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에 도착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택배가 하나 더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거 뭔가 싶어서 낯선 택배의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이름이 이상합니다. 이비. 난 이런 택배 주문한 적 없는데? 라며 잠시 이비가 누군가 생각했다가 폭소했습니다. 아, 그 이비로군요. 이비, 택배 잘 도착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도마뱀의 관』 소장본을 언제 주문했는지도 잊었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까마득한 일은 아니지만 대략 반년? 그쯤 된 것 같군요. 아마도 1월에 주문하고, 마감은 설 연휴 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아마도.
그랬는데, 2RE님의 건강 문제로 제작이 밀렸습니다. 소장본은 제작 주관자의 품이 매우 많이 듭니다. 대강 만든다면 비용이건 시간이건 들일 필요도 없지만, 출판 도서에 준하여 제작하려 하면 품이 엄청 들지요. 제작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소장본은 여러 권 사보았으니 그 과정은 대강이나마 압니다.
이차저차 여러 사정으로 책이 밀렸습니다. 중간에 코로나19로 shut down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정도로 업무 정지가 일어났고, 그 다음에는 소장본 표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7월 중순에는 도착할 거라고 하니 그냥 마음 놓고 기다렸습니다. 펀딩을 포함해 주문제작형 물건들은, 아주 급하지 않는 한 진득하게 기다립니다. 취소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갖고 싶었던 물건이니, 환불하여 돈을 돌려 받기보다는 기다렸다 물건을 받는 쪽이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지름용 저금통을 별도로 만들어 놓고 보너스를 포함해 비정규소득을 몯 밀어 넣은 덕입니다. 저금통에 돈이 쌓여 있으면 마음이 너그러워 집니다. 온화한 마음은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마음가짐을 낳지요.
결국 돈이 급하지 않고, 물건이 갖고 싶으니 그저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길게 쓴 겁니다.
전자책은 한계가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켜지 않으면, 와이파이로 전자책을 내려받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기기 제한의 한계 말입니다. 거기에 눈의 피로도도 가중시키지요. 그래서 좋아하는 소설은 소장본이 나오면 꼭 주문합니다. 한 번 읽든, 두 번 읽든 관계 없이 일단 손에 넣고 보는 건 수집욕이지만, 그럼 또 어떤가요.
둘둘 말려 튼튼하게 포장된 책을 뜯으니 투명 포토카드와 엽서가 함께 나옵니다. 보고 있자니 새 집에 장미 한 그루 들일까 싶네요. 이름은 이비라 붙여두고 소중히 가꿔도 ... .. 그 이비는 아니겠지만.
참고로 이 소설에는 이비란 이름을 가진 존재가 셋입니다. 그런 고로 위에 나온 이비와 맨 아래의 이비는 다릅니다. 언급 안된 다른 이비는, 차마 언급하기도 무섭다니까요. 제가 이비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있다면 분명 쫓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