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가 지난 연말에 선물로 받았다던 롤케이크를 냉동고에서 발굴했습니다. 주말만 되면 본가 냉동고에서 여러 음식들을 발굴해 들고 갑니다. 아버지도 일이 지방이라 주말에만 오시고, 그렇다보니 냉동고가 꽉 찼다며 어머니가 좀 들고 가라 하시더군요. 제 식생활에 비해 식비가 적게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배후 습지 .. 가 아니라 배후 냉동고 덕분입니다.

 

크림이 듬뿍 들어간 롤케이크는 집에 먹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가져가도 문제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이런 빵을 안 좋아하고, L에게는 이런 단맛 충만한 간식을 주지 않고. 그러니 제몫이 되었지요.

 

 

하지만 반전은 그 다음입니다.

홋카이도 검은깨 롤케이크라는 건 포장만 봐도 압니다. 검은깨는 썩 즐기진 않지만 간식이 필요할 때는 뭔들 안 가리나요. 홋카이도의 검은깨 간식들도 나쁘지 않았으니 한 조각 잘라 밀크티를 대령합니다. 아마도 포트넘앤메이슨의 로열블렌드였을 겁니다. 머그는 줄창 썼지만, 쓸 일이 없어 미뤘던 윈터 접시도 꺼내봅니다. 그리하여 사진을 찍고 한 조각 입에 넣는 순간.

OTL

왜 입맛이 변했지.

이건 케이크의 맛이 없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충분히 고소하고 크림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입 안에 넣는 순간, 솔솔 올라오는 깨향이 저의 혀와 목구멍을 자극한 겁니다. 그리하여 '생목'이라 흔히 부르는 역반응을 이끌어 낸 겁니다. 평소에는 깨 듬뿍 들어간 음식도 문제 없고,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사진 올릴 국수도 깨 듬뿍 넣어서 잘 먹습니다. 이 날은 왜 그랬을까요. 이유를 알 수 없어.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건 제 혀와 위장의 문제입니다. 하기야 요즘 위장을 많이 괴롭혔지요. 알콜과 카페인을 포함한 자극적인 음식물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남은 조각들은 고이 냉장고에 두고 고심중입니다. 한 조각 더 시도해볼까, 아니면 포기해야 할까? 그러기엔 또 아까우니, 그야말로 계륵이로군요. 계륵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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