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부고부터.
https://twitter.com/berserk_project/status/1395212918040391680?s=20
어제 베르세르크 공식 트위터에 공지가 올라왔답니다.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5월 6일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제가 20일이었으니, 한참 뒤에야 공지가 올라온 셈이지요.
급성대동맥해리로 사망했다는데, 여러 트윗들 이야기를 모아보면 뇌출혈이나 뇌졸중과 비슷한 병증인모양입니다. 직접적인 사인은 병이지만, 그 병을 일으킨 것은 과도한 업무라는게 중론입니다. 격주 연재를 하면서 어시스턴트를 쓰지 않고 혼자서 작업한 모양이니 아마도. 올해 쉰셋. 너무도 이른 나이에 가신겁니다.
베르세르크는 제 취향에 맞지 않아 일찌감치 피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끼친 영향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요. 한국 해적판 번역 때문에 돌게 된 '등짝을 보자'도 이 만화에서 시작했으니까요. B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간츠가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라는 반응도 있다 합니다. 제가 피할만한 이유는 충분하죠. 전 주인공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잘 못 봅니다. 손대기 무서워요.
인정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미우라 켄타로의 사망을 산재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산재가 맞지요. 회사-그러니까 잡지와의 연재 계약 때문에, 격주 연재를 지속하면서 작품의 질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한국 웹툰도 그렇지만, 과도한 업무량을 강요하는 모습 역시 산업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는 대개 고용주가 있고 고용된 노동자(근로자)가 있다보니, 계약관계로 묶인 출판사 혹은 플랫폼과 작가 사이에서는 인정되는 일이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적어도 그런 제소도 없었다고 기억하고요. 하지만 편집부를 통한 압박을 생각하면야. 음. 그런 관리를 작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하여 또 미완의 작품이 하나 늘었습니다. 최종장 돌입했다고 들었는데, 결국 마무리는 안되는군요. 어떤 결말로 갔을지 궁금합니다.
웹툰은 안보다보니. 웹소설 연재하는 작가님들이 가끔 건강 문재로 연재 쉰다 하시면 쌍수 들고 반깁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연재는 늦어져도 됩니다. 중요한 건 완결까지 무사히 보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일 없다고요? 아뇨... 이미 한 작품이 그렇게 영원한 미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 줄여서 적왕사라 불리는 그 작품. 작가님이 사망하여 이미 미완으로 결정되었지요. 지난 번에 소장본 낼 때, 문피아 쪽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작품을 다른 작가가 이어 쓰면 어떨까라는 내용이었지요. 만약 결말에 대한 메모가 남아 있었고 그걸 뒤이어 쓸 작가가 이어 받을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이어 쓰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2차 창작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2차 창작이, 독자들이 인정할 만큼 우수한 작품으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까요. 아직까지 이야기가 없는 걸로 보아 가능성은 낮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번에 소장본 사다 놓고는 한 장 들여다보지 않고 얌전히 모셔놓고만 있네요. 하지만 다시 읽을 용기는 안납니다.
그러니 작가님들을 포함한 여러 창작자님들이 쉬더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완결 내셨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어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