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끙끙대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오늘 거기에 방점을 또하나 찍습니다. 하.....

 

 

엊그제.

멍하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떠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제일 키워보고 싶은 사과는 다른 사과가 아닌 홍옥이었지요. 홍옥은 인기 품종이 아닌 터라 구입하기도 쉽지 않고, 판매도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판매하는 농원이 있긴 할 건데, 이게 또 보관성이 썩 좋지 않은 걸로 압니다. 조려 먹는 사과는 역시 홍옥이 맛있고 색도 예쁘지만, 구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나오는 딱 그 시기를 놓치면 못구합니다. 그나마 파는 곳도 드물고요.

 

 

그런 이유로, 검색해서 홍옥 묘목이 나왔다는 이유로, 샀습니다. 묘목을요. 다른 묘목들의 가격이 꽤 높은 편이란 걸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덥석 구매한 홍옥 묘목은, 받아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상자가 매우 컸거든요. 부피는 큰데 가벼워서 별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도 멍하니 있다가 홍옥 묘목이 떠올라서 지금 후다닥 열어본 참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생각보다 많이 큽니다. 아니, 저보다는 작지만 그렇게 표현하는 게 이미 무리죠. 앞서 구입했던 다른 사과 묘목-그러니까 알프스오토메 같은 애들은 대목을 붙인지 얼마 안된 애들이 오더니만, 얘는 대목이고 뭐고 늘씬하게 큰 나무로 왔습니다. 이거,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을까요. 가지 윗부분을 쳐내야 하나. 아니, 저런 커다란 나무를 집에서 ....!

 

남의 밭에 키우는 중인 알프스 오토메가 아직도 제 키보다 작아서 홍옥도 별 생각 없이 구입했더니만 하하하하하.;ㅂ; 그야말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입니다. 하. 흙을 20리터만 사왔는데 화분에 잘 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크흑. 쟈를 미리 물에 가 둬야 할 건데 통이 어디 있더라.... 임시로라도 쓰레기통에 담가둬야 하나요.ㅠ_ㅠ

 

 

 

 

그리고 글을 쓴 10분 뒤. 꺼내서, 화분에 담아 보고는 조용히 좌절하고, 얌전히 욕조에 두었습니다. 하.... 베란다에서 흙이라도 씻어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밖이 너무 춥습니다. 밖에 두면 얼어죽을까봐 일단 욕조에 담고 물은 부었는데, 내일 저걸 정리할 생각하니... 하하하하하;ㅂ; 정 안되면 눈물을 흩뿌리며, 내년 봄에 부장님 댁 밭에 심어 달라 부탁할까봅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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