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을 따로 남길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오늘치 글을 쓰려고 보니 사진함의 이 사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펑펑 울다말고 찍은 사진이었을 겁니다. 정말, 이 책은 옆에 손수건 말고 물수건 갖다 놓고, 우는 도중 눈이 붓지 않게 찜질해야 합니다. 손수건으로 하면 눈이 부어, 다음 장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것이니 차가운 물수건으로 눈을 식혀가며 읽어야 합니다.

 

 

당장, 올해의 책으로 꼽아도 이상치 않을 책입니다. 근데 이거 지난 주말에 읽은 것 같은데 왜 안 적었을까요. 독서기록에 빠져 있습니다. 끄응.

 

 

책이 나왔을 때부터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알라딘에서 열심히 소개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빼다가, 이 책을 읽은 다른 분이 추천하여 책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는 덥석,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해서 받았지요.

다른 그림책 두 권은 금방 읽었습니다. 그 그림책 이야기는 분명 앞서 투덜거리며 적었을 겁니다. 한 권은 괜찮았는데, 다른 한 권은, 왜 하필 도둑이냐! 이러면서요. 그림책을 그림책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어른의 한계입니다.

그리고 이 책, 『긴긴밤』은 어느 길고 긴 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니 그 밤까지 도달하는 날들을 말하기 위해, 그 뒤의 또 다른 길고 긴 날들을 이야기 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들입니다.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3027170&start=slayer

 

긴긴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www.aladin.co.kr

 

이 책은 내용을 정리해서는 안됩니다. 소개하기도 쉽지 않고, 그냥,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그러니까. 아프리카에는 갈 곳 없는 코끼리들을 모아두는 코끼리 고아원이란 곳이 있대요. 『수의사 진태민』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야생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죽을 동물들을 모아서 돌보는 곳인가봐요. 그리고 그 코끼리 고아원에 코뿔소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코끼리라 생각했지만, 코의 모양이 다르니 금방 알 수밖에 없어요. 어릴 적부터 살았으니 거기서 있어도 되지만, 주변의 다른 코끼리들의 충고를 듣고 세상에 나가기로 결정합니다.
나가서 처음으로 동족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데, 그러한데.

 

그 뒤의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그 구구절절한 코뿔소의 사정은 글로 적으면 안됩니다. 이건 삽화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떠났을 때의 낯섦을, 동족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그리고 그 뒤의 상실과 분노를. 다시 찾아온 절망을, 그리고 전쟁을.

거기서 또 다른 이야기 하나가 끼어듭니다. 그 끼어든 이야기는 작고 작은 펭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를 통해 소수자를 말합니다.

 

동화나 그림책은 종종 은유를 통해 사람을 가르치려 합니다. 교훈을 얻으라고 하지요. 강제하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그러한 교훈들이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책을 소개할 때는 그러한 교훈을 일부러 입 밖으로 내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이 그걸 느꼈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말하면 그 책은 훈계하는 걸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결말의 찬란함과 도입부의 그, 파랗고 검은 하늘과 별이 인상적인 이 책은 내용을 듣지 않고 홀로 읽어 마주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읽는 동안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울어도, 감상을 쓰고 있는 동안도 눈시울이 뜨거워 몇 번이고 눈알을 굴리더라도, 이건 직접 읽고 느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코뿔소와 펭귄이 왜 마주했는지, 그리고 이 책이 어떤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지, 그들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직접 읽었으면 합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주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걸 깨닫자마자 바로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해 G에게 보냈습니다. -ㅁ-a 여러 권 사도 아깝지 않은 책,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고 읽으라 하고 싶은 책이 이 책, 『긴긴밤』입니다.

 

 

 

아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인류멸종기원

2. 포스터 내주시면 안될까요? ;ㅁ;

 

 

루리. 『긴긴밤』. 문학동네, 2021, 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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