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말고 상미기한이란게 있습니다. 보통 무시하게 마련이지만 사들고 가면 언제까지는 먹으라는 복약지도, 아니 식사지도에 가까운 안내입니다. 이 때까지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맛있다는 의미지요. 유통기한은 일반 유통과정에서 판매 가능한 날짜이고, 상미기한은 그 기간을 넘어서 며칠 정도는 더 된다고 들었습니다. 우유도 며칠 더, 달걀도 며칠 더라던가요.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유통기한 안에 먹는 것이 좋을 겁니다.
단, 커피만큼은 예외입니다. 유통기한을 넉넉하게 잡아 놓은지라, 커피는 유통기한보다 상미기간이 대체적으로 짧습니다. 보통 콩 볶고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일 겁니다.
케이크도 예외라면 예외입니다. 상미기한이 구입 당일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집에서 만든 생크림 케이크는 여러 모로 구입 당일이 아니라 구입 후 몇 시간 이내인 일도 있습니다. 맛있게 먹으려면 음식도 갓 나온 따끈따끈한 상태에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으니, 상미기한은 훨씬 더 짧을 겁니다, 아마도?
왜 상미기한과 유통기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냐 하면, 사진 속의 저 케이크는 유통기한이건 상미기한이건 이미 훌쩍 지난 케이크였기 때문입니다.
사진으로도 크림의 퍽퍽함이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냉장고에서 며칠 묵은 케이크는 굳어 있었으며, 크림이 버석하고 맛없었습니다. 바로 먹었다면 달랐을지 모르지만 일단 그랬습니다.
이것도 일주일가까이 냉장고에서 머물렀던 케이크입니다. 앞의 케이크는 어디서 사온건지는 모르지만, 이건 키이로의 초콜릿테린(아마도)과 빅토리안 케이크입니다. 카페 키이로의 빅토리안케이크가 마지막이라는 대화를 G와 그 전 주말에 했는데,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걸 까맣게 잊은 덕에 거의 일주일을 묵히고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케이크는 크림케이크라 시간이 지나니 크림이 마르고 스폰지도 퍼석퍼석하게 변했습니다. 빅토리안 케이크는 원래 묵직한 버터케이크인지라 묵어도 심각하게 맛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뻑뻑한 버터케이크에 딸기 조림과 크림이 섞이면서 익숙하지만 상상한 그대로의 맛을 내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가 파운드케이크 계열이니까요.
초콜릿테린일거라 생각하는데, 크림을 발라 먹었더니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는 단맛이 크림의 부드러움을 만나 잠시간 휴전 상태가 됩니다. 크흡. 묵혔다 먹었는데도 이런 맛이라면 바로 먹었을 때는 어땠을까요. 아쉽지만 먼 훗날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야지요.
하여간 저런 이유로, 케이크는 상미기한이 매우 중요하니 구입 후 바로바로 먹읍시다-라는 후회를 듬뿍 담아 제목을 적었습니다. 아... 왜 오밤중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죠. 배고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