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피아노 배울 때 배웠던 기호 중에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가 있습니다. 점점 세게 점점 약하게. 각각 그런 뜻의 기호였지요. 그리고 저 초콜릿의 맛이 딱 그러합니다. 7개의 말차(맛챠)맛과 하나의 호지차 초콜릿이 점점 강하게, 점점 약하게 다가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콜릿은 점점 강하게 먹는 쪽이 낫습니다. 진한 맛이 먼저 들어가면 뒤의 다른 맛이 거의 안 느껴질 겁니다.

 

M님이 여행 선물로 사오신 초콜릿 세트로, 도쿄쪽에도 지점이 있는 나나하(아마도;)에서 판매하는 초콜릿입니다. 어차피 말차 초콜릿은 카카오매스가 전혀 안들어간, 화이트초콜릿 베이스의 초콜릿입니다. 그래서 아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고요. 한데, 먹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더라고요. 하나만 먹어도 충만한 단맛이지만, 그 8개를 순서대로 먹어보니 오오오. 맛의 재미가 있습니다. 색이 제일 엷은 말차 초콜릿은 먹으면, 말차 맛은 나는데 답니다. 하지만 맛 자체가 고급이라 느끼하지는 않습니다. 먹다보면 지칠만도 한데, 두 번째는 그보다 조금 진합니다. 두 번째가 대략 킷캣 말차맛의 진하기? 그리고 세 번째는 그보다 진하고, 3~5번 정도가 입에 잘 맞습니다. 그리고 거기 맞춰 중간에 호지차 초콜릿을 먹어야 합니다. 저는 맨 마지막에 호지차를 먹었더니, 맨 마지막의 말차 맛이 입에 남아서 모든 맛을 가리더군요. 크흡. 6번은 상당히 쓰며, 7번은 더더욱 쓰며, 8번은, ... 한약 먹는 기분입니다. 내가, 왜, 크레파스를 입에 넣어야 하는 거야! 라는 절규가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말차 가루를 한 번에 부어서 고체로 굳힌 느낌의 무시무시한 맛입니다.

 

그런 재미있는 맛이다보니 아예 한 번에 털어 넣고 하나씩 집어 벌칙용으로 써도 좋겠다는 망상이. 저렇게 보면 상자가 작아보이지만, 한 가지 맛이 딱 네 조각씩 들어 있습니다. 맛보기 좋아요.

 

M님 덕분에 재미있는 말차 초콜릿 경험을 했습니다. 나중에 여행 선물용으로, 저도 챙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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