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읽기 시작했나 곰곰히 떠올려보니 원인은 조아라였습니다. 또 조아라. 다른게 아니라, 조아라에서 프리미엄 소설을 구입해보다가, 문득 이 소설 전자책으로 나왔나 싶어 검색해보고는 구입했습니다. 총 10권이었지요.

 

마스터 캐슬이라고 하면 영지개발물로 대표되는 영지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맞기도 하고 또 틀리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영지물은 SF보다는 판타지 배경 속에서, 전생, 환생 혹은 차원이동자가 미래의 지식이나 다른 차원의 기술과 지식을 도입해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플레누스』가 있군요. 프로이센의 시작처럼 매우 작고 작았던 두 영지가 결혼으로 합친 뒤, 차원이동환생자인 딸 덕분에 그 세계 자체가 식량혁명과 그 이후의 산업혁명을 이루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넓게 보면 『근육조선』도 영지물입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지식혁명과 식량혁명을 동시에 이루며 사회가 발전하니까요. 물론 실제 역사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며 보아야 하니 그 점도 참 좋습니다.

 

마스터 캐슬은 조금 다릅니다. 성이 등장하지만, 이 소설은 헌터물입니다. 게이트가 등장하고, 등급 능력자가 존재하는 세계이지요. 헌터물은 굉장히 다양한 설정을 보이니 일단 게이트나 던전, 탑 같은 것이 등장하고 거기에 몬스터를 포함한 괴물이 등장하면 다 헌터물로 봅니다. 앞서 감상 올렸던 『신들의 정원』도 헌터물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도 헌터물이고요.

 

마스터 캐슬은 각성자가 존재하고, 몬스터가 있으며, 거기에 던전도 있고 게이트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업도 있고요. 적성에 따라 아무 스킬이나 배울 수 있는 건 아니고, 자신의 직업과 각성 레벨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헌터 세계의 안내가 아닙니다. 첫 머리는 바닥까지 떨어져, 폐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이동수의 절망적인 모습이거든요.

이동수는 잘나가는 엘리트였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나와 길드를 차렸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길드원을 잃고 나락에 떨어집니다. PTSD와 좌절감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본 그 날, 동생의 방문이 상황을 바꿔 놓습니다. 복수를 포함한 채무이행, 그리고 자기 수련을 위해 죽음의 땅으로 걸어 들어가지요.

 

 

총 10권이나 되는 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체 요약은 어렵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판이 넓어지더군요. 헌터 직업의 하나로, 캐슬-성을 소환할 수 있는 이는 마스터라 불립니다. 다른 전투각성자보다 성장이 느리지만, 성의 존재는 여러 모로 전투하는 이들에게는 중요합니다. 이동수는 아프리카에 건너가 작은 용병팀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성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갑니다. 초반은 이동수와 동료의 성장담, 그리고 중반부에는 성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비밀, 그리고 마지막 전투가 끝입니다. 모든 일을 끝내고 쉬는 것이 결말이더군요.

어떤 의미에서 구조 자체가 무협지나 소년만화와도 닮았습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좌절이 등장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더니만 그 좌절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합니다. 복수할 대상이 있고 지킬 대상이 있으니 성장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자라면서 캐슬과 시스템의 비밀을 밝혀내며 점점 히어로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는 또 히어로물이네요. 그것도 팀으로 함께 움직이는 히어로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 부분은 건너 뛰었습니다. 음... 10권만 거의 건너 뛰고 보았는데, 워낙 고생한게 눈에 보여서 말이죠. 그리고 맨 마지막은... 크흡.;ㅂ; 말을 줄이겠습니다.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고, 저는 이쪽이 짝이 아닐까 생각한 인물이 있었지만 끝까지 선택하는 모습은 안나옵니다. 어찌 될지 궁금하지만, 뒷 이야기는 없지 않을까요. 일본과 중국, 미국이 폭삭 망하는 것이 보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권은 길지만, 그래도 확실히 망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소설 탈조선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영어가 필수로군요. 흑.

 

 

 

권태용. 『마스터 캐슬 1-10』(완결). 2020, 전체 2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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