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를 보고 이거 뭐냐 말하시는 분 있을 건데, 회귀분석도 아니고 수학도 아니고,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회귀를 겪은 이가 말하는 회귀 방법입니다. 소재 자체가 회귀지만 다 읽고 나면 머리를 울리는, 잘쓴 판타지소설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BL이고, 상당히 수위가 높으며, 심지어는 제 취향에서 조금 벗어나 약간의 가학 및 피가학적 요소가 있는 판타지소설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베드신 상당수는 건너 뛰었습니다. 제가 읽기에는 조금 많이 버겁더군요. 제 BL 취향은 소프트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인레이는 몇 번인지 모르는 회귀를 하고 있습니다. 왜 회귀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면 회귀를 벗어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회귀한다는 것은 알고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은 같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푸줏간 일을 하고 있는 인레이는 닭을 토막내달라는 이웃주민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날 저녁은 치킨수프를 먹으며, 소를 잡는 도중에 자신을 주워다 키워준 레셀라가 와서 사람을 죽이라는 청부를 하고, 그 청부가 끝난 뒤 회귀를 합니다. 변태 같기로 유명한 귀족이라 죽이는데는 거리낌이 없었지만 매번 죽이다보니 그도 시큰둥합니다. 게다가 회귀 궤도에서 탈출하려고 자살도 시도했지만 소용 없습니다.


그랬는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귀족이 아니라, 레셀라의 제자인 2황자를 죽여달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매우 당황했지만 청부 당사자가 1황자라 하고, 자신은 시키는 대로 할뿐이니 따라갑니다. 그러나 목욕재개하고 처음 만난 2황자는 뭔가 다릅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반한 건지도 모르지요.


그랬는데.

또 회귀를 합니다. 귀족 죽일 때도 내내 회귀를 하더니 이번에는 2황자를 죽이면서 회귀의 원흉이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거기에, 이번에도 내내 회귀를 반복하더니 조건을 만족해야 회귀를 멈춘답니다. 그리고 조건을 간신히 충족했을 때, 회귀는 멈추고 3부가 시작됩니다.



전자책으로 본편 4권, 외전 1권으로 매우 분량이 많습니다. 하지만 판타지소설을 즐기신다면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회귀라는 소재를 단순히 삶을 반복한다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로 풀어 쓴 소설은 이번에 처음 만났습니다. 대부분의 회귀는 삶을 반복하여 이전에 저지른 사건을 일어나지 않게, 그리하여 더 나은 삶을 걸어가도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회귀 자체가 또 하나의 코드가 될 수 있지요. 방영된지 이미 10년도 넘었으며 마법소녀 계보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그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이 소설에서도 회귀는 매우 중요한 코드입니다. 4권 마지막에 나타난 회귀의 원인과 그 세부적 이야기를 알고 나면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동정이 갑니다. 무엇보다 그 인물의 외전을 보고 나면 그가 상황을 맞이하고 해결하기 위해 겪었어야 했던 고통이 인레이보다 덜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혼이 닳아가는 고통을 겪은 인레이를 보고만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1부와 2부의 회귀 반복은 보고 있노라면 두통이 옵니다. 아니, 뭐, 이 소설의 1-2부를 읽은 것이 버스 안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두통이 옵니다. 회귀와 회귀와 회귀와 회귀가 끝없이 이어져 그렇습니다. 이게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읽는 이에게도 고통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 고비만 넘기면 그 다음에는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니 장벽을 조금만 버티세요. 조금만 버티면 됩니다.




2RE. 『사람은 가끔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1-4, 외전』. 피아체, 2018, 본편 3천원, 외전 2500원.



... 지금 보면서 알았습니다. 각 권의 부제가 있었네요.

『어린 종달새』, 『수탉과 보석』, 『목마른 비둘기』, 『여물통의 개』, 『까마귀의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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