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부동산 걱정 안 하셨을 듯한 분을 모셨습니다.)
잡상(雜像)이기도 하고 잡상(雜想)이기도 합니다. 궁궐 지붕에 올린 잡다한 상이기도 하고, 잡다한 생각이기도 하다는 말장난입니다. 어쨌건, 어제 폭탄™ 하나가 불발하여 어머니와 제게 큰 상처를 입혔으니 그 경과와 함께 부동산 이야기를 잠시 풀어 보겠습니다.
어머니나 저나, 일신상의 여러 이유로 인해 부동산에 가지는 집착이 좀 있습니다. 물론 그 방향이 조금 많이 다릅니다. 이것이 세대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머니는 부동산을 투자 개념으로 봅니다. 구입하고,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더 큰 평수나 더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구입하고, 그런 식으로 자산을 높이는 대상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어머니는 좋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본가의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오르니까요. 더불어 새롭게 투자할 부동산이 나타나면 몇 년을 묵히든 간에 붙들고 있다가 투자에 성공하는 그런 타입입니다.
그런 어머니가 시도해서 성공한 부동산 투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조합 아파트로 시작한 아파트. 본가. 현재 거주지.
2.재건축 들어간다던 소문이 있던 아파트. 현재 재개발 완료.
1번은 매우 오래전의 투자입니다 정확히는 첫 아파트이고, 그 당시 가격도 적지 않았으나 위치가 좋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가격의 부침이 적습니다. 최소한 아파트가 원래 가격보다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기억하고요. 그야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만, 어쨌건 이 아파트는 최근 몇 년 간 약 80% 올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 두 배가 되지 않은 걸 아쉬워 합니다. 아니, 어머니, 이 아파트는 어차피 팔 예정이 아니니까 아파트 가격 올라봤자 좋은 일 없다니까요?
2번은 비교적 최근의 투자입니다. 이거 언제였더라? 하여간 재건축 들어갈 예정이라고, 조합 구성 들어간다고 하던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하나님께 제멋대로 봉헌한 누군가의 짓 때문에 어부지리로, 그리고 주변 사정 때문에 또 생각보다 훨씬 빨리 아파트가 완공되었습니다. 문제는 가격인데, 재건축 들어간다고 구입했을 당시의 가격보다 현재의 가격이 두 배 이상입니다. 헌 아파트에 돈을 넣어 새 아파트가 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매우 남는 투자라고 보는 겁니다.
물론 그 몇 년 간의 이자와, 새 아파트 짓는 과정에서 들어간 여러 비용들은 생각안하고 현재 가격만 보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집은 현재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거주한 적이 없거든요.
2번이 성공하면서 어머니는 부동산 투자에, 일종의 자신감 같은게 생겼습니다. 많은 부분은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린 덕이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재건축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정도로까지 가격이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말해 503 당시의 가격은, 원래 아파트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올라도 조금 올랐다고요. 그랬던 것이 미친듯이 오른 건,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과 궤를 같이 합니다.
어머니는 아마도 머릿속에서 지우셨을, 망한 부동산 투자도 여럿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도에서는 꽤 여럿이지만 그 중 하나만 예로 들어보지요.
3.서울 모처의 다세대 주택.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처분.
이 주택 명의가 저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일찌감치 세대분리를 했고요. 어머니 친구분이 소개한 주택이었는데, 흔히 말하는 집장사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주변에 대규모 재개발 이슈가 있었습니다. 엎어졌고요, 그 덕분에 가격이 안 올랐습니다. 정확히는 약 30%정도 가격이 하락했다가, 구매 가격 근처 비슷하게 올라왔길래 바로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1년쯤 뒤에 실거래가 사이트에서 확인했을 때도 가격은 거의 같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주변은 매번 개발에서 제외되더라고요.
대출 등등의 문제를 끼고 나면 한참 손해를 봤습니다. 저는 손해를 보지 않았고 어머니가 온전히 손해를 보전 해주셨지요. 제 명의로 구입할 때 당시 제가 손해볼 걸 걱정하자 어머니가 보증(...)을 했기 때문입니다. 원금은 주겠다고요.
3번은 나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주식하듯이 버티고 버텨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야말로 존버.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버티면 언젠가는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그래요, 좋은 목을 찾아서 거기에 파묻어 두면 언젠가는 오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 뒤로는 부동산 투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놓쳤던 몇 가지가 있고요. 일단 두 가지만 꼽아 봅니다.
4.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3번과 비슷한 시기에 보고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 가지고 있는 자금을 생각하면 조금 무리해서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요. 하지만 오피스텔은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고 관리도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에 3번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3번이 마무리 된 뒤. 오피스텔의 가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아마 지금 보면 가격은 꽤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대신 오피스텔은 월세를 받을 수 있었겠지요. 글세요. 어디까지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이니 어떨지는 모릅니다.
5.아파트
서대문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게다가 미분양이었고요. 가격은 높았지만 생각보다 저렴했다는 것이고, 그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안되었습니다. 대출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고요. 그리고 그 당시, 3번이 해결 안되었습니다. 제가 3번을 나쁜 기억으로 삼은 것은 4번과 5번, 제가 선택한 매물 두 건을 모두 물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 G의 옆구리도 찔렀지만 G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고, 현재 그 아파트는 .... (하략)
참으로 슬프지만 4번과 5번은 분명 어머니께 언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기억 못하십니다. 그래요, 그래서 지난 달에 어머니가 꺼낸 성남 모처의 재개발 들어가는 5억짜리 빌라 이야기를 했을 때도 3억의 프리미엄을 주고 딱지 구입하는 건 아니라고 했을 때 한 소리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성북구에 올라온 재개발 이슈 있는 또 다른 빌라를 사자고 이야기 했을 때도 도망친 거고요.
7월에도 분명 '너한테 두 번 다시 부동산 이야기 안 꺼낸다'고 하시더니 어제 또 꺼내서 사람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시는군요.
어머니, 저와 어머니의 부동산 관점은 매우 다릅니다. 어머니는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만 전 부동산 투자는 주식 투자와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주식보다 더더욱 나쁜 건,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이고요. 3번의 투자 때도 그랬고, 3번 때문에 도전 못했던 4번이나 5번을 봐도 그렇습니다. 어머니, 5번을 도전했다면 저는 더이상 부동산에 다른 미련을 안뒀을 겁니다. 물론 지금 임대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5번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공돈을 청약통장에 밀어 넣고 쓸 수 없는 돈이라 생각하며 피눈물을 흘립니다. 청약이 안 될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일단은 부동산에서 눈을 돌려, 현재 들고 있는 자산을 지키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안전 지향주의의, 리스크 회피형 인간은 어머니가 저를 맏이로 키우셨기 때문에 나왔습니다. 그러니 부동산 투자는 이제 그만 이야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