ 9cm , 넓이 2

100.daum.net

 

동백나무의 학명이 카멜리아라는 건 압니다. 카멜리아 레이디, 동백아가씨, 혹은 춘희. 다 같은 이야기이고 차나무도 동백나무 속이라 학명이 카멜리아 시넨시스지요. 따라서 동백이라면 학명이 카멜리아가 되어야 할건데, 감태나무의 학명은 다릅니다. Greyblue spicebush로 영문 이름은 종묘사에 올라온 이름과 같습니다. 한데 학명은 Lindera glauca (Siebold & Zucc.) Blume로, 녹나무과 생강나무 속이랍니다. 얼핏 보기에 동백과 잎사귀가 비슷해보이지만 다릅니다. 열매를 봐도, 저게 동백나무 열매냐 하면 절대 아니죠. 크기가 작습니다. 게다가 다른 이름이라는 산호초(山胡椒)는 감태나무의 이름이 맞나봅니다. 아래의 설명이 있지요.

 

정리하자면,

감태나무의 다른 이름은 백동백나무입니다. 하지만 그게 흰꽃 동백나무, 백 동백나무인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검색하니 감태나무 꽃은 동백과는 전혀 다릅니다. 생강나무 꽃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꽃은 매우 작고, 꽃잎이 있나 싶은 정도로 잘 안 보입니다. 종묘사가 설명을 잘못 넣은 겁니다......

 

그렇게 정리를 끝내고는 동백은 일단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니다. 종묘사에 주문한 화분들이 아직 오지 않았으니 얘들이 도착한 뒤에나 새 자리를 마련할 수 있고 .. ... ...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함께 보내달라고 전화를 할까요. 끄응.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어쨌건 봄은 봄이라. 어제도 나갔다가 괜히 들떠서 돌아왔습니다. 진짜 어딘가에다가 쟈근 땅 사다가 이것저것 심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그러기엔 이 주변 땅값이 조금 많이 비싸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크흑.;ㅂ; 자투리 땅이라도 사두면 ... 그러면...;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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