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본가 책상 위에 봉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뭔가 하고 열어보니 봉투에서는 저 유리컵이 튀어나오더군요. 뭔가 물었더니 답이 옵니다.
"벨기에 맥주. 주인이 일본인."
그러니까 회사 근처에 있다는 수제 맥주집에서 가져온 벨기에 맥주였나봅니다. 이름하여 Yuzu Lambic. 옆에는 柚子 らんびく라고 적어놨네요. 람빅은 이름 들어봤지만 거기에 유자라니, 유자라닛! 궁금함이 배가 됩니다. 그리하여 자취방에 들고와 즐겁게 뜯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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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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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종이 포장을 열었더니 마개가 있어, 땄습니다? 그랬는데 그 안쪽에 코르크가 있더라고요. 마침 본가에서 스위스아미 나이프 = 다용도칼을 들고 왔으니 거기서 코르크 스크류를 골라 따려 합니다. 그러한데, 왜, 마개가 빠지지 않을까요. 유자가 들어갔다더니 혹시 당분이 코르크를 유리벽에 붙들고 있는 걸까요. 한참을 붙들고 씨름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냉장고에 도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펀샵에서 와인 오프너를 검색해 뒤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식탐이 부르는 지름신은 먹을 것으로 오지만, 이런 때는 먹을 것이 아니라 도구로 오네요. 괜찮은 와인 오프너를 구입하면 그 때 다시 시도하겠습니다. 부디 이번 주 안에는 고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