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가물가물하여 검색해보니 바로 나오는군요. 싱가포르 디저트 카페인 디저트머라이언. 머라이언은 확실히 기억했는데 카페 머라이언도 머라이언 카페도 아닌 디저트머라이언입니다. 이름 그대로 싱가포르식 디저트를 파는 카페지요.

 

머라이언이라면 그 사자 머리의 물고기 조각상 아닌가 싶은데, 그게 싱가포르 상징이라더군요. 홍콩하고 잠시 헷갈렸던 건 제가 무식한 탓입니다. 하하하하하. 이름은 들어 알았지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내내 갇혀 있다가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쐴겸, 볼일이 있던 홍대에 나갔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어디 가서 뭐 먹었다는 이야기도 하기 망설여지더군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한참 전에 찍은 사진을 꾸물꾸물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아니 뭐, 이미 전의 이야기니까 괜찮다고 우기고 싶지만, 다녀오고 나서도 일주일 이상을 괜히 나갔나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볼일이 있었습니다. 안경을 새로 주문하러 갔거든요.

온라인에서도 주문이 가능하지만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주문하면 추가 할인이 붙습니다. 안경테보다도 안경알의 가격이 더 비싼지라 이모저모 할인해준다는데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경 하나만으로는 불안한 마음에, 같은 안경테를 써서 하나 더 맞춰야 겠다 생각하던 참입니다. 그리하여 나가는 김에 슬쩍 G와 L을 꼬셨습니다.

 

안경을 주문하고 나온김에 한 바퀴 돌자며 택시 잡으러 이동하던 중 카페를 발견합니다. L이 딱 출출할 즈음이라 슬쩍 운을 띄웠습니다. 홍콩 디저트는 종종 먹어봤지만 싱가포르 디저트는 처음이라, 호기심에 들어갑니다.

가보니 토요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없고, 들어가보니 드문드문 앉아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훑어 보고, 이것저것 주문합니다. 슬프게도 코코넛푸딩은 없다고 하여 대신 판단잎 시폰케이크를 주문합니다. 푸딩은 다음에 도전해야지요.

 

 

한 때 붐이었다가,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먹기 힘든 카야토스트. 하기야 카야토스트도 시도하면 가능합니다. 카야잼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고, 카야잼 레시피도 검색하면 나오는데다 재료도 구하기 어렵진 않지요. 하지만 누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맛있고, 잘만드는 사람이 만든 음식은 당연히 더 맛있습니다.

 

만들어 갓 나왔을 때 바로 집어 먹어야 하는 카야토스트 먼저 L에게 쥐어줬지만, L은 토스트보다 그 옆의 케이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달고 폭신폭신한 빵이 좋다네요.

 

 

 

 

왼쪽의 밀크티는 그냥 밀크티가 아니라 카페인 두 배입니다. 그러니까 에스프레소 한 샷인가를 추가한 밀크티라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전혀 몰랐지만 보니까 알겠더군요. 이전에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홍콩편에서 본 음료더군요.

그 옆은 펄도 들어간 망고빙수입니다. 아래의 얼음도 망고우유얼음이지요. 당연히 맛있습니다. 그 옆에 핑크핑크한 것이 뭐냐, 하면 분홍자몽, 핑크그레이프프루트의 과육입니다. 달지 않고 쌉쌀한데다 시큼한 과육은 씹는 맛을 더하고, 거기에 망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답니다. 크흑. 퍽퍽 퍼먹게되는 맛.

 

 

하지만 이날은 날이 흐리고 서늘했습니다. 이런 디저트는 햇빛 쨍하고 습도 높은 때! 그런 때 먹어야 제맛인데, 좀 아쉽더라고요. 하기야 그런 날이면 아마 외출을 안했을 겁니다. 더운 날은 얌전히 집에 있어야지요?

 

 

사진 폴더 들여보다보니 여행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또 체력과 자금과 시간과 환경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그러니 일상을 버티고 더 맛있는 걸 먹고 힘내야지요. 부디, 겨울에는 어디든 훌쩍 비행기 타고 떠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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