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사과 한 알, 달걀 한 알을 날마다 챙겨먹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위장장애가 도져서 무리입니다. 그 때 하도 사과를 먹어 그런지, 지금은 사과가 썩 내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과일을 잘 먹냐, 그러면 그도 아닙니다. 귤 종류는 사과보다 더 일찍 물렸습니다. 귤을 못 먹는 이유는 매우 슬픈 뒷사정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이가 시립니다. 귤의 산미가 치아를 자극하여 많이 먹으면 이가 시려 즐기질 못합니다. 단 귤보다는 적절히 새콤달콤한 귤을 좋아하다보니 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가끔 한라봉을 먹거나 레드향을 먹는 정도로만 참습니다. 밀감은 싸지만, 얼마 못 먹는다면 더 비싸고 맛있는 귤을 골라 먹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 요즘에는 맛없는 음식으로 배부르면 기분 나쁩니다. 위가 줄어 들어서 많이도 못 먹으니,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든 사과조림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시나몬향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 향신료는 손톱만큼도 안 들어가고 오직 사과! 설탕!만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설탕. 어머니가 비정제설탕이라고 하신듯한데 말입니다. 이전에 유자마말레드를 만들겠다고 설칠 당시에 본가에서 들고 왔습니다. 어머니도 뭔가 절임을 만들려고 왕창 설탕을 사다놨다가 남았다던가요. 아마도 코스트코에서 파는 비정제설탕일겁니다. 황설탕보다는 살짝 하얀 느낌의 설탕이더군요.

 

 

최근 하도 유튜브의 요리 영상을 보고 있다보니, 냉장고에 보름 넘게 자고 있던 사과를 털고 싶더랍니다. 까서 먹을 생각은 없고, 그러니 다 까서 잘 썰어둔 뒤, 캐러멜 만들기부터 시작합니다.

설탕은 얼마나 넣었는지 저도 모릅니다. 음, 대략 반 컵? 한 컵은 안 될겁니다. 무서워서 그렇게는 못 넣지요.

 

하여간 제조 순서는 이렇습니다.

1.코팅프라이팬에 설탕 3큰술 정도를 넣고 약한 불로 가열함.

2.설탕이 녹으면 추가로 설탕 한 큰 술을 넣고 녹임. 이걸 반복함.

3.대략 지름 26cm? 정도의 팬 바닥에 갈색의 캐러멜이 깔리면, 거기에 껍질 벗겨둔 사과를 넣습니다.

4.아주아주아주 약한 불로 돌려 놓고, 뚜껑을 덮습니다. 그리고 방치.

5.가끔 열어보고 사과를 뒤집습니다.

6.사과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크기가 줄어들고, 가장자리의 각이 사라지며, 갈색의 캐러멜소스 색이 난다면 끄고 완성.

 

제가 쓴 사과는 아마도 중간 크기로 네다섯 개 정도. 바닐라 아이스와 같이 먹어도 맛있지만, 토스트에 올려 먹어도 아삭함과는 조금 다른 식감의 사과에, 쌉쌀한 맛이 도는 캐러멜소스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취향에 따라 시나몬 등을 넣어도 좋을 겁니다. 저는 패스. 향신료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을 너무 가열해서, 잠시 뒀더니 끈적한 물엿보다 더 나아간, 갱엿보다 단단한 무언가가 되더군요. 아. 이거시 캔디로구나....! 그렇다 해도 나무숟가락으로 긁으면 그럭저럭 밀리는 데다, 사과를 부어 다시 가열하니, 사과에서 나온 과즙이 섞여서 나중에는 약간의 점도만 있는 물 수준까지 묽어집니다. 실패하면 버리면 된다는 각오로 덤볐더니 꽤 맛있는 사과조림이 되더군요.

 

조린 사과는 보존용기에 넣고, 남은 것은 그 자리에서 먹고. 그리고 프라이팬에 남은 소스는 보존용기에 부었지만, 그러고도 남은 시럽이 아쉬워 우유를 넣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딸기 우유 못지 않은 캐러멜사과우유! 크흑! 이것은 제조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입니다.(feat. 어제 뭐 먹었어, 딸기편)

 

 

아. 덧붙여.

사과는 부사가 아니었습니다. 홍옥도 아니고 부사도 아니고, 조나스 골드인가? 연두색 사과입니다. 선물로 들어온 사과였고 최근에 사과품종이 다양해지며 시장에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태 좋은 부사보다는 아주 약간 퍼석한 식감이고, 신맛이 강합니다. 새콤달콤한 사과 품종이더군요. 홍옥처럼 단단한 과육은 아니고, 그처럼 신맛이 강하지도 않지만, 부사보다는 나았나봅니다. 설탕 넣고 가열했을 때 이렇게 맛있어지다니 싶은 정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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