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7035372
작가 검색을 하다가 홀릭 려가 4권까지 나온 걸 확인했습니다. 이거 사야하나? 아마 서울문화사 안사요라서 건드리지 ㅇ낳았던 모양이니, 그냥 안 사고 버틸까 생각중입니다. 홀릭만으로도 충분히 완결 냈다고 보니까요.
제목 적다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헤드는 기억 안나지만 아마도 보크스 28계였을 겁니다. ... 아마도? 한창 싸이월드 인형중독에서 돌아다닐 때, 이름을 성백(星白)이라 했던 구관이 있었습니다. 찾아보면 어딘가에 사진은 남아 있을겁니다.
그 성백이란 이름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았습니다. 그때는 동경바빌론 혹은 도쿄바빌론을 다들 알았다는 겁니다. 어젯밤 트위터 타임라인에 도쿄바빌론 관련해서 트윗이 올라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 해묵은 작품을 왜 꺼내나 생각했습니다.
https://twitter.com/FansClamp/status/1320288992479227904?s=20
어제 타임라인에 이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남았다, D-1.
1990-2020이고, 저 디자인은 아무리 봐도 동경바빌론인데,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은 새벽에 올라왔습니다.
www.youtube.com/watch?v=NojVXNtMJkE&feature=youtu.be
내년에 도쿄바빌론 TV판 애니메이션이 나온답니다. 글을 쓰면서 도쿄바빌론과 동경바빌론을 뒤섞어 쓰고 있는데, 원래 처음으로 읽었던 해적판은 제목이 『동경바빌론』이었습니다. 정식판이 나오면서 『도쿄바빌론』으로 출간되었지요. 그래서 기억 속의 그 작품은 동경바빌론이고, 애잔한 느낌이며, 도쿄바빌론은 그보다 조금 더 세련된 단어로 들립니다. 이상하지만 이 작품이 그만큼 뇌리에 깊게 박혔기 때문입니다.
저 영상이 공개된 것은 자정 전후였을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트위터를 열었더니, 트위터는 분노의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야 일찌감치 자는데다 일요일 밤은 더더욱 일찍 자야하니 영상은 당연히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늦게 잠에 들었던 분들은 저 영상을 보고 또 분노에 치를 떨며 부관참시를 그만두라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https://twitter.com/netsukei/status/1320519200004141056?s=20
왜 부관참시냐.
지금 다시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그런 '90년대의 시대성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 그 시대적 배경을 삭제하고 뼈대만 남겨놓고 다시 올라왔으니까요. 그것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취향에 맞춘 캐릭터 디자인이라 옛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니까 동경바빌론은 버블이 막 꺼지고 있는 연재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가벼운 유머와 개그에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긴 작품이었단 겁니다. 그러니 반전이 의미 없는 지금, 시대적 분위기도 이미 휘발되어 잔향도 있고 없고 한 수준에 다시 저 이야기를 불러 오는 건 원작의 기억을 스프레이로 덮어 버리는 거죠. 남는 건 시너냄새뿐입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전작을 떠올리며 애니메이션을 짐작해보자면, 한없이 BL에 가깝지만 직접적인 BL은 아닌 선을 넘나들 겁니다. 원작은 그런 관계를 다정한 성인과, 아직 고등학생인 주인공의 모습으로 덮어 냈습니다. 천을 걷어내면 그 아래 남은 건 포식자와 희생자뿐이지만, 그렇기에 그 반전이 좋았던 겁니다.
영상을 보면 원작에서 잡아온 뼈대는 성인과 미성년, 발랄한 소년과 어른스럽지만 약간은 음험한 청년의 모습뿐입니다. 거기에 사회의 약자와 희생자를 돌아보던 에피소드보다는, 씩씩한 음양사 소년의 화려한 액션에 집중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한 반짝이와 사르륵 흘러 내리는 음양사복의 괴리가 더합니다. 아냐, 이건 아냐.
https://twitter.com/lessislessxx/status/1320397432845291520?s=20
트위터에서도 간밤에 관련 이야기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아침부터 시작해서 거의 오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동경바빌론 관련 키워드가 올라와 있습니다. 아침에는 심지어 세이시로가 키워드였다고요. 스바루도 심각하게 달라졌지만, 세이시로는 그보다 더 심각하게 달라졌습니다.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아니, 그 전형적인 모습 중에서도 상위에 오를만한 인물이 순식간에 그냥 평균적인 나쁜남자가 되었으니 잠자고 있던 전사의 혼을 일깨워 싸우러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동경바빌론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도 90년대였고, 그 당시 이 작품을 보았던 이들은 대부분 40~50대가 되었을테니까요. 물론 비교적 최근에 다시 나온 완전판 3권짜리로 접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독자들은 베이스가 동경바빌론이 아니라 카드캡터 사쿠라나, 츠바사일겁니다. 조금 더 심각한 작품으로 간다면 xxx홀릭? 하지만 이쪽도 동경바빌론의 근원에 비하면 상당히 얇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매우 웃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90년대, 00년대 당시에는 동경바빌론이 '사회파 만화'의 일종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악 속의 악을 의미심장하게 상징하는 인물이 사쿠라즈카 세이시로고요. 선을 가장한 악으로, 차마 늑대에게 비유하지도 못할, 그런 사이코패스적 인물입니다만, 원작에서의 그 괴리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글을 쓰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끌어 모으다가 문득 떠올렸지만, 저는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1.다스베이더를 모르는 스타워즈 입문자 : 반드시 456-123의 순으로 보세요!
2.아처 정체가 궁금하다는 유포터블판 페스나 입문자 : 우리 입을 다물어요!
3.은영전을 읽기 시작하는 입문자: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처럼, 저도 내용폭로를 당하지 않고 동경바빌론을 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탐라에는 내용폭로가 아닌 내용폭로가 가득넘쳐서, 아무것도 모르고 볼 때의 그 7권 임팩트를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7권을 읽지 못합니다. 그 때의 감정이 너무도 생생하게 잡혀서 다시 볼 엄두가 안나거든요. 그 때 이 작품을 같이 보았던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할련지.
https://twitter.com/kcanari/status/1320523542346092544?s=20
리디북스는 물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클램프 작품의 단체 세일에 들어갑니다. 저도 그 김에 클램프 책 중 안 산 책이 뭐가 있나 뒤졌다가 슬쩍 뽐뿌가 올라왔고요. 하지만 카드명세서님이 발목을 잡고 고개를 저으십니다. 이번 달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자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