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의 발달은 『나의 낭만적인 적』에서 시작합니다. 그 앞서, B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메가버스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랬지요. 저는 조아라와 전자책을 주로 파고, B님은 일본쪽 소설연재 사이트를 자주 보시는 터라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여간 일본의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지극히도 고착화되었더군요. 하나 독특한 경우라고 이야기 해주시던게(이미 내용은 잊었음) 한국에서는 넘치다 못해 자주 나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아마 알파와 베타의 연애담이었을 겁니다.

이하 내용은 소설의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으니 내용폭로가 싫으시다면 슬쩍 피하시기를 권합니다. 손가는 대로 쓰는 글이니 내용 공유도 상당할 것이라 말입니다.


『나의 낭만적인 적』은 취향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 부분은 알파와 알파의 연애담에 있어, 극우성알파가 우성알파에 앞선 부분입니다. 물론 파격을 깬다는 점에서 알파와 알파의 조합은 신선하지만, 그럼에도 극우성알파가 우위를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그 연애관계에서 우성알파가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가는 점이 걸리더랍니다. 애초에 이 소설은 일반적인 조합을 깨는데다 알파와 알파의 조합은 거의 처음이고(일단 제가 본 한도 내에선;),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의 정체성을 스스로 꺾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 파격적입니다. 그럼에도 취향에 안 맞는 부분은 있었다는 겁니다. 현대와 재벌가라는 세계관 안에서 오메가버스를 섞고,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완전히 깨는 것은 무리였지요.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걸리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렇다면 오히려 그렇게 걸리지는 않았던 다른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설정을 살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파격이라는 점에서는 『현부양처』가 제일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도 나오는군요. 알파와 알파의 조합. 여기도 극우성알파와 우성알파의 조합입니다. 하지만 그쪽은 서브커플이고, 주인공은 극우성오메가와 우성알파입니다. 순서를 보면 아시겠지만 오메가가 공, 알파가 수입니다. 완벽한 역전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임신공 설정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슬쩍 덮지만, 세계관을 완전히 엎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공수란 뭘까, 부모란 뭘까 싶은 정도더군요. 오메가버스를 걷어내면 이 소설이 또 일반적인 BL의 노선과도 닮았습니다. 집요한 집착공과 댕댕이떡대수. 거기에 오메가버스를 끼얹으니 역전극이 되는 겁니다.

『서브인생 행복찾기』도 파격이라면 파격입니다. 이쪽은 형질전환이 소재니까요. 우성알파로서 알파를 좋아하다가 고백도 못하고 죽었던 것이 한이 맺혀 회귀했습니다. 정말로. 그 외엔 회귀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 하여간 회귀하고 나서 맨 처음 결심한 것이 이번 생은 솔로가 아니라 커플로 보내겠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전생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바람에 솔로로 보냈던 우성오메가를 찍어둡니다. 문제는 그 녀석이 2형질발현을 오메가가 아니라 알파로 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당당히 선언하지요. 내가 오메가할게.(...) 그래서 더더욱 파격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알파와 남성오메가의 결합도 나오니까요. 이경우 임신을 누가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남성오메가쪽이 아닐까 추측만 합니다.(...)

『티어&디어』는 알파와 베타의 조합입니다. 이쪽도 재미있는게, 근미래 배경의 오메가버스 세계관이다보니 별로 신경을 안쓰더군요. 단, 러시아는 아직도 오메가차별이 횡행하는 곳이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러시아는 인권후진국으로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소설마다 베타가 페로몬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데, 여기는 느끼지 못한다는 쪽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읽는 내내 오메가버스 세계관이지만 그냥, 평범한 SF BL과 다를바 없습니다.


『Ma Baby shoot me Down』도 알파와 베타의 조합입니다. 형질적 차별이 존재하고 알파는 베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베타입니다. 단, 페로몬향을 맡을 수 있는 베타고요. 알파와 베타의 커플링도 자주 나옵니다.


『청춘만가』는 오메가버스 세계관이지만 가장 취향에 맞습니다. 보통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알파와 베타, 오메가에 따라 형질적 차별을 둡니다. 그런 세계관일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특별히 그런 것이 없더군요. 그냥 하나의 형질로 바라봅니다. 그럼에도 형질-특히 오메가를 두고는 여성에 대한 것과 비슷하게 음담패설이 오가기도 하지만 좋지 못한 걸로 보는 분위기는 분명 있습니다. 아마 의도적으로 설정했을 것이지만, 알파의 페로몬이 초콜릿향, 오메가의 페로몬이 농후한 레드와인향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형질은 소설 속의 사소한 갈등들을 다루기 위한 소재이며, 이야기 자체는 인간의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갑니다.


『느린 봄 기대어』도 페로몬 향이 조금 다릅니다. 알파가 바닐라향, 오메가는 숲향. 그러니까 아마도 피톤치드계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쪽도 절절한 쪽은 알파입니다. 알파가 일방 각인을 했고, 오메가는 그 사실을 늦게까지도 모릅니다. 알파는 우성, 오메가는 열성. 거기에 집안의 격차도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어지기 어려울 관계였지요. 어떻게 보면 그러한 격차를 뛰어 넘은 사랑인 겁니다.'ㅅ'

(하지만 알파의 일방 각인이라 해결된 것이지, 만약 오메가쪽의 일방각인이었다면 이야기도 못하고 그냥 끝났을 거란 생각은 드는군요. 재산적 격차가 바뀌었다면 또 달랐겠지만.)





앞서 썼던 것처럼 한국의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변주가 매우 다양합니다. 센티넬버스, 혹은 가이드버스로 불리는 세계관 역시 가이딩의 상황이나 짝 이루는 것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오메가의 히트사이클로 인한 원치않는 성관계와 임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종종 각인이 끼어드는 일도 있고요. 가이드버스는 강력한 힘을 가진 능력자가 특정인에게만 약해지거나 관대한 상황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교감이나 또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스톡홀롬 증후군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뭐,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버스에서 능력자는 대부분 공이며, 오메가버스에서 알파가 거의 대부분 공입니다. 아마도 그런 불평등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강압적 사랑을 이야기하는 거죠. 로맨스소설에서 보이는 선결혼 후연애도 높은 확률로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에서 서로 균형을 잡고 함께 걸어나가는 겁니다. 불평등이 평등한 관계가 되는 쾌감=카타르시스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불평등도 계속보다보면 질립니다. 그러니 조금씩 세계관을 변형하고 무너뜨리면서 독특한 관계들이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형질이나 능력에 의한 차별은 올바르지 않고, 더 바르게 나아가려고 한다거나, 암묵적인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위계관계를 전복하는 관계가 발생하기도 하는 겁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회관의 차이가 아닐까도 슬쩍 생각해봅니다. 수많은 혁명-_-의 역사가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반영하기 쉬울 수도 있고요.





다음에는 한 번 연기 관련 이야기를 모아보지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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