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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 리뷰의 블로그 백업판입니다.)
첫 번째 리뷰를 작성한 것이 언제인가 보니, 7월 4일. 아직 한창 2장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금은 2장을 넘어서 3장의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중입니다.
1장의 이야기는 북쪽의 척박한 땅, 탈콘의 자작이 사망하면서 정식 후계자인 에르도안이 클 때까지 5년간만 임시로 자작위를 받은 바레타가 주인공입니다. 바레타는 자신을 배척하는 다른 가신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것을 빼앗은 것이라 생각하는 에르도안 사이에서 무사히 탈콘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 와중에 탈콘의 내부적 결속을 이루지요.
2장은 점차 에르도안이 성장하면서 점차 누님에게 반하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탈콘의 연회를 주최하면서 벌어진 이야기, 그리고 그에 앞서 일어난 다른 사건들. 에르도안은 성장하면서 누님을 지키겠다 다짐하고 그렇게 또 성장합니다.
그리고 3장. 아직 진행중인 여기서는 판이 더욱 커집니다. 탈콘의 내치를 다룬 1장, 탈콘의 외치를 다룬 2장에 이어 이제는 탈콘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제국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위의 설명만 보고 소설을 보시면 예상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줄인 이야기라 저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탈콘의 인사인 '모든 것은 탈콘의 의지대로'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바레타 탈콘과 그 등을 따르는 에르도안 탈콘이 중심입니다. 소설 소개에서 보인 의붓누이와 이붓동생의 모습은 철저하게 에르도안 탈콘의 시점입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바레타는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5년의 기한이 이제 머지않아 끝날 것이고, 에르도안은 장성하여 훌륭한 청년이 되어 갑니다. 이미 기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사 자격을 따기 위한 마지막의 문답에서 지적당한 것처럼 에르도안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마 3장이 넘어야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르도안이야 이미 넘어갔지만, 아직 바레타는 다른 일로 바쁘니까요.
이전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입니다. 작가의 의도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등장하지 않나 싶은 정도입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당장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주요 인물로는 여성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이미지가 더 강렬했다는 의미입니다. 남성 중에서 바레타와 동급으로 혹은 그 못지 않게 강력한 이미지로 나오는 것은 에르도안 외엔, 3부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황자 정도입니다. 그나마 황자는 바레타와 대척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황자의 약혼녀이자 파트너인 안셀르도 대척에 있지요. 안셀르가 매우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소설 속에 등장했던 다른 여성들은 바레타와 같은 편에 있거나, 같은 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편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안셀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레타와 에르도안의 성격입니다. 바레타는 에르도안보다 나이가 많으며, 어릴적부터 고생하여 그런지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어른입니다. 매우 냉정하고 냉철하며 사람을 보는 눈도 좋습니다. 그에 비하면 에르도안은 사랑받고 큰 자식이라 초반에는 조금 버릇없습니다. 그러나 점차 성장하며, 누이의 등을 보고는 저 등을 따르고 싶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은 감정적이라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속내를 쉬이 드러냅니다. 곰곰히 이 둘의 성격을 비교하다 깨달았지만 여기서도 성별반전의 모습이 보입니다. 냉정하다, 냉철하다, 카리스마 있고 지도자로서 존경할만 하다는 수식어와 버릇없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감정적이다라는 수식어는 보통 남성과 여성에 따라 붙는 성격 수식어입니다 .판타지속에서도 자주 그렇지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것이 바뀌어 있습니다.
앞서의 리뷰에서는 서문의 이야기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하다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로맨스보다는 바레타가 살아 남는 법, 그리고 이 세계의 여성들이 살아가고 살아남는 법을 다루는 이야기다보니, 바레타의 행보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바레타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고 죽은 그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바레타의 등을 볼 뿐입니다. 언젠가 댓글에도 달았지만,
"아니오, 그냥 그렇게 가시면 됩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보여주시는 그 등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더라도 신경쓰지 마세요. 묵묵히 가시는 그 길에 꽃 뿌려드리오리다. 그리고 그 꽃길이 다른 사람들이 선망하고 따라갈 길이 되오리다."
바레타가 그저 자신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힘이 생깁니다. 본인은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 발자국이 하얀 눈밭에, 길을 알려주는 첫 사람의 그 발자국 같거든요. 눈이 더 내리더라도 뒤 따라 걷는 사람들이 있으니 길이 다져저 다른 사람들도 편히 갈 수 있을 겁니다. 바레타가 걷는 길,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 걷는 길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직 1부이고 2부는 가려면 더 많이 남았답니다. 천천히 가는 소설이지만 여러 고비들을 넘기고 오는 소설이니만큼 천천히 따라오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