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도착한 택배상자입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다시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래시계를 준다는 말에 홀랑 구입했습니다. 뜯었다가 모래가 쏟아지는 바람에 기겁하고 자취방으로 들고 와서 상세사진은 없고요.
아래 보이는 다른 상품은 고양이가 달린 머들러와 검은 숲의 탐정첩이었나. 구입을 미루고 미루던 『중간의 집』을 드디어 샀습니다. 무의식 중에 책 제목을 또 『중간지대』로 적고 있군요. 다음에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님과 파일로 밴스를 사면 됩니다. 다른 버전으로도 있지만 그래도 사고 싶더군요. 슬슬 재독할 시기이기도 하고, 그럴 때라면 이전 판본의 번역을 까맣게 잊어서 다시 읽어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가끔은 이전 버전에 익숙한 나머지, 다음에 읽은 소설의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으니까요.
이 중에서 『골목길 꽃노래』는 완결권이라고 하여 잽싸게 읽었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전부터 연상 연하 두 남성에게 구애를 받는 주인공님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여겼습니다. 아니더군요. 4권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신발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그게 완성되었을 때의 기쁨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 냈을 때의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지요. 가끔 책을 완성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만, 완성 그 자체도 좋지만 만들어 가는 과정도 좋습니다. 무엇인가가 내 손을 통해 조금씩 완성되는 것이 눈에 보이고, 노력한 모습이 달성도라는 형태로 나타나니까요. 물론 달성도와 완성도는 별개입니다. 쉬었다 했다를 반복하다보니 지금은 손이 또... (하략)
그래요. 아소 미코토의 작품은 절대 연애를 보면 안됩니다. 연애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보이니까요. 신발은 만들어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지만, 연애는 .. 그게 추억으로 남을 지라도... (오열)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지만 그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은 매우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이번 결말도 아소 미코토가 아소 미코토 했습니다. 이미 『천연소재로 가자』 때부터 겪었는데 무엇을 기대했나요, 당신. 아소 미코토의 장점은 연애가 아니라 그 과정입니다. 그리고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현실들의 생생한 체험들! 그것이 중요합니다!
덕분에 적금 하나 들 생각입니다. 읽고 있노라니 송림수제화에 가고 싶더라고요. 물론 제 카드에게 뒷일을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카드가 불쌍하니, 적금을 마련하고 당당히 찾아가 신발 한 켤레를 맞출 겁니다. 온 세상 수제화 장인들에게 외쳐봅니다. Take My Money!
아소 미코토. 『골목길 꽃노래 4』(완). 시리얼, 2020,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