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득한집을 읽다보니 맨 마지막에 「책을 듣기로 함」이라는 칼럼이 있습니다. 저도 종종 책을 듣는지라 전자책 읽기 기능인 TTS인가 했더니, 아닙니다. 오디오북이네요. 그러고 보면 교보문고 한창 다닐 그 때에, 외국서적 코너에 올라온 영미권의 여러 오디오북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은 오디오북이 거의 없지요. 있다고 해도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들을 위한 전래동화 구연테이프 정도일 겁니다. .. 그렇습니다. 카세트테이프. CD도 간혹 있겠지만 그 때도 오디오북은 그리 범용적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휴대성이 떨어지니까요. 카세트테이프에는 매우 적은 시간의 소리만 담을 수 있고, 그러니 책을 듣기보다는 음악을 듣는 쪽이 더 효율적이었나봅니다.
그런 환경이 변한 건 비교적 최근이지 않나요. BL이나 판타지 쪽의 드라마CD도, 일본에서는 매우 범용적으로, 자주 등장했지만 한국에서 나온 건 몇 년 안되었을 겁니다. 제가 한국제 드라마CD에 관심을 가진 건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그 즈음이었고, 기억하는 한도에서 한국의 소설 드라마CD 중 가장 오래된 건 『홍염의 성좌』입니다. 그 외에는 듣고도 흘렸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BL소설은 오디오코믹스에서 여러 종 출간하는 걸 보았습니다.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저는 드라마CD에는 면역(..)이 없습니다. 집에도 여러 종의 드라마CD가 있지만 제대로 들은 건 거의 없습니다. 아마 한 둘 정도? 수집의 일환으로 좋아하는 작품의 드라마CD를 직접 구입하기도 했지만 듣는 일은 손에 꼽습니다. 제가 상상한 목소리와 실제 듣는 목소리의 괴리 문제도 그렇고, 대부분이 일본어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들을 생각을 안했나봅니다.
그랬던 마음이 바뀐 건 작년부터인가봅니다. 아이패드를 바꾸면서 운전할 때 들으려고 준비했던 음악들이 홀랑 날아갔습니다. 설정을 연계해도 보관함에 담은 음악들은 따로 옮겨야 하더라고요. 나중에 담겠다고 매번 미루다가, 어느 날 우연히 전자책 읽기 기능을 이용한 겁니다. 아마 그 즈음에 전자책 TTS 읽기가 매우 웃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BL소설의 베드씬 말입니다.(먼산)
제가 듣는 TTS는 시리 목소리입니다. 다른 목소리보다 명료하게 들려서 그쪽을 선택했지만 기계목소리다보니 띄어읽기가 어색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미 한 번 읽은 책은 TTS로 들으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선호하는 작품이 여럿 있지만, 처음읽는 소설보다는 한 번 읽었던 소설이나, 아니면 흘려 들어도 크게 문제 없는 소설을 주로 듣습니다. 어, 이렇게 본다면 논문 PDF 파일을 읽는 것도 한 번 시도해볼만 합니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자책 TTS에 대한 트윗 중에는 '내가 쓴 글을 전자책 책장에 넣어두었다가 TTS로 들으면 퇴고하기 좋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논문 읽으면 ... 참 좋겠군요. 흠흠. 다음에는 PDF 파일 올렸다가 써먹어볼까요.-ㅁ-a
TTS를 주로 듣는 건 운전할 때입니다. 한 시간 남짓 듣기에는 매우 좋고요. 요즘에는 『신들의 정원』이나 『스푸너』, 『그의 엔딩 크레디트』 등을 듣습니다. 그 때 그 때 듣고 싶은 작품을 고르니, 오늘은 뭘 들을까 조금 고민되네요. 오랜만에 『모형정원』 꺼내 들을까...?
덧붙임.
드라마CD는 소설을 드라마 형태로 각색하여 극본 형태로 짠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오디오북은 그런 것도 있지만, 단순 낭독형도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공개했던 그 100인의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은 1인 낭독형이지요. TTS는 기계가독형...이 아니라 기계 낭독형 읽기 입니다. 합성 목소리를 써서 자동 읽기를 하기 때문에 어색하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읽는다는 점이 좋을 때도 있네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