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기는 상중하로 나누면 충분할 겁니다. 여행 사진 자체가 적은데다 기록할 내용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행의 자잘한 팁들을 모으면 외전편이 하나 나올까요. 숙소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를 빼고 나머지를 마지막 편에 넣고 그 뒤에 또 남은 이야기를 외전에 모으면 끝. 이번 여행은 참 짧습니다. 허허허허허.

 

하기야 길게 쓸 내용도 없지요.

 

 

이번 여행의 첫 음식은 마티나 라운지의 음식들이었습니다. 이전에 들렀을 때는 아침 이른 시각이라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오후 비행기를 잡았던 터라 점심 즈음에 들어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더군요. 줄 지어서 입장하고, 내부에도 자리 잡기가 매우 힘들 정도였습니다.

마티나 라운지의 재미있는 점은 한 켠에 아이용 놀이터가 있다는 겁니다. 작은 미끄럼틀과, 그 주변을 둘러싼 선반과 쿠션 정도지만 그정도만 해도 아이들의 시선 끌기가 좋더군요. 다행히 그쪽 자리를 잡은 터라 L은 그 안에서 놀도록 두고 저랑 G는 주시하면서 식사했습니다. 아기 보호자가 1인일 때는 매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때입니다. 둘이면 번갈아가며 자리를 비울 수 있지만 아닐 때는 껌딱지처럼 붙어 다녀야 하니까요. 만약 놀이터에 정신 팔린 아이가 밥 안 먹겠다고, 그 근처에서 안 나가겠다고 울기라도 한다면....... 아니, 실제로도 그런 애들이 몇 있었습니다. 나가야 할 시간인데 안나가겠다고 떼를 써서 보호자가 잽싸게 들쳐 업고 나간 경우를 보았지요.

 

맛은 무난합니다. 그러나 예상했던대로 매우 간이 셉니다. 게맛살 샐러드도 그렇고 파스타도 그렇고, 갈비 등등도 간간합니다. 짜지 않은 것은 케이크나 과일 종류? 커피도 별로지만 안 마시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끼니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후쿠오카 항공쪽 기내식은 샌드위치 아니면 삼각김밥입니다. 아무래도 비행시간이 짧으니 그 이상의 음식이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출발하던 날은 기류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칠 거란 예보가 있더니만 출발하기 전부터 비가 오더군요. 그리고는 비행하는 내내 흔들렸습니다. 막판에는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 때문에 승무원들이 매우 고생했습니다. 흔들리지 않아야 바로 기내식을 내고 회수하고, 그 다음에 면세품 판매를 시작할 건데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돌아올 때는 치킨난반 주먹밥. 이것도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김과 일본김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더군요.'ㅠ' 같이 있던 감씨과자는 타니타식당 버전이라는군요. 아몬드도 같이 있으니 더 건강한 맛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매우 즐겁게 먹었습니다.

 

 

혼자 있었다면 대강 끼니를 때웠을 것인데, 꼬마가 있으면 끼니도 매번 챙겨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하카다 역은 매우 좋습니다. 아기와 함께 들어가자 아기용 식기를 내옵니다.

 

 

 

츠즈리(TSUZURI) 카페라고, 아뮤....가 아니라 KITTE 5층인가에 있습니다. 도큐핸즈 갔다가 간 곳이라 기억했는데, 수첩 찾아보니 아니로군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자주 방문한 곳은 무지와 유니클로입니다. 아니, 방문 횟수만 따지면 하카다역이 제일 많지요. 숙소가 근처에 있다보니 거기를 자주 다녔습니다. 유니클로도 무지도 하카다역에 매장이 있습니다. 작년 방문 때는 무지 텐진점이 가장 크고 아기옷도 그 매장에만 있어서 일부러 텐진까지 갔는데, 이번에 가보니 하카다역 매장도 리뉴얼하면서 아기옷 등 찾고 있던 물품을 다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래도 캐널시티의 무지에서만 본 제품도 있군요. 책은 캐널시티에서만 봤습니다. 하카다역 점에는 없는 것 같군요.

 

주요 쇼핑 목적이 무지와 유니클로라, 둘은 방문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중요도가 더 높았던 유니클로를 첫날 방문했습니다. 사진은 없습니다.OTL

유니클로는 하카다역 남쪽의 KITTE에 있습니다. 평일 저녁이라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하더라고요. 홀랑 올라가서 둘러보고는 저녁 문제를 논의합니다.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었고, 기내식도 먹어서 그다지 저녁은 생각이 없었지만, G나 L은 다르니까요. 그렇게 고른 곳이 저 카페입니다.

 

 

 

 

태공이 왜 L 옆에 있냐하면........ 사진을 찍겠다며 꺼내들었더니 '저 주세요!'라고 대뜸 외쳐서 그랬습니다. 다음 여행이 있다면, 그 때는 아예 L이 밖에서 들고 다닐 인형을 챙겨야겠습니다. 이번에는 G가 챙기는 걸 깜박했다더군요.

 

 

 

계절의 파르페를 시키려고 했더니 메론이랍니다. 그리하여 딸기로 선회. 그리고 감탄했습니다. 매우 맛있더군요. 겉의 젤라토는 라즈베리고, 거기에 딸기와 크림, 아래쪽에는 또 피스타치오 젤라토가 있습니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 세트 메뉴로 하면 커피를 150엔에 마실 수 있다길래 덥석 시켰습니다. 그리고 L이 고른 초코 파나나 팬케이크도 함께 말입니다. 두툼하게 구워낸 팬케이크 위에 바닐라와 아이스크림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메뉴 선택을 잘못했다며 후회합니다. L이 sugarhigh로 매우 날뛰었거든요.....)

 

초코바나나팬케이크와 커피 세트, 딸기 피스타치오 파르페, 아이스라떼 도합하여 2370엔. 재방문 의사 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파르페 시켜봐야죠. 라즈베리 젤라토가 감동적으로 맛있었거든요.

 

 

 

둘째 날은 조식 먹으러 가기 전에 스타벅스부터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름의 신작 음료 둘을 마셔보겠다고 전날부터 벼르고 있었으니까요. 첫날은 저녁까지 든든하게 먹고 오는 바람에 포기했고, 둘째날은 아침의 당분과 카페인 보급을 위해 오픈 시간인 7시 조금 넘어서 내려갔다 왔습니다.

 

 

푸딩아라모드와 에스프레소아포가토프라푸치노의 둘은 방향이 전혀 다릅니다. 푸딩 아라모드야 두말하면 무엇하나요. 젤라틴으로 굳힌 푸딩과 커스터드계통의 프라푸치노, 그리고 체리소스의 조합입니다. 달달달달달한 맛입니다. 달달한 맛을 넘어서는 단맛이고요.

에스프레소아포가토프라푸치노는 밀크셰이크에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은 건가 싶은 그런 맛입니다. 어른의 맛이라던데 진짜로 그렇습니다. 홀딱 반해서 그 뒤에도 몇 번 기회가 될 때 도전했습니다.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것이 매우 맛있습니다. 푸딩은 너무 달아서 L에게 안 줬고, 에스프레소~는 카페인 듬뿍에다 L이 좋아할만한 맛도 아니라 어른 둘이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니, 아기의자와 식판을 제공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아기를 데려온 가족들도 여럿 있더라고요. 중국인과 한국인이 많습니다. 하기야 캐널시티랑 하카다역에서도, 여기가 한국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습니다. 외려 중국어가 덜 들리더랍니다.

조식은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괜찮습니다. 이날 먹은 조식보다는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먹은 조식이 더 좋았고요.

 

 

 

 

 

여행 둘째날은 외식식단이군요. 왼쪽은 단백질 접시, 오른쪽은 튀김덮밥. 저 튀김덮밥은 직접 취향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발에 밥을 담고 원하는 튀김을 골라 얹은 다음, 거기에 국물을 부으면 됩니다. 자작하게 국물이 있는 소보로도 있고, 아예 오야코동처럼 양파와 양배추를 함께 넣은 고기도 있어서 원하는 대로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반찬이나 양식 메뉴보다 이 덮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물도 간이 맞고 달달하여 좋고, 규슈의 쌀을 썼다는 밥도 매우 맛있습니다. 크흑.

 

 

 

 

이건 둘째날에 방문한 긴타코. 아니, 킨타코인가요. 하여간 캐널시티에 갔다가 G의 요청에 따라 점심 먹으러 들어간 곳입니다. 후쿠오카 첫번째 여행 때,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던 타코야키라고요. 이 때는 L이 유모차에서 폭면하던 때라 저희 둘만 먹었습니다. 전형적인 단짠. 후쿠오카 음식의 맛은 단짠으로 기억될 겁니다.=ㅠ= 하지만 맛있습니다.

 

 

 

연이은 사진 셋. 맨 위는 G가 주문한 아이스카페라떼, 그 다음은 제가 주문한 히코보시, 맨 아래가 가라앉는 중인 수플레입니다. 20분 기다려야 한다는데 충분히 그 보람이 있었습니다. 모양도 멋지고 맛있었으니까요. 만들어서 갓 나온 수플레를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주문 전에도 망설였지만 먹고 나니 만족을 넘어서, 이래서 여행을 다니는 구나 싶더랍니다. 맛있는 커피와 맛있는 케이크를 먹기 위해 여행하는 건, 예전에도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다음 여행을 위한 힘을 얻었습니다.

 

 

 

 

마지막날의 카페는 딘앤델루카. 망고푸딩은 인상적인 맛이었지만 다른 메뉴는 영 아니었습니다. 파운드케이크도 뉴잉글랜드크랜베리라더니 당근케이크와 미묘하게 닮은 맛입니다. 카페라떼는 맹했고 망고라씨는 허브가 들어간 요거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맛이더랍니다. 무엇보다 내부인데 왜 일회용품을 쓰는 거냐고 갸웃거렸..... 한국에 너무 익숙해진 겁니다.

어제도 트위터에서 한국과 일본의 재활용품 수거 비교 기사가 올라왔지만, 일본에서 쇼핑하고 분리수거 해보면 압니다. 일본은 일회용품이 넘쳐납니다. 장바구니와 에코백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일겁니다. 한국보다 훨씬 심하더라고요.

 

 

 

후쿠오카 국제선 게이트 앞에도 스타벅스가 생겼습니다, 만세! 스타벅스의 존재 의의는 딱 스타벅스 가격으로 스타벅스 만한 라떼를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요. 공항 자체 매장의 커피는 스타벅스 평균에 못미치거든요. 차라리 도토루면 모를까.=ㅅ=

국제선에 매장 있다길래 빙글빙글 돌다가 혹시 출국장 밖에 있나 했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출국심사 마치고는 스타벅스에 다녀왔고요. 간식 중 또 궁금했던 커피젤리를 시도해봤습니다.

...

음. 이건 호기심으로 충분. 커피젤리에 초콜릿무스와 초콜릿시트이긴 한데 조금 많이 미묘합니다. 균형이 안 맞는 느낌? 그래도 호기심 해결은 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아, 도쿄 블렌드도 여기서 유일하게 봤습니다. 그래봤자 스벅 원두는 잘 안사는데다 도쿄 블렌드는 중배전이더군요. 높은 확률로 제 입에 안 맞을 겁니다. 제 취향은 강렬한 토라자나 만델링. 그리하여 지름신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 카드 결제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눈물)

 

 

 

 

이번 여행 동안의 기억은 오로지 L과 함께 있었다는 것뿐입니다. 진짜, 아기 혼자 데리고 여행 다니는 건 어려워요. 옆에 다른 한 사람이 있다면 보호자가 훨씬 여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작년의 여행 때도 그랬지만 보호자는 아기 전담, 동행자는 짐꾼과 가이드와 통역자와 임시 베이비시터를 맡습니다. 물론 보호자가 100% 아기만 전담하는 건 아닙니다. 손이 비면 언제든 같이 문제를 해결하니까 가능한 거죠. 저도 G도 둘 다 상대가 보호자고 동행자라 여행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어쨌건 먹는 이야기는 이만 줄이고, 30개월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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