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칼 푀르스터의 정원을 가꾼 마리안네의 정원일기'입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는 칼 푀르스터의 딸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원사로 경력을 쌓고 만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이자 아버지의 정원으로 돌아와 사망할 때까지 정원을 돌보았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칼 푀르스터는 포츠님에 정원을 두었고, 통일 이후에는 그 정원을 복원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대강대강 설명하는 건 책의 중심은 정원을 둘러싼 역사가 아니라 그 속의 식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네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시기를 차례로 다루며, 초봄과 초여름, 한여름을 넣어 일곱 계절의 정원 식생을 이야기합니다. 정원에는 나무도 많지만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이 주력이며, 상당수는 아버지인 칼 푀르스터가 개량한 종들입니다. 칼 푀르스터가 육종한 풀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 아닌 다른 단어에서 주로 따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은 몇 안되고,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건 지양했다더군요. 그렇게 정원에 남은 풀도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새로 나온 종이나, 그 옛날의 정원에 있던 풀들을 옮겨 심었던 것 등도 있어 그 자세한 이야기를 철철이 풀어 놓습니다. 봄에 피는 꽃, 초봄을 알리는 꽃부터 시작해 겨울의 정원모습까지 1년의 일곱 계절을 모두 돌면 정원 가꾸기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OTL

그렇습니다.

숙근초를 심으면 제초제를 쓸 수 없으니 정원 풍광을 망치는 풀들은 계속 뽑고 뽑고 또 뽑아 치워야 합니다. 작은 땅뙈기 하나 잡초 못 뽑아서 끙끙대는 저와는 굉장히 다릅니다. 해마다 올해는 꾸준하게 잡초를 뽑겠다 생각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네요.


책 판형 때문에 더 크게 보면 더 아름다울 정원 사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여러해살이풀이 가득한 정원의 풍광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 없는 풀이 많아 번역할 때 일대일대응이 안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뭐라해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 고정희 옮김. 나무도시, 2013,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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