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링커』가 완결된 뒤에, 정주행 하다 못해 소설이 부족하다고 외치며 다른 소설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본격적으로 조아라 프리미엄 소설들 결제에 나선 것도 그 즈음인가 싶네요. 링커의 완결덕에 다른 소설들도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이 조아라 프리미엄 란에 올라온 것을 보고, 혹시 전자책으로 출간된 것이 있나보다가 전작을 구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읽은 소설이 상당합니다. 2016년이 첫 출간인데, 캐스트는 이 중 네 번째입니다. 알라딘은 전자책이 올해 재등록된 모양이라 2020년 출간작으로 나오길래 리디북스에서 재확인했습니다. 일단 첫 번째가 『행성헌터』, 두 번째가 『마운드』, 세 번째가 『신들의 정원』, 네 번째가 『캐스트』, 다섯 번째가 『조율사』, 올해 나온 『링커』가 여섯 번째 소설입니다. 거의 해마다 한 종씩 낸다고 봐도 좋네요. 『링커』 완결 후기에서, 헌터물과 현대물을 번갈아 쓰고 있다 했으니 다음 이야기는 아마 헌터 소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링커』도 뒤늦게 나온 걸 알고는 잽싸게 장바구니 담아놓았습니다. 다음 번에 결제해야지요.
캐스트는 소개글만 보면 판타지나 헌터물이 아닐까 싶지만 들여다보면 연기, 배우 소재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조실부모하고 조부모와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던 중, 기이한 현상에 휘말립니다. 기이한 현상을 빼면 하여간 주인공이 난파하여 작은 무인도에 갇히게 되었다가 소설의 시작인 셈이지요. 원래는 사람이 살던 섬이었지만 화산분화로 주민들이 모두 탈출한 뒤에는 무인도가 되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집도 남아 있고, 열대의 농작물도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나오지만 이 섬은 사이판에서 배로 이동하면 될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난파 전후의 혼란스러운 사건들과 태평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난파자 탐색은 길게 이어지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탑승객의 명단도 확실하지 않았으니 수색도 어영부다 하다 말더군요. 그리하여 난파자들은 낯선 섬에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크루즈의 난파객이다보니 한 명을 빼고는 모두가 나이 지긋한 노인입니다. 그 한 명은 주인공인 건우고요. 다섯 살 꼬마는 난파 과정에서 기연을 얻었지만 그 능력이 무인도 탈출 능력을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른 섬주민들에게는 매우 유용했지요. 육체적, 정신적인 습득 능력이 높아, 지치기 쉬운 무인도에서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었거든요. 한국인이고 조부모와 함께 왔으니 한국어는 당연히 하지만, 같이 난파한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배우들에게는 영어와 연기를, 목수에게는 뭐든지 척척 만들어 내는 목공 능력을, 스페인의 기타리스트에게는 음악과 기타 연주를 중국인 무도가에게는 중국어와 무예를 배웁니다. 무술이 아니라 무예라 적은 이유는 역시, 무협을 보는 듯한 전수 과정 때문입니다.
학습능력이 뛰어나니 스승들도 가르칠 맛이 있지요. 고립된 섬에서의 생활도 뛰어난 학생이자 제자가 있으니 불행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11년간의 생활 끝에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고, 10대 청소년이 된 건우도 섬을 탈출할 기회를 얻습니다.
총 12권 중 1권의 이야기는 건우가 그렇게 성장하고 섬을 탈출하기까지를 담았습니다. 사이판의 외교부 직원이 건우를 매우 안쓰럽게 여긴 덕에, 건우의 삶도 잘 풀립니다. 조부모와 스승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배우를 꿈꾸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하지요. 다행히 조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던 덕에 건우는 차근히 배우의 길을 걷습니다.
이정도만 이야기해도 충분할 겁니다. 나머지는 건우가 어떤 드라마를 찍고, 어떤 영화를 찍고, 어떤 과정으로 상을 타고 등의 이야기를 다루니까요. 연애담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지만 일단 접어둡니다.
길지만 길다 느끼지 않고 슬슬 넘어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전작의 분위기와 다음 작의 분위기가 함께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고요. 다른 건 몰라도 『신들의 정원』은 미리 읽으시면 재미있습니다. 더불어 『링커』도 내용을 대강이나마 아신다면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이 두 작품을 미리 접한 덕에 즐겁게 보았네요. 읽고 다면 저 두 소설을 다시 읽고 싶습니다.
저도 어딘가에는 파간 섬 .. .. 같은 곳을 만들고 싶지만 무리죠. 그럴 자산이 매우 부족합니다. 능력도 안되고요. 그래도 조금은 부럽습니다.
취향으로 놓고 따지면 다른 배우 소재 소설들이 더 잘맞습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배우 소재 소설 중에선 『꽃이 되다』와 『천재 배우의 아우라』를 가장 좋아합니다. 읽다보면 또 취향에 잘 맞는 다른 소설들을 만나겠지요.'ㅂ'
이아농. 『캐스트(Cast) 1-12(완결)』. 휘슬북, 2018, 세트 2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