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길 안쪽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개업 때무터 눈 여겨 보았지만, 원래 집 앞에서는 외식 안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나가서 먹는 일이 드문데다, 나가서 먹어도 집 근처가 아니라 홍대 등등으로 나가니 집 앞에서 외식할 일은 드물지요. G는 몇 번 가봤고, 거기에 포장도 해먹었지만 포장은 양이 조금 적은 것 같다고 하더랍니다. 그런가 싶었는데 받아보고 알았습니다. 여기, 1.2인분 가량의 음식이더랍니다.
이날은 피자가 먹고 싶었습니다. 같이 외식하자며 G와 나와서는 피자 이야기를 꺼냈더니 여기를 가자 하더군요. 제가 떠올린 것은 미국식 피자였지만 어떤가요. 빵과 치즈가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이번 기회에 방문하면 그것도 좋겠다 싶어 동의했습니다.
점심시간 즈음이었는데 매우 사람이 많습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또 브레이크 타임이라 영업시간에 더 몰리는지도 모르지요. 유모차에서 꼬르륵 잠이 든 L이 있었던 지라, 어디에 앉을까 망설였더니 아예 넓은 테이블 자리로 안내해주싣랍니다. 다른 집도 애들 데리고 온 경우가 많군요. 예약팀도 많나봅니다.
메뉴판을 보면 리조토, 파스타, 피자, 샐러드 등등 다양합니다. 수프도 두 종 있더군요. 하지만 둘이서 먹는 것이니, 아무리 배가 고프다 해도 메뉴 둘을 다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먹고 싶었던 피자와, 거기에 라자냐를 시켜보기로 합니다.'ㅠ'
피클도 색이 참 예쁘군요.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피자 = 깔조네. 깔조네도 피자죠. 여기의 깔조네는 순수한 피자반죽에 순수한 치즈만을 넣었습니다. 거기에 샐러드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이렇게 먹으니 마르가리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거기는 루꼴라가 올라가니 다른가요. 하여간 리코타 치즈와 토마토를 포함한 샐러드는 담백한 빵과, 살짝 느끼하지만 쫄깃하게 늘어나는 치즈와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 소스는 발사믹이라 신맛이 감도는 진한 포도계 소스다보니 묵직한 맛이 또 잘 어울립니다. 취향에는 발사믹을 더 넣는 쪽이 좋지만, 어쨌건 피자도 발사믹 소스를 듬뿍 발라먹으니까요.
그 뒤에 도착한 라자냐. 라자냐에도 빵이 함께 나옵니다. 생긴 것은 깔조네 같지만 이쪽은 속에 아무것도 안 들었습니다. 난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어쨌건 이쪽의 샐러드는 소스 베이스가 다릅니다. 어, 니수아즈? 그쪽의 새콤 달콤하면서 상큼한 소스입니다. 라자냐도 꽤 괜찮았고요.
기억이 맞다면 라자냐가 1.7만, 깔조네가 1.65만원이었을 겁니다. 둘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대략 그정도 가격입니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녘이라 비교해서 떠올리게 되는데... 둘의 방향이 많이 다릅니다.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가 있다고 해야하나요. 여튼 양쪽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죠.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명륜동 골목길 안쪽이고, 집에서 멀지 않으니 종종 방문할 겁니다. 피자와 빵이 괜찮았으니 다음에는 라자냐 외의 다른 파스타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로제 파스타 참 맛있어 보였거든요. 거기에 다른 피자도. 아니, 샐러드도!
본격 피자랑 파스타 먹고 싶으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