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 책은 나오는대로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취향에 맞든 아니든 일단 담아두고 읽는데,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는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려고 두니 친절하게 '이미 구입한 책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난 구입한 기억이 없는데! 라며 책나무를 뒤져도 안 보이더군요. 이 책을 어디에 두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사무실 업무용 책장에 잠시 꽂아 둔 것이 기억나 회수해왔습니다. 책 구입한 뒤 홀랑 까먹는다는 이야기를 반쯤 흘려 들었는데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다른 책 한 권은 어디 두었는지 아직 못찾았습니다.ㅠ_ㅠ


첫 번째 이야기는 '나'라는 사람이 술집에 갔다가 우연찮게 아는 사람을 만난데서 시작합니다. 세도리라는 독특한 칵테일을 주문하는 걸 보고 옛날에 잠시 알고 지낸 이라는 걸 깨닫고 말을 걸어보니 나름 큰 건을 치루고는 기분이 좋아져 있었던 터라 흔쾌히 같이 어울리고는 급기야 집에 초대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큰 건'과 관련한 이 사람의 일대기를 얻어 듣습니다. 옛 귀족 출신으로 작위를 이어받았기에 별명과 이어서 세도리 남작이라 불리는 사람은 고서수집에 얽힌 여러 괴이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작가인 가지야마 도시유키는 1930년생으로, 이야기들도 모두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오일쇼크를 다루는 부분을 보면 책의 배경은 70년대지만, 세도리 남작의 경험담은 패전 전부터 시작되며 미국 점령하의 일본 이야기도 상당히 등장합니다. 기왕이면 역사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45년 8월 15일에 일본의 항복 선언 뒤 일본은 어떻게 되었는가 등등.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답게 책에 미치면 사람이 어디까지 막장이 될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남자다보니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술자리에서 튀어나오는 자신들의 모험담을 약간 과장한 느낌도 들고요. 그게 극에 달하는 것은 마지막의 장정가 관련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헛웃음만 나오더랍니다. 아니, 하지만 이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책에 미친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없지 않을 것 같아 더더욱 그렇고요.


이상한 감상이라는 자각은 있지만 읽으면서 80-90년대 한창 유행했던 『인간시장』이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쓴 덕에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은 일본/한국에 대한 감상이라는 점에서 그게 더 떠올랐는지도 모르고요. 남성 중심의 이야기라는데서도 그랬는지 모릅니다.



물리적 의미로서 책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나는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반면교사로서의 작용이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이야기의 발상도 재미있고, 역사적 배경도 작용하다보니 아직 진보쵸와 고서 시장이 활발하게 살아 있던 때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부분이 있다는 건 감안하고 보셔야 할 겁니다.




가지야마 도시유키.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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