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G가 제게 물었습니다.

 

"프릳츠 호찌머그 안 가져갈래?"

 

프릳츠는 귀엽지만 협업한 삼립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참 전에 이미 블랙기업으로 탕탕 올라가 있었지만, 최근에 있었던 던킨도너츠 제조공장의 문제와, 그 고발 직원에 대한 문제나, 파업을 포함한 노동쟁의를 거부하는 모습에서 블랙리스트에 또 한 번 더 올라갔습니다. 삼립이라는 브랜드는 SPC의 모체나 다름없지요. 삼립에서 샤니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후에 파리바게트를 비롯한 여러 프랜차이즈를 내놓았으니까요. 지금은 샤니만 아주 가끔 사먹는 정도입니다.

뭐, 뚜레주르는 그보다 앞서 블랙기업으로 찍혔지만요. 두 회사를 멀리하다보니 빵집에 덜 가게 되어 좋습니다.(먼산)

 

 

G는 어딘가에서 나온 이 세트를 충동구매했던 모양입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요. 사놓고 보니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며 남은 하나를 제게 떠넘겼습니다. SPC의 상품이 제게 흘러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이 머그가 뭐냐 하면 찜기입니다. 전자렌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찜기지요. 아래에는 우유 등의 액체를 담고, 그 위에 망을 얹은 다음 뚜껑을 올리고 전자렌지에 돌리면 됩니다. 시간은 아마도 잘, 봐서? 그러면 전자렌지에 호빵을 돌려도 촉촉하게 쪄진다는 것 같습니다.

 

 

 

 

왜 추측형이냐면 안 써서 그렇습니다.

도착해서 뜯어보고, 씻어서 잘 말려두고. 한참 전에 그렇게 해뒀음에도 아직 단 한 번도 안썼습니다. 왜냐! 전자렌지를 돌리는 일이 매우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자취집에도 전자렌지는 있습니다. 그 앞서 자취방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취방의 전자렌지가 망가진 뒤에는 특별히 쓸 일이 없어 없는 대로 살았습니다. 그 뒤에 LG의 광파오븐을 구입하면서 전자렌지도 집에 생겼지만, 부피 때문에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콘센트에서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두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자렌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원연결선을 뽑아다가 쓰거나, 오븐을 올려둔 수납장을 콘센트 근처로 옮겨서 연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귀찮아요. 그 번거로운 짓을 하느니 그냥 가스렌지에 찜기를 올리겠습니다. 프라이팬에 물 조금 넣고 아주 은근한 불에 올려 굽는 쪽이 더 간편합니다.

 

전자렌지보다 가스렌지 이용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저 프릳츠 머그는 집 찬장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머그도 큼직하니 좋지만 무겁고, 그래서 사용할 생각을 안했습니다. 집에서는 호빵 사다먹기보다 근처 만두집의 찐빵을 사다먹는 일이 많다보니 머그는 그냥 관상용이로군요.-ㅁ-a 나중에 생각나면 방출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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