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야제는 L을 위한 것이 아니라 G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의 홍대 나들이었지요.
L을 데리고 G와 함께 나가지 않겠냐고 제안한 건 지난 주중이었습니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더니만 그래도 마음에는 두고 있었는지, 도서관 다녀와서 짐 내려놓고 대학로가 아니라 홍대까지 나가자는 말에 수긍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도운 것은 L. 버스 타러 가기 전에 유모차에서 뻗었거든요.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길래 그래도 들고 나가자고 주장하기를 잘했습니다.
L은 홍대에서 버스 내릴 때 깼기 때문에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아기들 데리고 밖에 나갈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대중교통 안입니다. 버스든 지하철이든 난리를 칠까 걱정했거든요. 그래도 가는 길에는 잤고, 돌아오는 길에는 생각보다 얌전했던 덕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저는 옆에서 열심히 짐꾼 하다가 일시적 베이비시터를 맡았고, G는 제가 봐주는 잠깐 잠깐 사이에 빵집에 들어갔다 온다든지 털실 사러 다녀온다든지의 퀘스트를 마쳤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물어보니 마지막으로 홍대 온 것이 L 낳기 전이라던가요. 하하하하하. 그 꼬마가 걷고 뛰고 수다 떠는 나이가 되었습니다....(먼산) 다른 곳은 종종 가지만 홍대는 어중간하게 멀다보니 잘 안간다더군요. 저야 제 평소 서식범위가 그쪽에 가까워서 종종 갑니다만.
그래도 홍대 나들이의 제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G의 홍대 빵집 나들이 성공, 몇 주 전에 본 뒤부터 내내 가보고 싶었던 타르트집 방문 성공, 그리고 L을 데리고 카페 들어가기에 성공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아기를 데리고 카페 가는 건 많이 망설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고, 저도 눈치 보이고 하니까요. 솔직히 저보다는 G가 더 눈치를 보지만... 그래서 요즘 같이 테라스에 나가서 먹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요. 오늘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요. 타르트집에 가서도 테라스 자리를 잡았지만 홍대 카페에 테라스 자리가 많은 건 또 아닙니다. 1층 카페에서 테라스 자리 찾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유모차 끌고 다닐 때는 그것도 큰 일입니다. 오늘 일행은 어른 둘에 아기 하나라 유모차 들고 나는게 그나마 쉬웠지만 혼자라면 무리죠.
반은 충동적으로 양보러 가자며 방향을 틀었는데,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접은 유모차는 빈 공간에 두어도 된다 안내받고, 자주 움직일 것 같으니 바깥 자리에 앉도록 배려받고. 거기에 가장 감동 받은 것은 포크였습니다. L은 손으로 잡고 먹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와플과 함께 나온 포크가, 둘은 크고 하나는 작았습니다. 크흑. 이런 배려 참 좋네요. 하기야 양 보러 어린이들도 자주 오는 곳이라 그럴까요. 커피도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G가 주문한 프로즌요거트는 못 마셔봤지만 그것도 맛있다더군요.
생각해보면 쌩스네이처 카페는 자주 바뀌는 홍대 카페들 중에서도 꽤 오래 그 자리에 버티고 있네요.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홍대털실집도 그렇지만 여기도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