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에서? 폭풍우를 뚫고? 그런 단어가 매우 잘 어울리는 날이었습니다. 태풍이 서해안을 따라 올라와 황해도로 상륙한 바로 그날 약속을 잡았거든요.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말에 개점 시간 맞춰 찾아가기로 했다가, 태풍의 북상으로 시간을 조금 늦췄습니다. 다섯 시 반쯤 도착해서 들어가보니 사람이 진짜 없더군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인지, 아니면 태풍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어 호젓한 분위기에서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했더랍니다. .. 태풍만 아니었다면 C님도 참석 가능했을 건데 아쉽네요. 흑.

 

 

외식하면 보통은 을지로 녁을 가다가, 하도 이나니와 요스케의 저녁 메뉴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하여 덥석 물었습니다. 약속 장소를 잡고 나니 태풍 때문에 하마터면 미룰뻔 했지만, 약속 시간 즈음에는 바람만 강할 뿐 비는 세차지 않아서 나갈만 했습니다.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이었지요.

 

 

태풍때문인지 시청 주변에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토요일에 집회 없는 것도 매우 오랜만입니다. 어르신들을 만나지 않아 다행이었...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메뉴 뭐 주문했는지 잊었습니다. 아마 조림이 안들어가는 세트 메뉴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제 선택이 탁월했다고 속으로 자화자찬했습니다. 이보다 코스가 더 길었다면 양이 늘어서 도중에 뻗었을 겁니다. 맥주와 함께하기에는 이정도가 적절합니다.

 

톳이 들어간 콩조림과 샐러드가 함께 나옵니다. 짭짤하고 또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거기에 차가운 생맥주가 있으니 더욱 좋군요.

 

 

 

그 다음 코스는 회.

 

 

 

그 다음은 어묵입니다. 그러니까 생선살을 으깬 것에... 뭘 넣어 뭉쳤더라. 하여간 어묵과 따스한 국물이 잘 어울리더군요. 기억이 맞다면 그 옆에 있는 길다란 채소들은 시큼한 맛이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도 어묵계통. 분홍색 살은 생선살이지만, 그 안은 마로 추정합니다. 파란 튀김은 풋콩이었을거예요. 아마도.

 

 

연어에는 레몬즙을 듬뿍 뿌립니다. 비리 않아 술술 넘어가는 맛입니다.

 

 

여기까지 먹고 나니 우동을 차게 먹을 거냐, 따뜻하게 먹을 거냐 묻더군요. 저는 따뜻한 쪽, B님은 차가운 쪽입니다.

 

 

 

거기에 초밥 3종, 생 고추냉이까지 함께 나옵니다.

대체적으로 제 입맛에는 간간한 쪽이라, 단무지나 생강절임 등은 손을 못댔지만, 여튼 저 면발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소면보다는 굵지만 또 칼국수보다는 훨씬 얇은 저 면발이, 매끈하게 입안을 자극하며 훌훌 넘어가는데....!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맛있더라고요. 다음에는 이 우동만 시켜 먹어보고 싶더랍니다.

 

 

 

마지막은 블루베리 소르베. 아니, 샤베트? 어느 쪽이건 순식간에 비웠습니다. 크흡.

 

 

우동면만도 따로 팔지만, 기왕이면 매장에 직접 와서 먹어보고 싶더군요. 점심 때는 또 세트메뉴를 파는 모양이니.... 위장만 허락한다면 점심 세트에, 저녁 코스까지 도전하고 싶지만 - 무리입니다. 절대로. 이날 저녁 코스 먹고는 뻗었으니까요. 물론 평소보다는 탄수화물이 적었던 탓에 저녁 후 카페에 들어가서는 간식 시켜먹을라다가.... 간신히 막았습니다. 체중 감량을 향한 길은 요원합니다.

 

단맛은 상대적으로 적고, 신맛과 짠맛, 그리고 감칠맛이 감도는 코스더랍니다. 일식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거기에 알콜을 곁들이고 싶다면 더더욱 추천합니다. 이날 감기 기운이 있어 생맥주를 한 잔만 시킨 것이 아쉬울 정도의 메뉴였습니다. 정말 술을 부르더군요. 제가 도수 높은 술을 즐겼다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지금은 맥주가 한계라.... 하여간 먹을 당시보다 먹은 뒤의 여운이 더더욱 아련하게 남아 다음 방문을 부르는 무서운 가게입니다.

 

다음엔 언제쯤 가볼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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