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덧붙임)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폭음(暴飮)을 유도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의외로 분량이 많더라고요. 어제 간신히 25% 읽고는 엎어져 잤는데, 오늘도 읽을 시간이 없어 아침 출퇴근 시간에 붙들고 읽고, 저녁 먹으면서 또 본격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읽기 전에 책 펼쳐보고는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재미있더군요.
저자는 넷입니다.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이 네 사람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이라는 팟캐스트 관련자들입니다. 팟캐스트 출연자 두 사람은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씨네21 기자이자 작가인 이다혜입니다. 최세희와 조영주는 이 팟캐스트의 작가이고요. 그러니 팟캐스트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을 때 이 넷이 저자로 뭉치는 건 당연합니다.
이 팟캐스트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캡쳐한 사진들이 트위터에도 여러 번 올라왔거든요. 하지만 게으른자의 특성상 팟캐스트는 듣는 혹은 보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이 나왔을 때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뒀습니다. 장바구니에도 담아 놓았지만 결제는 아직 못했고요.
이 책은 팟캐스트 제목, 책 제목 그대로 범죄 영화와 영화 속 범죄들을 두고 실제 일어난 사건들과 비교 분석하면서 범죄자의 문제와 심리, 사건이 갖는 의의, 그리고 법적 처벌 등 다양한 관점에서 수다를 떱니다. 본격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영화 속 범죄를 다루다보니 보다가 스위치 눌릴 사람도 있을 법하고, 영화적 한계가 있으니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영화는 제작된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니 그런 시대적 한계도 있고요.
시대적 한계를 보이는 영화라면, 가장 처음 소개된 『가스라이팅』이 대표적입니다. 가장 먼저 등장했고, 여성을 피해자로 하는 범죄를 소개하며, 그 범죄가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한계 때문이라고요. 계급이 나뉘어 있고 그 때문에 사용인들을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여성은 남성에게 의탁하는 존재로 보이는 그런 시대 말입니다. 그런 한계도 역사적 사실과 함께 잘 풀어냅니다.
무엇보다 팟캐스트와는 달리 중간중간 등장하는 여러 범죄사건들은 이해하기 쉽게 각주로 달아놓습니다. 각주도 있고 중간 설명도 있어서 몰랐던 사건들도 왜 여기서 언급되는지, 어떤 맥락인지 알기 쉽습니다. .. 하지만 상당수의 사건들을 알고 있다는게 참..... 어릴 적 이런 범죄나 사건 관련 책들을 꽤 많이 보았지요. CSI도 열심히 찾아보았으니, 그 보람을 이 책에서 찾나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또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가상이지만 현실을 일부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현실이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모습을 보이니까요. 그래서 사건과 영화가 함께 소개되는 이 책이 재미있는 겁니다. 거기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인물보다 더 가상 같은 부분이 있는게... 특히 사바하에서 지적된 그 인물의 이야기는 너무 단호하게 이야기 하시니 슬플 따름입니다. 그래요, 그런 천사 같은 인물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이 기적과도 같으니 천사인 것이지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인겁니다. 그런 겁니다...
영화를 많이 알지 못해도, 이런 역사적 사건과 범죄들에 관심을 두었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대화체라 읽기 전에는 걱정했는데, 읽는데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본 책이네요./ㅅ/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민음사, 2020, 18000원.
그리하여 장바구니 담아 놓고 호시탐탐 구입 시기를 엿보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5월 중에 구입하고 싶은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