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눌레를 먹기 시작한게 그렇게 오래는 아닐 겁니다. 몇 년 내의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첫 기억은 그냥 왜 먹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했지요. 속은 촉촉하고 어떻게 보면 질퍽한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익기야 다 익었지만, 그 식감은 어쩐지 '물조절에 실패해 묽은 반죽으로 만들어낸 팬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더랍니다. 그리고 그 편견이 깨진 건 도산공원 근처에서 까눌레를 먹어보고 나서였고, 그 뒤에는 '겉은 당의(糖衣)처럼 단단하고 바삭하며 속은 촉촉하여 언뜻 빵푸딩 같기도 한' 식감을 즐겼습니다.

 

최근에야 까눌레 레시피를 제대로 보고서 이게 원래는 금속 틀, 정확히는 동제 틀에 반죽을 붓고 굽는 과자이며 반죽 붓기전에 밀랍으로 코팅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에는 실리콘 틀을 쓰기도 하지만 겉이 바삭하고 진한 갈색이 도는 것은 전용 틀에 구워야 가능하답니다. 실리콘은 색이 덜 난다더군요.

 

 

 

 

이날은 번거롭다며 그냥 부엌에서 접시 적당히 들고 담았는데, 지금 보니 서랍에서 앵무새 접시를 꺼낼 걸 그랬습니다. 아쉽네요. 최근에 먹어본 까눌레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아뻬의 까눌레입니다. 그날그날 구워내나 봅니다. 몇 번 시간 못 맞춰서 허탕친 적이 있었지요. 저녁에 갔다가 다 떨어져 못 산적이 있었고, 너무 일찍 가서 못 산 적도 있습니다. 한 번 가면 4개 채워서 1만원 현금 내고 사옵니다. 종이 봉투에 담아주는 까눌레는 그날 바로 꺼내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습니다. 다음날만 되어도 겉이 살짝 눅눅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ㅠ'a

 

 

 

 

얼마 전에는 아예 주말마다 파운드케이크 사는 일이 번거로워, 한 통을 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와 그 전주, 하여간 몇 주간 흡족하게 잘 먹었습니다. 매번 잘라 먹기는 귀찮지만 사러 가는 번거로움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게다가 한 통 사서 들고 올 때의 그 묵직함은 매우 흐뭇하니까요. 몇 주 동안 요긴하게 점심으로 잘 먹었습니다.(...) 저게 점심이었으니 식생활은 망했다는 거지만, 요즘엔 잘 챙겨먹기는 커녕 불량 식품 안 먹게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요.

 

 

한 통 다 먹은 김에 또 한 통 살까를 통장님과 의논해야겠습니다. 하지만 허락해주실 것 같지 않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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