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도 이야기가 나오더니 최근 트위터에서 관련 서명을 받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저는 이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 생각난 김에 트위터에 끄적였다가 달아봅니다. 이는 도서관계와 문화예술계에서 평가가 조금 많이 갈리는 제도이기도 하고요. 제가 참고한 논문은 총 세 편이며, 이 중 둘이 도서관계, 하나가 문화예술계의 논문입니다. 제 전공도 있고 하니 저는 도서관계의 입장에서 글을 쓸 겁니다. 미리 밝혀 놓고 시작하지요.-ㅁ-/



대체적으로 저는 공공대출권과 그 보상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런 보상이 저작자에게 바로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해서 그렇고요. 만약 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이 협회를 끼고 보상금이 나오는 경우엔 더더욱 의문이 듭니다. 아니, 보상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JASRAC도 유명하지요. 오죽하면,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살아남는 방법으로 J-POP부르기가 있을까요. 우스갯소리지만, 노래를 부르면 JASRAC이 당장에 저작권료를 물리려고 찾아올 것이니 구조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아니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내 사례도 있습니다. 이전에 관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대학도서관 등에서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해마다 납부하는 저작권료가 상당하답니다. 도서관에서 발생하는 여러 복사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 비용 중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1천만원 남짓. 나머지는 모두 협회 운영비로 썼다던가요. 관련 뉴스인지 논문도 있다고 얼핏 들었지만,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공공대출권을 통해 저작자에게 보상을 하려 한다면 협회나 기관을 끼지 않고 기금을 국가에서 마련하여 저작자들이 직접 받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겁니다. 이건 뒤에서 더 언급할 것이니 나중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연도순으로, 2015년의 연구와 2017년, 2018년의 연구를 하나씩 보았습니다. 2015년과 18년의 연구가 문헌정보학계의 연구, 2017년의 연구는 문화예술계의 연구입니다.



이흥용, 김영석(2015).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의 운영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일단 공대권이라는 용어는 Public Leding Right라는 용어를 단어 뜻만 갖고 번역한 것으로, 원래의 의미는 '도서관의 도서가 대출되었을 때 그 도서의 저작권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도서관의 대출로 인해 저작물의 판매수요가 감소하리라는 가정에 기초하여, 저작권자에게 재산적 손실을 보전하는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도, 논문이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재산 손실에 대한 보전은 영국 공공대출권법에 있다는군요. 이 논문은 이 내용을 국중의 주요국 도서관법에서 참조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도 갖이 하고 있고요.


일단 대출은 대여와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대여는 경제적 이익이 오가고, 대출은 공공시설을 통해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EU의 대여권 지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둘은 다르고요. 대여점은 금전이 오가지만 도서관의 대출은 그렇지 않지요.

하여간 대체적으로 공공대출권, 혹은 공공대출보상권은 EU를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아시아권은 아직입니다. 북유럽을 포함 총 34개국에서 운영중이고, 비유럽권은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를 포함합니다.


그 외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1.저작권법이나 Public Lending Right(PLR)법 등에 근거. 즉, 법령 필요. (계속)
2.78%의 국가가 중앙재원 사용 -보상금 수혜 대상자는 저자, 번역가, 삽화가 등으로 다양. 보통 3명 지정, 많게는 7명까지.

3.대출회수, 소장 책수, 이용자수 근거로 보상하지만 국가마다 다름

4.지급대상에 도서는 다 포함되며, 시청각자료, 오디오북, 예술작품, e-book, (학술)간행물, 신문, 악보, 희곡, 브로셔, CD-ROM 등이 포함되기도 함.


연구자들은 결론에서 한국 도입할 때는 이런 방향으로 하면 좋다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1.먼저 근거법령을 마련합니다. 저작권법 개정 혹은 PLR법 제정하면 됩니다. 전자가 상대적으로 쉽고, 후자는 제정이기 때문에 더 복잡합니다.

2.예산은 중앙정부 예산을 씁니다. 일단 지방은 돈이 없고, 공공도서관의 상당수가 지자체 산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때문에 도서관 예산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사전 신청자만 실질적 보상금을 지급할 것. 일단 도서관에는 저작권자가 확실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고아저작물도 매우 많습니다. 저작권자 찾아주는 것은 어려우니, 기금을 마련해놓고 사전에 등록한 사람들이 받아가도록 하는 겁니다.

4.대출횟수에 따른 지급 방식은 20개국 도입했으니,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장권수를 더하는 국가도 많지만, 시작은 대출횟수로. 그리고 PLR 관련 행정업무는 도서관에 맡기지 말고 행정기관을 세워 맡기라고 합니다. ... 뭐, 이리 되면 골치 아플 겁니다. PLR 담당 행정기관은 문명 문체부 산하일 것인데, 공공도서관은 대부분 행자부 소관이거든요. 교육부 산하 공공도서관은 수가 적고, 요즘은 거의 자치단체의 공공도서관이라 행자부 소관이 됩니다.



최준란(2017). 저작권 보호를 위한 공공대출권(PLR)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


여기서는 PLR 운영 국가를 33개로 적었군요. 어디 한 국가가 빠졌나...?


2009년에 나온 정현태의 논문에서 참고한 부분이 여럿 보입니다. 일단 덴마크는 연간 325억을 지급하고, 프랑스는 2003~4년 사이의 약 13개월간 190억원, 2008년의 2차 집계 당시 2005년분에 대해 190억을 지급했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건, 프랑스는 사후 정산이고 그 시차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11회째부터 PLR을 인정하여 보상한다는군요. 10회 미만 대출은 정산 안된다는 이야기겠지요. 물론 그 연구가 2009년에 나온 것이니 지금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본도 공공대출권을 시행하나, 영상자료에만 해당한답니다. 2003년도 즈음 일본서적출판협회가 도서관 때문에 베스트셀러의 판매가 꺾인다고 하여 함께 조사를 한 모양인데, 그 뒤 공공대출권 도입 움직임이 정체되었다며, 이 때 조사에서 도서관 대출과 베스트셀러 간의 연관이 없거나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발혀진 모양이랍니다.. 하여간 여기도 '저작자의 경제적 사회적 보상'이 목적이라는 언급이 있고요. 다시 말해, PLR의 일본 도입이 지지부지한 이유에는 아마도 도서관 대출과 베스트셀러 판매와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아서 저작자에 대한 사회 경제적 보상을 할 근거를 잃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은 아직 도입전이라고 하고. 연구자는 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저작자의 창작 적극성을 돕고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데, 이 비슷한 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듯합니다. 아니, 어디서 들었는지 언급하면 그 자체가...(하략)


다른 것보다 이 연구는 맺음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좋은 원고가 나오려면 양질의 자료와 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양질의 자료는 도서관에서 갖춰야 한다. 그래야 출판계가 양질의 책을 내놓을 수 있다. (중략) 양질의 책을 도서관이 수용해주고 독자는 더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도서관의 수가 아니라 장서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위해서는 도서관의 기본 장서수가 큰, 중대형 도서관이 여럿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서수 5~10만이 아니라 15만, 그 이상의 도서관 말입니다. 그래야 참고자료도 풍부하게 갖춰 양질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호신(2018).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의 타당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위한 기초 연구.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이 연구는 앞의 두 연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공공대출보상권은 도서관의 도서대출로 인하여 도서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도서관의 인기 대출도서와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비교하여 실제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작년인가 올해인가에 일본출판협회장인가 누군가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줘서 책이 안 팔려!'라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실제 연구에 들어갔는지도 모릅니다.


데이터는 도서관 정보나루의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와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뽑았답니다. 연도별 상위 200개만 뽑아서 비교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데이터의 제한에 따른 연구의 한계를 언급합니다. 200개인 것은 아마,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목록이 종합 200위까지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여간 2014년부터 16년까지 상위 200개를 비교하니, 그 중 약 17.7%만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양쪽의 목록이 꼭 같지는 않은 겁니다. 대체적으로 도서관은 스테디셀러형으로, 대출 잘되는 책이 꾸준하게 나가는 형태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그 때마다 휙휙 순위가 바뀌지요.
각 분야별 분석도 뒤이어 나오는데 상당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베스트셀러에 잘 올라오는 분야와, 도서관에서 잘 대출되는 분야의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그런 고로 도서관 대출과 베스트셀러의 판매 부진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점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물론 처음에 말한 것처럼 데이터가 적어서 완전 비교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도서 전반의 매출과 연계하는 것은, 일단 데이터가 부족해서 무리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연구도 대략적인 비교이며, 세부적 연구는 어렵지만 일단 대략적인 비교로는 양쪽에 연관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니까요.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에 관한 국내의 논의는 작가들의 어려운 생계를 보장할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들의 어려운 생계가 그 출발점이라면, 그 해결책은 도서관의 대출과 연결해서 찾기 보다는 예술가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의 실효성을 높아는 방법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더 큰 데이터의 후속연구가 나오면 재미있을 건데 말입니다. 양쪽을 비교하는 건 역시 통계, 회귀분석쪽이라 저는 엄두도 못냅니다. 간단 비교도 어려운 걸요.(먼산)



세 연구를 읽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맨 마지막 연구에서 보인 것처럼, 도서관 때문에 저작자 혹은 저작관련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추가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예술창작의 활성화와 저작자의 혜택을 주는 쪽은 PLR보다는 예술가 기금과 예술가 연금, 창작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1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자주 대출되는 도서는 스테디셀러에 가까우므로 취약(?)계층보다는 베스트셀러 혹은 잘 나가는 작가에게 보상금이 더 많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 금액은 저작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소소하다.(연구 중에 보상금액이 적다는 언급이 있었음. 얼마인지는 연구에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음)


2 또한 도서관은 창작자들에게 원천이 되는 여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꾸로 그 자체만으로 문화적 혜택을 준다고 볼 수 있다. PLR을 도입할 시, 공공도서관 자체에서 지급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기금 마련을 통해 하는 것이 타당하다.


3.기금의 배부는 행정적 업무 편의 때문이기는 하나, 도서관의 수많은 장서와 저작자를 확인할 수 없는 고아저작물을 생각하면, 기등록자에게 주는 것이 타당하다. 협회 등을 통하기 보다 전자정부(-_-)를 활용하여 저작자가 개별 통장을 등록하면 거기로 넣어주는 형태가 업무처리에 수월할 것이다.(...)


3.1 바꿔 말하면 이런 행정 처리 업무에 능숙한 사람들만이 PLR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니, 전자행정처리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도움도 필요할 것임.




기회되면 저 공공도서관의 대출 데이터는 한 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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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 2018.12.07 11:1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자 기증, 또는 저자(로 의심되는 이용자)의 희망도서 신청[…]이 현재는 소소한 명예욕에 그치지만 제도 도입 뒤에는 적극적인 영업행위;가 된다는 문제도 생각납니다;; 둘다 실제 겪은 사례라..

    • 키르난 2018.12.07 12:3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문제도 있지요. 실제 몇몇 출판사에서 재학생에게 소정의 비용을 주고 대학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시킨 일이 있었답니다. 이전에 출간했던 책을 제목과 표지만 바꿔서 다시 낸 책이었다고 하더군요.(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