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얼결에, G에게 끌려 간 카페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진짜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나가는 저와는 달리, G는 가끔 카페마실을 나갑니다. 가장 큰 차이는, G의 재택근무 장소가 대학로 근방이라는 점과 제 재택근무 장소는 대학로와 지방을 오간다는 점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대학로 근방이지만 지방에 있을 때는 자취방에서 한 발짝도 안나갑니다. 주에 한 두 번, 상경할 때나 귀향(..)할 때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오면 그걸로 집콕 준비는 끝입니다. 사무실에 나가 정리할 일 있을 때가 아니면 정말로 안나가죠.

 

그래서 G랑 붙어 있는, 서울 재택근무(원격근무) 때는 종종 같이 카페마실을 나갑니다. 조만간 다시 재택에서 안재택으로 바뀔 모양이라 다시 갈 날은 기약이 없지만요.

 

 

 

 

맨 아래 사진이 가장 첫 번째 메뉴, 그 바로 위는 G의 메뉴. 그리고 맨 위 사진은 제 두 번째 잔 사진입니다. 사진 올리다보니 순서가 거꾸로 입니다.

 

 

이름을 듣고도 매번 잊어서 저도 재차 검색했습니다만, 리사르커피로스터스는 약수역, 언덕배기 골목길의 안쪽에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카페라기보다는 커피바에 가깝더군요. 카페 리사르로도 검색되더랍니다.

신규 카페가 올라오는 무슨 사이트가 있어, 종종 거기를 들여다보는 G는 이 로스터리 소식도 일찍 접한 모양입니다. 작년 가을 즈음인가, 제게 그러더군요. 약수역에 사람들이 들러 커피만 홀짝 마시고 바로 나가는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 커피가 맛있다고. 아니, 그게 라떼도 아니고 에스프레소임에도 굉장히 맛있더라고 말입니다.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하던데 궁금한 마음이 들더랍니다. 하지만 저는 지방에 살고, 주말에는 움직일 기력이 없지요. 그러다가 얼결에, 끌려 갔습니다.-ㅁ-a

 

오픈 시간이 매우 이릅니다. 오전 7시. 약수역 매장은 그렇고, 최근에 새로 연 청담점은 오픈시간이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강북에서 움직이기에는 약수역이 훨씬 가깝습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여서 7시 조금 지난 시각에 도착합니다. 거리두기 단계 때문에 그 작은 가게에는 한 번에 다섯 명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섯 명 다 자리를 채웠다면 밖에서 기다려야지요.

 

메뉴판을 받아들고 놀란 것은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한 커피 메뉴가 그래도 상당히 많았다는 점, 그리고 가격이 아주, 매우 저렴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우유는 아주 조금 들어간다지만 그래도 커피 한 잔에 2천원은 너무 하잖아요! 이윤이 남을까 걱정되는 수준이더랍니다.

 

 

 

 

제 첫 잔은 아마 에스프레소였을 겁니다. G는 카페오네로소를 시키더군요. 에스프레소가 그렇게 맛있다는 말에 호기롭게 시켰지만 걱정은 조금 있긴 했습니다. 괜찮을까 싶었는데. 허. 허허허허.

에스프레소 받아들고, 사진 찍고는 잽싸게 설탕을 넣고, 그리고 들어 맛봅니다. 허. 허허허허허.

헛웃음이 나오는 맛입니다. 쓰지 않아요. 부드럽습니다. 우유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쓰지 않고 산미가 살짝 감돌면서도 입안에 착 감깁니다. 조금 맛보고는 홀랑 입에 털어 넣고, 바닥에 가라앉은 커피먹은 설탕을 긁어먹습니다. 그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면서요? 보통 설탕보다 굵기가 약간 굵은가, 씹는 맛이 있다는 그 설탕도 바닥까지 싹 긁어 먹고, 바로 두 번째 잔을 주문했습니다.

 

 

 

G가 소개하면서, 한 잔씩이 아니라 두 잔씩 마시고 간다는 바bar라더니, 진짜 그렇습니다. 한 잔으로는 부족합니다. 카페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잔만 마시고 가기에는 정말 아깝습니다. 거리가 있어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요. 집에서 가까웠다면, 날마다 방문해 아침을 이 바의 커피 두 잔으로 열었을 겁니다. 하. 진짜. 에스프레소는 지금까지 무서워서 못 마셨더랬지만, 그 두려움을 단번에 날리는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커피 마시러 바다 건너 못 간다고 아쉬워했지만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네요. 물론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굴뚝같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으로 눌러봅니다. 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