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G가 물었습니다. 퇴근길에 현대백화점 다녀올 생각인데 뭔가 부탁할 것이 없냐고 말이지요. 언제나 그렇듯 티타임에 곁들일 과자가 있다면 사다달라 부탁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메종엠오의 마들렌이지만 그게 있을리 없으니, 마들렌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습니다. 특정 브랜드를 콕 집어 그 제품을 사다달라고 하는 쪽이 훨씬 나았겠지요. G가 사온 것은 저거였습니다. 아. 가운데의 마카룬과 그 옆의 벚꽃절임비스코티는 카페 키이로에서 구입한 것이고요.
종류는 다양했으나....
그 다음날, 간식을 주섬주섬 꺼내서 뜯었습니다. 커피는 다 마시고 없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곁들였습니다. 사실 음료를 어떤 걸로 준비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 과자들을 먹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이런 맛없는 걸 먹으며 살쪄야겠니-라는 작은 분노였습니다.
체중조절 때문에 양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가끔 이런 간식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는데, 그런데 이렇게 맛없는 것을 먹어야겠니!
맛없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축축함입니다. 비닐포장을 해두었는데, 포장 안쪽에 휘낭시에나 마들렌이 달라붙었더군요. 그리고 찐득찐득하고 축축한 질감. 한 입 베어물면 이에 달라붙습니다. 내가 먹는건 엿이 아닌데 왜 이럴까요. 거기에 텁텁함도 더해 상상하시면 됩니다. 레몬케이크도 비슷하더군요.
하기야 가격부터가 다르겠지요. 정확한 가격은 묻지 않았지만 맛있다고 생각하는 가게들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장사를 할테니까요. 파리바게트보다는 위, 하지만 디저트 전문점 보다는 아래. 그러니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비교 대상이 아니기도 하군요.
그리하여 이날은, '맛있는 걸 먹으려면 평소 맛있게 먹었던 곳을 고르라. 모험을 하려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 다음에 분노하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ㅠ_ㅠ 이 슬픈 마음은 다음주 메종엠오의 마들렌으로 달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